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이 꿈꾼 삼국유사 비슬산] 비슬산 산신 정성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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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이 꿈꾼 삼국유사 비슬산] 비슬산 산신 정성천왕
  • 이하석
  • 승인 2023.03.2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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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 약속과 그리움의 산
비슬산 북측 용문사에서 바라본 비슬산 능선. 멀리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이다. 

절과 꽃과 암괴류의 산 

비슬산 높이는 1,084m, 최고봉은 천왕봉이다. 대구 달성군의 가창·화원·옥포·현풍·유가·논공 6개 읍면과 경북 청도에 걸쳐 있는 큰 산괴(山塊)다. 주위에 청룡산(794m)·최정산(905m)·우미산·홍두깨산 등을 거느리고 있다. 산세는 남으로 뻗어서 창녕의 화왕산과 닿는다. 

팔공산(1,193m)과 비슷한 높이와 많은 골짜기를 갖췄으면서도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는 않은 듯하다. 다만 대구 분지의 남쪽에 솟은 예사롭지 않은 거대한 산괴 정도로만 알려져 왔다. 그러나 비슬산은 그 덩어리가 크면서도 신비한 기운을 간직하고 있어서 아득한 옛날부터 신성한 산으로 간주돼왔다. 

선사시대는 물론, 삼국시대 이전의 주거지와 무덤군 등 유적지와 유가사·소재사·용연사·용문사·임휴사·용천사 및 복원된 대견사 등 많은 사찰이 골짜기마다 산재해 있다. 1986년 2월 22일에는 달성군 군립공원으로, 1993년 1월 18일에는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돼 독특한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1,000m 이상의 정상 지역은 30만 평(100만m2)의 거대한 평원이 전개되는데, 참꽃(진달래) 군락지를 이뤄 매년 4월 봄이면 비슬산 참꽃문화제로 유명하다. 

산 이름인 ‘비슬’은 비파 비(琵) 자와 거문고 슬(瑟) 자를 합친 글자다. 지금까지 소슬산(所瑟山)이니, 포산이니, 비들산이니, 비파산(琵琶山)이니 하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대견봉의 큰 바위 형상이 비둘기 같다고 해서 비들산으로 불리다가 이 이름이 변용돼 비슬산이 됐다고도 한다. 정상의 바위 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 같아서 비슬산으로 불린다고도 한다. 포산(苞山, 또는 包山)으로 불린 건 수목에 덮여 있는 산이라는 의미에서다. 산의 남서면을 흘러내리는 바위 너덜지대의 규모가 큰데, 이 바위군을 합쳐서 이 산의 암괴류(岩塊流)가 2003년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됐다.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화강암의 거석들인데, 국내에 분포하는 암괴류 중 규모가 가장 커서 학술적·자연 학습적 가치가 크다.

 

약속과 정진의 산

비슬산 산신은 정성천왕(靜聖天王)이다. 산신은 꿈을 갖고 있었다. 가섭불 시대에 부처님의 앞에서 맹세했다. 

“발원하나이다. 지금 바로 성불하지 않고, 앞으로 이 산에서 1,000명의 성인이 나올 때까지 성불을 유보하겠나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서원이며 발원인가. 그리하여 이 산에서 돋아날 성인들을 위해 정성천왕은 봄이면 진달래 등 온갖 꽃들을 피우고, 여름이면 수많은 푸나무로 온 산을 장엄해 왔다. 그렇다. 비슬산은 일천(一千)의 성인이 약속된, 미래로 열린 산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이 산에는 많은 성인이 예부터 깃들어 왔다. 고려시대 보각국사 일연(普覺國師 一然, 1206~1289) 스님이 살았던 때까지만 해도 이 산에는 관기, 도성, 반사, 첩사, 도의, 자양, 성범, 금물녀, 백우사 등 아홉 성인의 행적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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