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EB 20차 회의_Ⅰ] 한 손엔 평화 다른 손엔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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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EB 20차 회의_Ⅰ] 한 손엔 평화 다른 손엔 무기?
  • 최호승
  • 승인 2022.10.3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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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참여불교연대에서 10월 23일부터 30일까지 한국에서 제20차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2003년 이후 19년 만에 두 번째로 한국에서 열리는 컨퍼런스 과정과 결과를 두 차례 연재한다. 공동 주최였던 2003년과 달리 이번엔 정토회에서 단독 주최했다. <편집자 주>

기조 발제하는 사이 샘 캄
기조 발제하는 사이 샘 캄

딜레마다. 한 손으로는 평화를 전하고 다른 한 손으론 전쟁 자금이나 무기를 판매한다. 책임은 누가 물을까? 녹색으로 세탁하는 행위를 목격하면 불자는 무엇을 해야 하나? 피해자는 과거 악업의 결과 때문이라는 카르마의 해석으로 어떻게 젊은 세대를 이해시킬까?

세계참여불교연대(International Network of Engaged Buddhists, 이하 *INEB)가 2003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에서 두 번째로 가졌던 컨퍼런스는 부처님 가르침을 현실에 적극적으로 투영하고 실천하는 불자들의 고민이 깊었던 자리였다. 문경 정토연수원에서 열린 INEB 20차 컨퍼런스에는 14개국 80여 명의 불자가 참석했다.

*INEB은 1989년 태국에서 아잔 슐락 박사, 불자들, 일반 지식인, 사회 활동가들이 함께 설립했다. INEB은 방콕에 기반을 둔 Sathirakoses-Nagapradeepa Foundation 재단 산하의 독립단체로 운영되며, 건강하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사회 활동과 개인의 불교 수행을 통합하는 게 핵심 활동이다.

세계참여불교연대 20차 회의에는 14개국 80여 명의 불자들이 참여했다.
세계참여불교연대 20차 회의에는 14개국 80여 명의 불자들이 참여했다.

| 한 번쯤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고민_평화, 기후, 팬데믹
이번 회의 주제는 ‘분열된 세계에서의 불교: 평화, 지구환경, 팬데믹’이었다. INEB 이사이자 미얀마 자비개발재단 전 사무국장인 사이 샘 캄(Sai Sam Kham)이 기조 발제를 맡았다. 그는 미얀마 쿠데타로 비롯된 분열의 현상과 원인을 근거로 참여불교를 지향하는 각국의 불자와 불교 단체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 번쯤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고민이자 풀어야 할 숙제였다.

사이 샘 캄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가 소유한 양조장은 일본의 기린 맥주와 협업을 진행, 미얀마 맥주는 2020년 첫 3개월 동안 2,27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미얀마 군부와 관련 있는 국영 기업들도 수입을 올렸다. 그의 주장은 세계의 모든 전쟁에 비즈니스 이익과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있다는 것.

그는 수위를 높였다. 1990년부터 2016년까지 미얀마 군부에 가장 큰 무기 공급국가는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인도라고 주장했다. 미얀마 군부가 사용 중인 군함 중 한국의 군함도 있다고 했다. 나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중 3개국이 미얀마 학살을 일으킨 군부에 무기를 공급한다고 고발했다.

“이는 단 한 나라의 경험입니다.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개인으로서. 기관으로서, 운동으로서, 참여하는 불자로서 유엔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요? 또 왼손으로 평화상을 나눠주고 오른손으로 전쟁 자금을 지원하거나 무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거두는 동안 우리는 수백만 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사실 기후변화는 INEB에서도 늘 핵심 주제였다. 사이 샘 캄은 기후변화가 그 자체로 정치이자 산업이 되는 점에 주목했다. 에너지 솔루션, 탄소 프로젝트, 기후 스마트 종자/농업 등 여러 녹색 솔루션을 포함한 1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라고 했다. 일부는 특히 가난한 국가나 가난한 농업 지역사회에 피해를 준다고 했다. 주의하지 않으면 기후변화 관련 자본주의적 해결책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한 마디로 ‘녹색으로 세탁한다’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을 살피라는 것.

