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수행 공동체, 실상사] 오래된 미래 사부대중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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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수행 공동체, 실상사] 오래된 미래 사부대중 공동체
  • 정웅기
  • 승인 2022.12.2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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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붓다는 공동체로 온다”

6년 동안의 실상사 공동체살이는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막연했던 꿈이 조금씩 실현되는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실상사를 넘어, 불교의 미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실상사 대중 또한 그럴 것이다. 

무엇보다 실상사는 가난한 절이다. 50여 명의 대중이 아주 적은 보시금(월급)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동시에 실상사는 부자 절이다. 사람 부자, 마음 부자, 꿈 부자다. 실상사 대중이 함께 어울려 살면서 무엇에 좌절하고 절망하는지, 나아가 그 시련 속에서 어떤 사찰, 어떤 불교,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는지 소개하는 마음으로 몇 자 나눠본다. 

 

인간관계와 갈등

공동체살이 6년 동안 배운 것이 몇 가지 있다. 타인과 관계 맺는 일의 어려움을, 또 한편 그만큼의 소중함도 종종 느낀다. 좋은 인간관계는 세련된 기술이 아니라 ‘내가 먼저 당신에게 좋은 친구가 되겠다’라는 확실한 마음가짐, 세계관의 전환이 바탕이 되어야 함을 알게 됐다. 

불교에서 이상적인 관계는 ‘도반’이다. 붓다는 제자들을 ‘같은 길을 걷는 친구 사이’로 대했다. 스스로 스승이나 지도자로 칭하지 않았고, 구성원들과 평등하게 어울려 살았다. 붓다가 코삼비 비구들의 분쟁을 피해 아나율 존자 일행이 머무르는 숲을 찾았을 때, 화목하게 서로 보살피며 탁마하는 광경을 보며 설한 것이 ‘육화경’이다. 몸, 말, 마음, 견해, 이익, 규칙 등 화합의 여섯 가지 원리를 담고 있다. 오늘날 적용해도 손색없는 가르침이다. 제대로 된 화합은 구성원들이 평등한 도반 관계로 맺어졌을 때 가능하다. 스승과 제자, 지도와 피지도, 명령과 복종의 이분법적 관계로는 한계에 봉착한다. 실상사 사부대중은 서로에게 도반이 되기 위해 애쓴다. 재가자와 출가자가 서로 존중하고, 소임자들은 대중의 뜻을 모으기 위해 자주 묻는다. 그 바탕에는 서로가 도반이라는 믿음이 자리한다. 작은 오두막에 옹기종기 모여 살아도 따뜻한 온기가 넘쳐나면, 그곳을 찾은 이에게도 좋은 기운,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반대로 같이 사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책임과 의무, 딱딱한 규율만 있는 곳이라면, 화려한 집에서 풍족하게 살아도 냉랭하고 불편하다. 누구도 다시 찾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삶의 터전인 사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관계는 어떠한가?’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진리의 길을 함께 걷는 도반들이 모여 사는 따뜻하고 화목한 곳인가? 아니면 세파에 물든 딱딱하고 차가운 곳인가?

사람들이 모여 사는 한, 크고 작은 갈등을 피할 수 없다. 관계가 괜찮을 때는 잘 모르지만, 어떤 일로 갈등이 생기면 대개 두 가지 편향으로 흐르기 쉽다. 하나는 갈등을 회피하는 경우고, 반대는 싸우자고 덤비는 경우다. 사소한 갈등도 조금만 방심하면 공동체를 낭떠러지의 양변으로 몰고 간다. ‘일상이 백척간두’라 했던 선사들의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차이만 존중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규칙이나 질서를 촘촘히 짠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팩트와 감정, 둘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않고 사안을 평온하게 잘 드러내, 모두에게 이로운 진실과 향상의 길을 찾아야 한다. 화쟁적으로 문제를 다루는 사람이 공동체 안에 있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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