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가을 산중의 새벽은 바지런 떨며 수확 끝낸 밭을 바라보듯 허허롭고 한가하여 자못 고요하기만 합니다. 생명이 한창 푸르게 약동하던 여름날의 새벽, 그 이름 모를 수많은 산짐승과 벌레들의 울음소리도 어느 한순간 일제히 멎었습니다. 나뭇잎과 풀잎들도 꼿꼿하게 섰던 기운이 빠지고, 이젠 메말라서 서로 사각대는 것이 세월의 한 켠이 속절없이 부스러지는 듯 들립니다.
왕성한 생명의 기운이 활동을 그치고 돌연히 침잠해가는 시간은 기도로 채우기에 안성맞춤일 때입니다. 뭇 생명들이 열매를 거두었으니 이제 사람들의 삶에서도 어떤 결실을 보아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지나간 계절을 허송세월했다손 치더라도 하얀 백지로 새롭게 출발할 겨울을 앞에 두고 한 점 씨앗은 품어두어야 하겠기에 기도는 더욱 간절합니다. 가을의 정적이 깊어지며 몸은 웅숭그려지고 마음이 고독감으로 빠져들면서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나의 또 다른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나와 함께 떠올리면서 하는 기도가 됩니다.
새벽, 홀로, 그리고 관세음보살 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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