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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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
  • 불광미디어
  • 승인 2022.11.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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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에 불교계에서는 ‘4대 생불’이라는 말이 떠돈 적이 있습니다. 마하 고사난다, 숭산 스님, 달라이 라마, 틱낫한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었는데, 출처가 어딘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다만 각각 남방불교(마하 고사난다), 선불교(숭산 스님), 티베트불교(달라이 라마)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는 것, 네 분 모두 유럽이나 북미에서 활동하거나 법문을 한 적이 있다는 것 등으로 그 출처를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네 분 중에 틱낫한 스님은 좀 결이 다른 존재였습니다. 익히 아는 바, 틱낫한 스님의 출신지인 베트남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선불교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틱낫한 스님은 정확히는 임제종 계통의 승려입니다. 그렇다고 이분이 선불교 진흥을 위해 애쓴 흔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많은 분들이 이분을 불교의 변용인 ‘마음챙김’을 서구에 전파한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나머지 세 분과 틱낫한 스님이 가장 다른 점은 너무도 잔잔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는 겁니다. 어려운 불교 교리는 그의 법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고, 굳이 ‘깨달음’을 강조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가 가르친 불교 수행은 오직 ‘호흡’뿐이었습니다. 또 시선만 바꾸어도 충분히 ‘불교적’인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생불’의 이미지와는 왠지 거리가 있는 느낌입니다.

여하튼 올해 1월 틱낫한 스님의 입적을 계기로 이제 소위 ‘생불’ 중에는 달라이 라마만 살아 계신 셈이 되었습니다.

이 책 <고요히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은 틱낫한 스님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프랑스 보르도 플럼빌리지에서 그의 출가 사찰인 베트남의 히에우 사원으로 돌아간 직후 출간된 책입니다. 사실상 모든 활동을 마무리한 시점에 나온 마지막 책이죠.

전반부에는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떻게 변용이 가능한지, 그리고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행복은 어떻게 지속되는지에 대해 스님 특유의 잔잔한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낮은 목소리는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후반부는 일종의 매뉴얼입니다. 행복의 기초가 되는 여덟 가지 실천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두고두고 삶의 지침이 될 만한 내용입니다.

국내에 첫 출간된 이 책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틱낫한 스님 입적 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역주행으로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고요히 앉아’ 일독하시기 추천드립니다.

 

틱낫한 지음 | 김윤종 옮김 | 17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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