듣도 보도 못한 진짜 예술의 세계로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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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 보도 못한 진짜 예술의 세계로 초대
  • 최호승
  • 승인 2023.04.24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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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글로 배웠습니다.”

유행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말입니다. 지금도 종종 쓰이는 말인데, 아는 것처럼 보여도 실전에 약할 때 쓰곤 합니다. 연애뿐일까요? 우리는 예술을 몰라도 관련 책 몇 권, 나무위키나 블로그 등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그 예술을 이해하곤 합니다. 빛, 선, 색, 면, 질감, 예술품이 설치된 공간과 시간, 작가, 창작에 얽힌 이야기 등 이해하는 정보도 기준도 여럿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예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맞을까요? 뭔가 허전합니다. 네 맞습니다. “예술을 글로 배웠습니다.”

여기 예술을 현장에서 실물로 보고 배운 남자가 있습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최순우 선생이 국립중앙박물관장일 때 학예연구사로 15년, 경주국립박물관에서 15년, 그리고 2000년 경주국립박물관장에서 퇴임할 때까지 예술품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습니다.

이 남자는 예술품 하나를 보더라도 몇 차례나 다시 찾아가 사진으로 촬영하고, 기록하고, 분석했습니다. 한두 해가 아닙니다. 1970년대 미술사학계에 발을 들일 때부터, 50년 넘게 예술품을 연구했습니다. 쌓인 자료가 15테라바이트(TB)에 이릅니다. 기가바이트(GB)로 환산하면 1만 5,360GB, 메가바이트(MB)로 계산하면 1,572만MB나 됩니다. 슬라이드도 7만 점이 넘고, 여기서 추린 300점으로 연구 50년을 회고하는 개인전까지 열 정도니 말 다했습니다.

그 남자가 누구냐고요? 우리나라 미술사학계를 대표하는 원로이자 현역 미술사학자, 강우방(83)입니다. 그가 평생 연구해온 학문과 예술을 기록해 『일향 강우방의 예술 혁명일지』(이하 『예술 혁명일지』)를 썼습니다.

강우방 지음 | 376쪽 | 32,000원
강우방 지음 | 376쪽 | 32,000원

『예술 혁명일지』는 저자 강우방의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그는 <한국미술 5000년전> 미국 순회 전시 때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발제했고, 이를 계기로 논스톱으로 하버드대학 대학원 박사학위 과정에 초청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인도 마하보디사 정각상에서 석굴암 본존불의 비례를 찾았고, 그리스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그리스 신전 건축의 개념 오류를 지적했습니다.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스포일러는 금물;;)!

저자는 예술품의 문양에서 ‘비밀 코드(조형언어)’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그 ‘비밀 코드’로 예술품을 ‘채색분석’하고 읽어내면서 인류의 정신사적 사상사적 본류를 찾고 있습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교과서와 박물관에서 틀에 박힌 채 박제된 예술품을 해방시키는 작업이지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계를 알아차리고 보게 되면 즉 개안(開眼)하는 감격을 누린다. (중략) 그 무의식의 세계는, 보기 어려운 세계가 아니고 낯선 세계여서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예술 혁명일지』 서문 중에서)

자, 이제 선택의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박제된 예술품 감상에 만족하느냐, 아니면 낯선 세계여서 알아보지 못한 세계에 발을 들일 것이냐. 쉽진 않지만 먼저 앞서간 남자가 있습니다. 그가 만든 길을 따라 걸으면 됩니다.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한 진정한 예술의 세계로, 『예술 혁명일지』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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