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팔공산] 약사 신앙의 성지
상태바
[달구벌 팔공산] 약사 신앙의 성지
  • 노승대
  • 승인 2022.11.30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팔공산에 깃든 약사 부처님
팔공산 관봉(冠峰)에서 바라본 대구 시내. 갓을 쓴 부처님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관봉이다. 팔공산 동쪽 끝자락에 있으며, 경북 경산에 있다. 

산은 겨레의 기도처

평야보다 산이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국토의 70%가 산이니 아무리 넓은 평야라도 산이 보이지 않는 곳은 없다. 산은 하늘과 가까운 장소로 신령이 머물거나 천계의 신령이 내려오는 장소다. 당연히 민족의 역사도 산에서 시작한다. 환웅이 아버지 환인의 허락을 얻어 바람의 신 풍백(風伯), 비의 신 우사(雨師), 구름의 신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천상에서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한민족 역사의 첫걸음이다.

한민족에게 있어 산은 정복의 대상도 아니고 체력을 보강하는 헬스센터도 아니다. 엄숙하고 숭고한 기도처로서 우리 선조들은 ‘산에 오른다(등산)’는 말 대신 ‘산에 든다(입산)’는 말을 썼다. 신성한 영역, 신령님의 품속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산에서는 술 마시고 떠드는 일도 자연히 삼갔다. 심지어 민족의 조산(祖山)이자 성산(聖山)인 백두산에 들어갈 때는 변기를 따로 휴대했다. 더러운 배설물을 신성한 산에 함부로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누구나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1926년 최남선의 「백두산 근참기」나, 1936년 백두산 탐험대에 참가한 류달영 박사의 회고록에 그런 내용이 실려 있다. 지금도 한민족은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든 간에 명산대찰과 크고 작은 암자와 기도원과 만신들의 치성터가 거의 모두 산에 흩어져 있다. 

그렇다면 산의 표상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바위다. 최남선은 우리 문화의 특징으로 “돌은 산악의 표상이라 하고 이를 통해 태양과 천(天)을 숭배함”이라 했다. 당연히 좋은 바위가 많이 있는 산이 기도처가 되고, 대대로 전승돼 내려왔다. 한반도에서 좋은 바위란 바로 단단한 화강암이다. 영험 있는 기도처에는 화강암 바위가 많다. 화강암에 둘러싸인 곳이면 더욱 좋다. 남해 보리암도 그렇고, 강화 보문사도 그런 곳이다. 도인이 많이 난다는 금강산도 마찬가지다. 서울 북한산, 경주 남산도 다 이런 곳에 해당한다.

반면 푸석돌이거나 석회암이 많은 산이면 격이 조금 낮아진다. 흙산도 마찬가지다. 또한 돌만 좋아서는 안 된다. 필수적으로 물을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전국의 마애불을 답사하다 보면 반드시 샘물이나 계곡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즈음에는 화강암에서 지자기(地磁氣)가 뿜어져 나오고, 이런 산을 오르면 신체가 지자기를 흡수해 몸이 상쾌해진다고도 한다. 흙산보다는 바위산이 기가 세다. 기가 센 만큼 이런 곳에서 기도하면 소위 ‘기도발’이 잘 받는다는 말도 한다. 

 

약사 신앙이 일어나다

역사적 존재였던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반 후 시간이 흘러가자 사람들은 그와 같은 덕성을 갖춘 부처님을 현실 세계에서 찾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전생에 무수한 덕행을 쌓아 현세의 부처님이 됐다. 그렇다면 과거에도 부처님은 출현했을 것이고, 미래에도 출현할 것 아닌가? 여기에서 과거불과 미래불이 등장한다. 과거 7불과 연등 부처님, 미래의 미륵 부처님이 그 부처님들이다. 그러나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의 부처님을 만나 뵙기에는 장구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56억 7000만 년이 지나야 미륵 부처님이 출현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중생들이 살고 있는 남섬부주 밖의 다른 세계에도 부처님이 있을 것 아닌가? 그러한 믿음 위에서 출현한 부처님이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있다는 아미타 부처님이다. 동방유리세계의 약사 부처님도 그렇게 출현했다.  

약사 부처님의 열두 가지 본원과 공덕, 그 신앙의 이익을 설한 『약사경』은 인도에서 3세기경 성립돼 5세기경 중국에서 번역됐다. 일찍부터 의학이 발달한 인도 문화의 영향으로 『오분율』이나 『십송율』 등 계율을 설한 율전에도 질병의 종류나 원인, 치료법과 약제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약사 신앙이 일어나 발전할 수 있었던 토대가 인도에 있었던 것이다.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