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의 선과 정토] 하산(下山)
상태바
[미쿡의 선과 정토] 하산(下山)
  • 현안 스님
  • 승인 2022.10.0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63)]
출처 셔터스톡

예전에 영화 스님은 제자들에게 “노산사(영화 선사의 첫 도량)는 사람을 훈련시키는 곳”이라고 말씀하면서, 제자들이 힘을 키워서 준비가 되면 그때 내보낼 것이라 했습니다. 사실 노산사에서는 위산사보다 훨씬 더 괴로움이 많았습니다. 좁은 곳에서 많은 사람과 부딪히며 헤쳐 나가야 했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도량, 위산사가 생겨났습니다. 이제 더는 노산사에 숨어서 훈련만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고,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위산사라는 공간을 마련한 겁니다.

그건 대승 수행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옛날엔 그런 걸 “하산”이라고 했습니다. 준비된 제자들을 산 아래 보내는 겁니다. 달리 말해서 우선 여러분이 혼자서도 충분히 강해져야 하는 겁니다. 그러면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곳이 바로 소승과 대승을 구별 짓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수행해서 자족(自足, 스스로 충족할 수 있는)할 수 있는 어떤 단계에 이릅니다. 예를 들면 소승에서는 그게 마지막 목표에 도달하는 겁니다. 완전히 혼자서도 괜찮고,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겁니다. 그건 지혜의 어떤 특정한 단계입니다. 어떤 것에도 관여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반대로 대승에서는 한 걸음 앞으로 더 나갑니다. 어떻게 진군할까요? 우린 커뮤니티에 기여하고자 사회에 참여하면서 진군합니다. 그것이 바로 비불교적 방식과 불교적 방식의 차이점입니다. 불교적 방식에서는 우리가 우선 힘을 키워서 자족하도록 합니다. 우리가 자족할 수 있어야만, 그때 다른 이를 도울 수 있습니다. 사람을 돕기 위해서 마음이 명료해야만 합니다. 그때 더 많은 이들을 짊어질 힘이 있는 겁니다. 어떤 때에는 누군갈 도우려면 그들을 짊어져야만 합니다. 그들을 짊어지고 얻어맞는 걸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걸 “자족(Self sufficiency)”이라고 부릅니다.

외도수행자들은 다른 이들을 돕는 걸 너무 열망합니다. 남을 돕기엔 너무 이릅니다. 자족할 수 없으면 많은 이를 도울 수 없습니다. 우린 불교에서 여러분이 우선 단단하고 견고한 기반을 세우길 바랍니다. 첫째로 기반을 세우고, 자족할 수 있는 기반을 쌓습니다. 그래야 여러분이 다른 이를 진짜 도울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나요? 그들도 자족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겁니다. 여러분이 다른 이에게 자족함에 대해서 가르치고 싶다면, 그런 방법을 배우려면, 우선 자기 스스로 자족할 수 있도록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자족할 수 있어야만, 다른 이를 도울 때 그것이 그들을 위한 것이 됩니다. 여러분이 그들이 필요하지 않아야만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스스로 충족할 수 없다면, 즉 자족할 수 없으면서 남을 도우려고 하면, 그건 자기 스스로를 먼저 이롭게 할 뿐입니다. 그게 바로 부처님의 지혜입니다. 대승은 다른 방식과는 다릅니다. 우리가 타인을 돕기 위한 기술을 습득하기 전, 우선 자족함을 배워야만 합니다.

우리가 자족할 수 없다면, 여전히 자기 자신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을 겁니다. 자신을 위한 욕심이 일어날 겁니다. 자기 자신을 이롭게 하는 이유에 기반을 두고 일을 합니다. 그러면 진실로 순수하게 남을 도울 수 없습니다. 자족하지 않으면서 타인을 도우려고 한다면, 우선 자기 자신부터 챙기게 됩니다. 그게 무슨 뜻일까요? 빌 게이츠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그는 매우 부유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선 사업하는 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는 자족할 수 없으므로, 이런 모든 자선 사업이 실상 자기 자신을 이롭게 합니다. 대승의 관점에서는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우린 단계적으로 진전합니다. 그렇게 여러분이 더는 자신을 위한 욕심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되도록 갈고 닦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이미 필요한 모든 걸 갖춰서 더는 욕심낼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게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그러면 스스로를 챙기는 데 급급하지 않게 됩니다. 그때 타인을 돕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궁극적으로 여러분도 다른 이에게 자족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여러분이 우선 자족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그렇게 되면 스스로 이해합니다. 스스로 그게 어떤 것인지 알게 됩니다. 여러분이 진정으로 자족하기 전까지는 이런 게 그냥 지적인 개념일 뿐입니다. 여러분이 자족하게 되면, 그건 마음의 상태입니다. 그걸 말로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매우 충만하고 완전하다고 느끼는 겁니다. 아무것도 필요치 않은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전혀 욕심을 내지 않게 됩니다. 모든 걸 가졌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은 늘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자족하면 이미 너무나 행복합니다. 그때 다른 이들도 그렇게 되도록 도울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됩니다.

자족할 수 있는 상태가 되려면 우리 자신의 문제들을 푸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한 자족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선 수행은 결가부좌로 앉아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 모든 것들이 선 수행을 위한 도구들입니다. 대승에서는 준비가 되기 전 이런 도구들을 다른 이들을 돕는 데 쓰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남을 도울 수 있는 준비가 된 자에게만 쓰도록 합니다. 그리고 중국인은 그런 걸 하산이라고 부릅니다.

*참고법문: 영화 선사의 'Self Sufficiency(자족)'(2017년 2월 12일)

 

현안(賢安, XianAn)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미국에서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