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야심경』에서는 진실을 보고자 한다면 혹은 열반에 이르고자 한다면 “뒤바뀐 헛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한다. 그러려면 보살은 우선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해서 마음에 사로잡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말처럼 쉽지 않다. 다양하고 화려한 언어와 상징들이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싸한 말과 화려한 논변은 우리의 생각을 움직이고 진실 혹은 진리에 다가서는 듯하지만 이내 엇나가거나 심지어 우리를 가두어버리기도 한다. 일상에서도 경계해야 할 것이 말과 글에 속는 것인데, 하물며 깨달음의 길을 향해 가는 길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어디 말뿐이랴. 눈에 보이는 현상도 다르지 않다. 누군가 믿기 어려운 현상을 말하면, 대뜸 하는 말이 “네가 봤어?” 하고 되묻는 일이다. 만약 눈으로 직접 봤다면 사실로 인정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눈으로 봤다고 해서 진실을 담아낼 수 있을까? 보이는 게 보편적이고 절대적 진리일까. 그러고 보면 그림이나 사진만큼 주관적인 매체도 드물다. 언뜻 보면 세상을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아내는 것 같지만, 뒤바뀐 진실을 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같은 그림 속 평면 위에서도 화가나 감상자, 나아가 그림 속 등장인물의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서사가 전개되기도 한다. 이를 그림으로 보여준 화가가 있다. 그가 바로 ‘디에고 로드리게스 데 실바 이 벨라스케스(Diego Rodríguez de Silva y Velázquez, 1599~1660)’이다.
“벨라스케스는 화가 중에서도 진정한 화가이다.”
_에두아르 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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