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마하야나(11) 명상은 앉아서 아상이 움직이는 걸 보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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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마하야나(11) 명상은 앉아서 아상이 움직이는 걸 보는 과정입니다.
  • 불광미디어
  • 승인 2023.03.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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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여러분은 아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도중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듣고 앉아 있어야 하는걸까?'라고 생각한 적 있나요? 사실 우리들의 아상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재잘거리길 좋아합니다. 그렇게 듣는 시간의 시간을 낭비하고, 그냥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해댑니다. 그래서 그것이 듣는 사람의 시간뿐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시간도 낭비하게 됩니다. 누구에게도 쓸모없고, 이익도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봅니다. 그래서 무의미한 대화는 계속 오고 갑니다. 아무도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아상은 그렇게 무의미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할까요? 어째서 사람들은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고 싶어하고, 달콤한 말을 하려고 노력할까요? 어떤 때에는 그냥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냥 계속 말하고 또 합니다.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무의미한 이야기인데도 말입니다. 실제로 그런 일은 우리한테 늘 일어납니다. "오! 오늘 날씨가 어떤가요?", "이번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나봐요", "환경이 오염되는데 정말 큰 일이에요". 우리는 그냥 말만 하고 있습니다. 물론 누군가와 만나서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가벼운 대화를 하거나, 농담을 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많은 경우 우리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말하길 좋아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아상입니다. 우리는 때로는 그것을 "에고"라고 부르고, 그것이 우리의 자아이기도 합니다. 

탁자 저쪽 맞은편에 누군가가 앉아 있습니다. 그때 침묵은 서로를 매우 불편하게 합니다. 특히 미국과 같은 서양 문화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전혀 모르는 누군가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도 침묵을 참지 못합니다. 아무튼 우리는 스스로 불편하게 느끼기 시작합니다. 우리 아상의 일부는 고요함을 견디지 못하겠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아주 많은 생각들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고요함을 견딜 수 없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입니다. 고요하게 있는 것을 견디기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 오랫동안 못 봤네요" 그리고 얼굴만 바뀌고 몸 전체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건 우리가 고요한 것을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아상은 망상이 너무 많아서 고요한 걸 견딜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입을 열고 그냥 말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무의미하고, 중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상의 본성은 "움직임"입니다. 계속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그 움직임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고요함을 견딜 수 없는 것입니다. 아상은 그럴 수 없고, 그런 것을 싫어합니다. 

그것을 영어로 "거북한 침묵(Awkward Silence)"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사람과 있으면 매우 불편해서, 아상은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움직여야만 합니다. 아상은 항상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냥 그런 것입니다. 그냥 계속 움직입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계속 꼼지락거려야만 합니다. 무언가를 계속 해야만 합니다. 근육을 써야만 하고, 얼굴을 써야만 합니다. 이야기를 하고, 일어서서 걸어야만 합니다. 무언가를 계속 해야만 합니다. 움직여야 합니다.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딜 수 없습니다. 

그렇게 명상은 우리가 앉아서 아상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과정입니다. 알겠습니까? 그것이 여러분의 아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인지하는 방법입니다. 일단 여러분이 아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만 인식하면, 그제서야 그걸 죽일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우리가 아상이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없다면, 그것을 죽일 수 없습니다. 아상에 끝을 낼 수 없습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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