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가 된 별님, 북두칠성] 남극성과 수성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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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가 된 별님, 북두칠성] 남극성과 수성노인도
  • 지미령
  • 승인 2022.07.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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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이 밝으면
나라가 창성하고,
백성이 장수한다”
〈수성노인도〉, 조선시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수노인성 신앙

수노인(壽老人)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믿은 남극성(南極星)을 신격화한 도교의 신선이다. 남극성, 혹은 수노인성(壽老人星), 수성노인으로 불리는 이 별자리는 원래 수명과 국가의 흥망성쇠를 예측한다고 전해져, 사람들은 이 별에 제사를 지내 나라의 안녕과 장수를 기원했다. 수노인성 신앙은 한국의 칠성신앙이나 산신신앙 등에 비해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기원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는 경순왕 8년(934)에 남극성이 최초로 관측됐다는 기록이 전하고, 도상으로는 고구려 덕흥리 2호분의 앞방 남벽의 천장고임에 원형으로 묘사한 수노인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별자리를 그린 것으로 수노인성을 인격화한 것은 아니다. 

수노인성에게 제를 올린 최초의 기록은 『고려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려 1039년(정종 5)에 ‘남교에서 노인성에 제를 올렸다(祀老人星於南郊)’라는 기록이 그것이며, 『동국이상국집』에는 초례문(醮禮文)과 제문이 전한다. 더해서 『태종실록』에는 제를 올리는 시기와 장소, 제를 올리는 방법 등이 상세하게 기술됐다. 즉, 수노인성에 대한 신앙은 삼국시대부터 조선 중기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수노인성에 제를 올리는 행사는 왕실이 주관하는 국가적 행사였지만, 조선 중기에 도교의 신들에게 제사를 올리는 장소인 소격소를 없애면서 수노인성을 비롯한 신선들은 존숭의 대상에서 사라져갔다. 이후 조선 후기에 부활시키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정조는 수노인성제 복구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언급을 했다.

성단은 영성과 수성에 제사하던 단이다. 영성은 바로 농상으로 이 별에 제사하는 것은 풍년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고, 수성은 노인성으로 이 별에 제사하는 것은 장수하기를 바라서이다. 나는 농업을 중시하고 어버이의 장수를 비는 마음에서 이 두 별에 대한 제사를 거행하여 국초의 법을 회복하기로 생각하였다.

__ 『홍재전서』 「성단향의」 1권 중

수노인성제를 복구하고자 하는 정조의 노력에도 수노인성제는 시행되지 못했다. 이후 수노인성제와 관련한 기록은 1865년(고종 2)의 ‘노인성은 추분에 제사한다. 노인성에 대한 제사는 폐지한다’(『대전회통』)는 내용이 전하고 있다. 수노인성제는 폐지됐으나 실학자들의 관심은 여전했다. 이익(1681~1763)은 자신의 저서 『성호사설』에서, ‘수노인성은 한라산에서만 항상 볼 수 있다. 그래서 제주에는 장수하는 사람이 많다’고 기술했다.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완당전집』에 ‘남극노인성이 나타나면 정치가 편안해진다. (중략) 노인성이 밝으면 임금이 장수하고 창성하다’라고 기술했다.

수노인성제가 왕실행사에서 폐지되면서 점차 민간신앙의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된다. 수노인성은 제주도 천지왕(天地王) 본풀이나 황해도 탈놀이에서 등장하고, 민간에서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수복점의 대상이 됐다. 이능화(1869~1943)의 『조선도교사』에는 ‘조선사람은 환갑을 축하하는 시에 노인성을 많이 인용해 축수의 말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기술해, 수노인성이 여전히 수명과 관련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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