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이 꿈꾼 삼국유사 비슬산] 일연의 자취(2) 도성암과 관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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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이 꿈꾼 삼국유사 비슬산] 일연의 자취(2) 도성암과 관기봉
  • 정진원
  • 승인 2023.03.2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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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과 관기, 비슬산의 두 성인과 그 후예들
도성이 은거했던 도성암. 멀리 관기봉이 보인다. 

삼국유사』는 총 9개의 편목(篇目)이 5권으로 나뉘어 있다. 각 편의 제목은 「왕력(王歷)」, 「기이(紀異)」, 「흥법(興法)」, 「탑상(塔像)」, 「의해(義解)」, 「신주(神呪)」, 「감통(感通)」, 「피은(避隱)」, 「효선(孝善)」이다. 권1에 「왕력」과 「기이 1」, 권2에 「기이 2」, 권3에 「흥법」과 「탑상」, 권4에 「의해」, 권5에 「신주」, 「감통」, 「피은」, 「효선」이 수록됐다. 「왕력」과 「기이」는 역사를 시간순으로 정리한 서술 방식이며, 이후 일곱 편목은 불교와 관련된 각종 일화로 구성됐다. ‘포산의 두 성인’ 관기와 도성의 신령스러운 삶에 관한 설화를 담은 ‘포산이성(包山二聖)’은 권5 「피은」편에 실려 있다. (편집자 주) 

비슬산에 일연이 37년간 살았다고 한다. 22세가 되던 1227년(고려 고종 14) 승과 장원급제 후 비슬산 보당암의 주지로 44세 때인 1249년까지 22년간 비슬산에 주석했다. 그리고 1264년(원종 5) 15년 만에 비슬산으로 돌아와 인홍사, 용천사에서 15년을 지내 비슬산 자락에서만 37년을 지냈다는 것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 비상한 천재 스님이 청춘을 보낸 곳, 그리고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돌아와 고희가 되도록 그는 비슬산에서 무엇을 했을까. 100여 권이 넘는 저작의 산실은 바로 이 비슬산이었을 것이다. 『삼국유사』 집필을 구상하고 자료를 수집한 것도 바로 이곳이었을 것이다. 『삼국유사』는 정독할수록 평생을 들인 역작임을 알 수 있다. 

그는 특히 비슬산에 두 성인을 비롯한 아홉 명의 성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 ‘일연’이라는 한 명의 성인을 더 보탤 수 있다. 그런데 『삼국유사』의 제목은 왜 ‘포산이성(包山二聖, 포산의 두 성인)’인가. 마음에 물음표부터 찍고 책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포산과 소슬산, 그리고 비슬산 

‘포산이성’의 배경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경북과 대구 달성에 위치한 이 포산(包山)의 이름부터 궁금증 폭발이다. 『삼국유사』에는 ‘소슬산(所瑟山)’이라고도 하는데 산스크리트의 ‘싸다[包·포]’의 의미라고 부연한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삼국유사』의 지명이 아닌 ‘비슬산(琵瑟山)’이라고 부르고 있다. 비파와 거문고를 타는 산세로 보인다든지, 산스크리트로 ‘비슈누’ 신의 음사라고도 설명한다. ‘비슬’의 한자에 임금 왕이 4개나 있어 근현대 대구 경북에서 네 명의 왕이 나왔다는 흥미진진한 해석까지 있다. 혹자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들을 네 명의 왕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삼국유사』에는 이처럼 우리 말의 수수께끼부터 ‘다빈치 코드’를 해독하듯이 아는 만큼 깜냥껏 이해할 수 있는 무수한 보물찾기 지도로 가득 차 있다. 

일연 스님이 두 차례에 걸쳐 37년을 머무른 데에는 자신의 고향이요 어머니가 살고 있던 장산(현 경산)과도 관련시킨 바 있다. 일연 스님의 일생과 『삼국유사』의 마지막 아홉 번째 「효선」편을 보면 스님의 효심이 얼마나 지극했는지 미루어 알 수 있다. 그 안의 편부 편모 슬하의 효자, 효녀의 다섯 이야기를 합하면 일연 스님의 평생에 걸친 사모곡이 완성된다. 만년에 국존의 자리를 사양하고 90대 노모를 모시고자 인각사로 퇴소하는 일화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경산과 비슬산의 거리가 100리 길이다. 아홉 살 첫 출가한 광주 무량사나 비구계를 받은 강원도 진전사는 어린 일연 스님에게 머나먼 길이었다. 그래서 승과에 장원한 후 보다 심정적으로 지척 거리인 비슬산에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닌가 한다. 이후 경산의 운문사 주지로 자리를 옮긴 것도, 하산소(下山所, 국왕이 국사·왕사가 만년을 편안히 보내도록 지정해주는 사찰)가 경산에서 멀지 않은 군위 인각사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각사 주변은 어머니의 고향 마을로 지금도 그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연 스님은 일생의 대부분을 그리고 특히 말년을 어머니와 멀지 않은 곳에서 수행 정진한다. 13세기 내내 몽골의 침략으로 고려 백성들이 전쟁 속 도탄에 빠져 있던 상황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관기와 도성의 다빈치 코드

일연 스님의 청춘과 일생의 중요한 시기를 보낸 비슬산에 그의 롤 모델로 보이는 관기(觀機)와 도성(道成)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여기서 『삼국유사』 스토리텔링의 몇 가지 스테레오 타입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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