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전도몽상(遠離顚倒夢想)”_디에고 벨라스케스
상태바
“원리전도몽상(遠離顚倒夢想)”_디에고 벨라스케스
  • 보일 스님
  • 승인 2023.01.06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림 속에서 찾은 사성제 이야기
화가 중의 화가로 불린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자화상

『반야심경』에서는 진실을 보고자 한다면 혹은 열반에 이르고자 한다면 “뒤바뀐 헛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한다. 그러려면 보살은 우선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해서 마음에 사로잡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말처럼 쉽지 않다. 다양하고 화려한 언어와 상징들이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싸한 말과 화려한 논변은 우리의 생각을 움직이고 진실 혹은 진리에 다가서는 듯하지만 이내 엇나가거나 심지어 우리를 가두어버리기도 한다. 일상에서도 경계해야 할 것이 말과 글에 속는 것인데, 하물며 깨달음의 길을 향해 가는 길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어디 말뿐이랴. 눈에 보이는 현상도 다르지 않다. 누군가 믿기 어려운 현상을 말하면, 대뜸 하는 말이 “네가 봤어?” 하고 되묻는 일이다. 만약 눈으로 직접 봤다면 사실로 인정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눈으로 봤다고 해서 진실을 담아낼 수 있을까? 보이는 게 보편적이고 절대적 진리일까. 그러고 보면 그림이나 사진만큼 주관적인 매체도 드물다. 언뜻 보면 세상을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아내는 것 같지만, 뒤바뀐 진실을 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같은 그림 속 평면 위에서도 화가나 감상자, 나아가 그림 속 등장인물의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서사가 전개되기도 한다. 이를 그림으로 보여준 화가가 있다. 그가 바로 ‘디에고 로드리게스 데 실바 이 벨라스케스(Diego Rodríguez de Silva y Velázquez, 1599~1660)’이다.

“벨라스케스는 화가 중에서도 진정한 화가이다.” 

 _에두아르 마네

 

화가 중의 화가, 천재 중의 천재

천재는 천재가 알아본다고 했던가. 미술사상 내로라하는 천재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던 화가 하면 벨라스케스를 들 수 있다. 벨라스케스는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인 프라도 미술관의 스타이자 스페인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화가로 손꼽힌다.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세비야에서 변호사인 아버지와 하급 귀족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고향에서 명성을 쌓아가던 벨라스케스는 24세에 궁정화가로 선발, 일찍이 주목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스승의 딸과 결혼하고 두 명의 딸을 두어 나름 평온한 가정생활을 한다. 천재의 삶치고는(?) 상대적으로 굴곡이 덜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벨라스케스는 궁정화가가 되면서 가족과 함께 마드리드로 이사한 후, 독점적으로 국왕 필리프 4세의 초상을 그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1628년 로마로 건너가 새로운 화풍을 익히게 되는데, 빛을 포착해 묘사하는 인상주의적 경향을 띠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이다. 로마에서 2년가량 있는 동안 <교황 인노첸시오 10세>를 그리기도 하는데, 지나칠 정도로 사실적인 표현과 묘사로 인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훗날 이 작품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으로 오마주 되면서 더욱 유명해지기도 한다. 

그의 사후, 많은 화가가 그의 천재성을 흠모하며 존경을 표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특히 마네는 벨라스케스를 화가 중의 화가로 인정하면서, 작품 곳곳에서 벨라스케스의 화풍을 실험적으로 차용한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