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말로 몰랐던 제주불교] 탐라 천 년, 제주 천 년의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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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말로 몰랐던 제주불교] 탐라 천 년, 제주 천 년의 불교
  • 전영준
  • 승인 2023.02.2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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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탐라 불교
서귀포 법화사. 고려시대 거찰이었으며, 몽골인이 세운 원나라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근대 이전, 특히 고려시대 제주의 사정을 전하는 문헌 기록은 그리 많지 않다. 고려시대의 제주 또는 탐라국 후기의 시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제주에서 축적된 고고학 연구를 반영하는 학제간 융합을 적용해 살펴봐야 한다. 

 

‘탐라’에서 ‘제주’로

고려시대 탐라에 대한 기록은 925년(태조 8)의 방물(方物, 지방에서 조정에 바치는 특산물)을 바쳤다는 기록, 938년(태조 21)에 탐라국 태자 말로(末老)가 고려에 조회해 성주·왕자 작위를 내려줬다는 기록을 우선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기록만으로 ‘탐라가 고려의 지방정부로 존재했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즉 이전의 탐라는 고려에 부정기적으로 방물 헌상을 하고 개성에서 개최되는 팔관회에 참여하는 고려의 외방 번국(蕃國)으로, 주변국의 위치였다. 고려 이전의 탐라국은 해상활동을 중심으로 이웃 국가들과 교류하는 등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삼국시대에 이르러 백제와 신라의 외방에서 독립국의 지위로 교역했을 것이다.

1105년에 이르러 고려는 탐라를 복속하여 행정구역을 설치하고, 제주 사회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고자 했다. 1105년(숙종 10)에 탁라(乇羅)를 고쳐 탐라군(耽羅郡)으로 삼았다는 기록, 1153년(의종 7)에 현령관으로 삼았다는 기록에서 탐라가 명확하게 고려의 지방으로 편제(編制)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려는 제주에서 생산되는 여러 물산에 대한 지배력 확장, 다양한 경로를 통한 물자 확보에 주력했다. 대체로 지역 수탈, 혹은 고려가 지방 통제력을 강화해 나가는 정책의 일환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탐라국 시대를 마감하고 고려의 정치 지배력 내에 편입된 제주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탐라국보다 큰 나라였던 고려의 지방 통치 또는 번국에 대한 고려의 대외정책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탐라국이 고려에 복속된 시기는 1105년이지만 여전히 ‘탐라’ 지명을 사용했고, 1229년(고려 고종 16) 이후에야 ‘제주’라는 명칭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려시대의 제주를 알기 위해서는 ‘고려 존속기간에 탐라국이 중첩된다’는 시기적 특성을 반영하며, ‘탐라 천 년, 제주 천 년’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탐라 불교

고려시대 제주 불교에 대한 이해는 고려가 주변국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상의 특징을 반영해야 한다. 탐라국이 고려 팔관회에 참여하면서 상호 문화적 교류가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고려의 선진적 불교도 제주에 자연스럽게 전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제주시 오등동에서 발굴 조사된 ‘오등동 절터’ 창건 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2년 10월 5일부터 12월 1일까지의 진행된 정밀 조사에 의하면, 시기를 달리하는 건물지 3동과 기와류, 청자류, 북송(北宋)시대의 동전 등 유물이 출토됐다. 조사 과정에서 건물지의 중복이 확인돼 발굴 조사가 연장되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확인된 조사(2023년 1월)에서는 건물지 5동과 고려시대 제작된 양질의 청자와 원나라 시대의 청자, 분청사기, 금동(金銅)으로 제작된 다층소탑(多層小塔)이 출토됐다. 건물지 기단부 형식으로 보아 오등동 절터의 역사 편년을 고려 전기로 특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금동다층소탑은 고려시대 이후 사라진 목탑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다른 금동소탑이 출토지를 알 수 없다는 것에 비해, ‘오등동 절터’의 금동다층소탑은 출토지가 분명하다는 점도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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