“기후변화 정치에서 소농은 탄소 생산자 또는 오염자로 비난받지만, 대규모 농업 기업은 ‘효율성’을 위해 촉진합니다. 매우 조심해야 하는 광범위한 글로벌 정책입니다. 농부들이 투쟁이 기술적이거나 관료적이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고통받습니다. 기후 해결책에 대한 모든 제안은 그들의 목소리와 대표권을 인정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대변되는 팬데믹 부분에서는 식량의 생산, 유통 및 소비 방식을 바꾸지 않다면 한 가지 혹은 다른 전염병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기후 재해, 정치적 불안정 또는 전쟁까지 결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염병을 유발하는 기업식 농업 모델을 다루기 위해 유기농업 및 농생태학 분야에서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 중인 INEB의 행동을 요구했다.

기조 발제를 경청하는 참가자들
기조 발제를 경청하는 참가자들

| 어려운 질문 앞에 서기_카르마와 폭력
사이 샘 캄은 참여불교를 지향하는 불자에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평화, 기후변화, 팬데믹 현상에서 발생한 분열이 드러낸 본질이고 어려운 질문 앞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카르마와 폭력이다.

그는 먼저 업보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는지 물었다. 미얀마의 쿠데타와 이에 저항하는 스님과 기독교 사제들을 예로 들었다. 옷을 벗고 무기를 든 스님들도 있는 반면 미얀마 군부와 쿠데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추종자들은 불교를 보호하는 유일한 군대가 미얀마 군부라고 믿는다고 했다. 나중에는 미얀마 불교가 군부의 정권이 정치적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종교인지 의문까지 제기됐다고 했다.

“미얀마의 상좌부 전통, 또는 대다수 불자는 카르마를 전생에 축적된 좋은 카르마 또는 나쁜 카르마로부터 미리 설정된 결정론으로 이해합니다. 이 입장은 두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하나는 성폭력 등 불의나 괴로움을 당한 사람은 악업 때문이라고 보는 인식입니다. 또 하나는 책임성입니다. 업보의 수레바퀴가 돌고 있어 정의를 추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불의에 대한 징벌적 정의는 바람직하지 않은 복수로 간주하고, 피해자는 용서해야 합니다. 자신의 국가, 사회에서 자신의 경험은 어떻습니까? 참여불교는 어떻게 정의와 책임에 접근하나요?”

폭력과 비폭력 사이에서 불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이 샘 캄에 따르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비폭력만을 주장하긴 어려워서다. 그는 미얀마 지역사회에서 젊은 불자의 많은 수가 혁명에 합류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는 비폭력 행동을 취했지만, 많은 이가 무장 운동 중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그는 폭력적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질문을 참가자들에게도 던졌다.

“폭력적인 사람이 내 문을 두드린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잔혹한 군사 작전의 희생자라면 나는 도망갈 것인가, 기도하고 묵상할 것인가, 아니면 무기를 들고 그들을 보호할 것인가? 불자는 어떻게 폭력을 행사합니까? 인간뿐 아니라 다른 존재를 죽이거나 해치는 모든 행위는 불건전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고기를 먹습니다. 정육점 등이 살생을 저지르도록 내버려 뒀습니다. 악업을 아웃소싱합니다.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닌지요? 이 딜레마와 역설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습니까?”

사이 샘 캄은 미얀마 쿠데타가 오랫동안 가려진 미얀마 상좌부 불교의 모순, 어려운 질문, 금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는 불교의 모순을 더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불자는 어려운 질문에 직면하고 답이 없으면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젋은) 세대 전체를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미얀마에서 불교의 종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성 세대는 가르침이 계속되는 게 보고 싶다면 젊은이들에게 답을 줘야 합니다.”

미얀마 쿠데타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으킨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 사이 샘 캄. 그는 행동이 결실을 보든 말든 기대나 집착 없이 계속해서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의 말을 인용하며 국가의 좁은 범위를 넘은 연대를 역설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사람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울림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다. 조계종 전 화쟁위원장이자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인 도법 스님, 스리랑카 와폴라 라훌라 불교연구소의 전무 이사 갈칸데 담마난다 테라 스님, 호주 멜버른의 불교 평화펠로우십지부 설립자 질지린 제임슨, 인도네시아 불교 학생 연합의 고문 윈토모 챤드라, 찬다랑시 시소반 등이 자리한 패널토론에서 참가자들의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기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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