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같은 지리산에 상무주암이 있다. 요즈음은 ‘지리산 7암자 순례길’로 알려졌지만, 스님은 남들이 모르던 40년 전부터 머물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보조 스님이 머물렀다. 스님은 상무주암에서 세상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불광이 지리산으로 찾아 나섰다.
꿈인가? 현실인가?
Q 불교에서는 ‘본래 생사(生死)가 없다’고 말하는데, 저도 그렇고 중생들은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본래 생사가 없다’라고 하는데,
왜 죽음이 두려울까요?
현기 스님(이하 현기) 두려워하면 안 됩니까? 왜 그렇게 두려움을 걱정합니까? 말씀해 보이소.
Q 왜 두려워하는지 모르지만 두렵기만 합니다. ‘공부하면 답을 얻지 않을까?’ 하는데 잘 안 됩니다.
현기 자연계는 두려워하든 그렇지 않든 잘 지나가고 있습니다. 물 흐르듯 잘 지나가고 있습니다. 묻는 이도 나이가 돼 보이고, 과거의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그 어려움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까? 지나갔습니까?
Q 마음속에는 남아 있는 듯합니다.
현기 과거의 그 현장은 지나가고 지금은 허상만 남아 있는 거잖아요? 그럼 잘 지나간 것 아닙니까? 허상은 잘 지나가고 지금은 기억만 있는 것이니까, 실체는 다 지나갔잖아요? 지금의 어려움도 그와 같이 잘 사라집니다. 어려움은 잘 사라질 때가 있습니다. 잘 사라집니다.
Q ‘산하대지가 꿈속에 있다’라는 말씀도 하시고, ‘우리가 사는 것이 꼭두각시놀음이다’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지금 사는 것이 ‘꼭두각시놀음’은 맞습니까?
현기 ‘산하대지가 꿈속에 있다’고 말했다면, ‘지금 이 자리, 이 시간이 꿈속인지, 밖인지’ 한번 말해 보세요.
Q 머리로는 꿈 밖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이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아닌가?’ 하는 집착이 있습니다.
현기 ‘지금 이 자리, 이 시간이 분명히 꿈이 아닌 현실이다’라는 말이죠? 꿈과 현실을 구분해 봅시다. ‘이게 현실이면서도 사실이다. 이거는 꿈속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지금 이때, 이 자리가 꿈속이 아니라면 항상(恒常)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항상하다고 생각이 듭니까?
Q 자기 전이나 죽기 전까지 그러지 않을까요?
현기 이게 사실이고 현실이면, ‘이것은 분명히 존재한다’라는 말이에요. 존재는 뿌리가 있어 사실이고 진실이면, ‘존재로서 그 근본이 있다’라는 이 말입니다. 사실이면 이것은 언제까지라도 존재해야 하는데, 내가 ‘언제까지 존재하느냐’ 물으니까 거기에 대해선 확실히 대답을 못 하시네요?(웃음)
‘현실은 꿈이 아니다’라고 앞서 말을 했으면, ‘꿈이 아니다’라고 하면 대답이 확실해야 하는데, 대답이 불분명한 것 같아요.
이제 물어봅시다. 꿈이라는 것은 꿈꿀 때는 있지만, 아침에 눈 떠보면 사라지지 않습니까? 잘 때는 있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사라진다. 그러면 어제저녁 꿈속에 있었던 거는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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