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삼재 그리고 부적] 불교의 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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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삼재 그리고 부적] 불교의 부적
  • 김연미
  • 승인 2023.01.26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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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장소멸과 소원성취 위한 부적
도판 1. 은제 연화당초문 팔찌, 고려시대, 
직경 9.6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전 호암미술관 소장)

●일러두기

이 글은 일산 원각사 정각 스님과 필자가 함께 2년 동안 연구한 내용에 기초한 것입니다. 내용 중 일부는 논문으로 출간됐거나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됐습니다.

 

현대사회에서 부적이라고 하면 보통 미신적인 것으로 치부되기에,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부적의 전통은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지갑이나 휴대폰 케이스 안쪽에 삼재 부적 또는 취업, 승진, 건강 등을 기원하는 작은 부적을 넣어서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 또한 여전히 적지 않다. 부적은 이처럼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사물이기도 하지만, 대중적인 담론에서는 기피 대상이기도 하다.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불안정한 사회에서는 부적의 힘에 기대어 보고 싶은 마음과 ‘부적의 효험을 믿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미신적’이라는 부정적인 마음이 공존한다. 

그런데 단순한 미신으로도 여겨지는 부적이 사실은 불교에서도 천 년 이상 전통으로 내려오던 관습이었다. 무속이 아닌 불교 관습 내부에서 고유하게 만들고 사용했던 부적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불교 부적은 한국에서만 사용됐던 것이 아니고 동아시아 불교 전통에서 공유되고 있었다. 뒤에 얘기하겠지만, 고려시대부터 한국의 불교 신자들이 사용했던 부적과 동일한 종류의 부적들이 중국 서쪽 끝 돈황의 필사본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매우 드물 것이다. 새로운 부적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한 신년 봄을 맞이해 불교 부적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해 보고자 한다.

 

업장을 소멸해주는 부적

한 고려 여인이 지니고 다녔던,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부적으로 추정되는 부적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남아 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부적으로 추정되는 이 부적은 원래 호암미술관에 소장됐던 고려시대 은제 팔찌 안에서 발견됐다가 최근에 팔찌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 팔찌는 은으로 만들어졌으며 아름다운 꽃과 덩굴 문양으로 정성스럽게 장식돼 있어 이 팔찌의 주인은 상당히 신분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도판 1). 팔찌 내부에 들어 있었던 이 종이에는 세 종류의 네모난 부적이 찍혀 있다(도판 2). 이를 통해 과거 우리 선조들은 팔찌 안에 부적을 넣어 몸에 지니고 다녔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지갑이나 휴대폰 케이스에 부적을 넣어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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