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묵 스님 “집착·화·나태의 마음 이해하면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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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묵 스님 “집착·화·나태의 마음 이해하면 소멸”
  • 최호승
  • 승인 2022.09.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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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제멋대로일까? 반쯤 맞고 반쯤 틀리다. 반은 자신의 의지가 있어서다. 마음은 어떤 조건을 만나면 움직이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것은 갖고 싶고 싫은 것은 멀리하고 싶다. ‘것’은 대상이자 조건이며 ‘싶다’는 의지이자 마음이며 결과다. 그런데 이 마음이 문제란다. 마음이 부정적인 쪽으로 형태를 갖추면 집착, 화, 스트레스, 분노, 슬픔, 비관, 절망, 허무, 짜증, 지루함 등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화, 이해하면 사라진다』의 저자 춘천 제따와나선원장 일묵 스님은 “대상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했다. 바른 삼매를 닦기 위한 준비는 이것부터 알아야 한다고 했다. 바른 삼매로 내딛는 첫걸음은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관찰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 여기서부터 9월 24일 서울 봉은사 보우당에서 ‘2022 서울릴랙스위크_수행주간 Retreat’의 첫 페이지가 열렸다.

| 마음 관찰 : 대상이 아니라 마음이다
일묵 스님은 ‘이해하고 내려놓기_붓다의 호흡 수행’의 첫 번째 세션을 ‘마음 관찰’로 열었다. 모든 현상은 조건에 의지해서 조건 따라 일어났다가 사라진다는 사실부터 설명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경험하는 괴로움을 벗어나는 방법이 명상, 즉 불교 수행에 있다고 했다. 조건에 의지해서 조건 따라 일어나니 조건을 없애면 된다는 것.

“괴로움이 일어나는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괴로움을 경험하는 주체가 뭐라고 생각할까요? 보통 내가 괴로움을 겪는다고 하지만, 불교는 어떤 대상(상황이나 조건)과 만났을 때 괴로움을 겪는 주체를 마음이라고 합니다. 마음이 작용하지 않으면 괴로움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작용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대상입니다.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 즉 눈, 귀, 코, 혀, 몸 등이 대상과 접촉해서 감지된 것을 의식이 분별합니다. 이 분별하는 게 마음이에요.”

‘명상하는 작가’ 곽정은의 ‘내면 평화 프로젝트’에 이어 두 번째 릴랙스위크 프로그램이었다. 일묵 스님과 곽정은이 말을 맞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난주 프로그램의 확장판인 듯,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는 설명이 이어졌다. 참가자들 눈빛이 빛났다.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였다.

“마음을 변하지 않는 실체로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눈에 어떤 형상이 닿으면 알고, 소리가 귀에 닿을 때 우리는 압니다. 안이비설신에서 감지하는 게 바로 오감, 즉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입니다. 다시 말해 눈은 빛깔[色], 귀는 소리[聲], 코는 냄새[香], 혀는 맛[味], 몸은 느낌[觸]을 감지하는데, 이때 마음이 분별을 작용해서 대상을 알게 하는 겁니다.”

분별은 이제껏 쌓아온 지식이나 경험을 말했다.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것부터 경험을 통한 ‘좋다’ ‘싫다’의 감정적인 부분까지 포함했다. ‘좋다’라는 감정이 일어나면 행복하고 ‘싫다’라는 감정이 생기면 괴로움이 생기는 원리랬다. 마음은 제멋대로? 아니었다. 자신이 알게 모르게 결정하는 게 마음이었다.

“불교에서 수행은 대상을 바꾸는 게 아닙니다. 마음은 바꾸는 게 수행입니다. 대상을 바라보는 그 마음을 아는 연습, 이게 마음 관찰이자 알아차림의 의미입니다. 그 마음에 탐욕이 있는지, 성냄이 있는지, 나태함과 혼침이 있는지 알아차리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 바른 삼매 : 마음을 길들여 삼매에 든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독심(三毒心), 그러니까 독처럼 해로운 세 가지 마음이 바로 탐진치(貪瞋痴)다. 탐욕과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 일묵 스님은 어리석음을 아는 부분까지 안내하진 않았다. 대신 해태(懈怠=나태, 게으름)와 혼침(昏沈, 정신이 혼미)까지 알아차려도 좋다고 했다. 더 쉽게 표현하자면 탐욕은 집착이며 성냄은 분노나 화, 해태와 혼침은 게으름과 무기력, 우울 등을 말한다.

“집착은 포기가 안 된다는 말입니다. 정신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는 화죠. 행복했던 느낌을 추억하고 즐기려는 마음, 미래에 이랬으면 좋겠다는 마음, 삼매에 들어가 맛을 보고 싶다 등등 모두 탐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스님은 설명하면서 잠깐잠깐 실참을 유도했다. 삼매를 닦는 방식으로 호흡이라는 방편을 썼다. 눈이 대상과 접촉하면 생각(번뇌 혹은 마음)이 일어나기에 눈은 감으랬다. 반가부좌나 평좌도 좋고 손을 자연스럽게 무릎에 두라고 일렀다. 대신 허리는 곧게 펴야 했다. 숨은 코로만 쉬어야 했고,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만 바라보고 있으랬다. 그러면서 “잘 해보려는 욕심은 긴장하게 만든다”며 “마음을 좀 쉬면서 내 마음을 이해해보겠다는 자세로 여유롭게 접근하시라”고 조언했다.

“생각(마음)이 일어나면 버릴려고 의식적으로 애쓰지 마십시오. 시비 거는 대상에 대꾸하면 일이 더 커집니다. 난 왜 화를 낼까? 저 사람이 날 화나게 하고, 화를 내는 내가 싫다…. 이렇게 됩니다.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놓아버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남 일 보듯 하세요. 행복했던 추억이 떠오르면 ‘아 탐욕 있는 마음이구나’하고 바라보고 호흡으로 돌아오세요.”

| 반조反照 : 돌이켜 살펴보다
보우당에 스님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고른 숨소리와 간간이 법당 밖 소리만 새어 들어왔다. 고른 숨소리는 수십 분 이어졌다. 종소리가 울렸고, 잠깐의 호흡 수행이 끝났다. 그리고 호흡 수행 중에 일어난 자기의 마음을 돌이켜 살펴보는 과정이 이어졌다. 어떤 생각이 일어났고, 어떤 장애가 생겼으며, 어떻게 호흡을 돌아왔는지 되새김질하고 검증하는 시간이었다.

몇 가지 질문이 생겼다. 호흡에 마음을 붙들어 매는 몰입이 잘 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

“순경계(順境界)는 빛이 나타나거나 희열과 행복감을 느끼고 집중이 잘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분명히 이 경계는 긍정적이에요. 하지만 다음이 중요합니다. 그 경계에 집착하거나 마음이 달라붙으면 문제를 일으킵니다. 바로 탐욕하는 마음이죠. 그런 경계를 경험한 뒤 내 마음에서 번뇌가 덜어졌는지, 탐욕이 생겼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산에 오르다 중턱쯤에서 좋은 경치를 내려다보면서 거기에 머물면 정상에 오르진 못합니다. 괴로움의 소멸로 가야지, 거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참가자들은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고 관찰했을까. 일묵 스님은 수행도 믿음과 원력이 있어야 한다는 격려로 ‘이해하고 내려놓기_붓다의 호흡 수행’의 마지막 세션을 닫았다.

“이 호흡 수행을 제대로 꾸준히 하십시오. 이것이 씨앗이 돼서 아라한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수행하시길 바랍니다.”

글. 최호승
사진. 마인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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