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의 유언 ‘도리천 가는 길, 낭산’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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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의 유언 ‘도리천 가는 길, 낭산’ 열리다
  • 최호승
  • 승인 2022.06.16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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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황복사 삼층석탑 사리 장엄구의 금제 불상
전 황복사 삼층석탑 사리 장엄구의 금제 불상

“내가 죽거든 도리천에 묻어달라.”

신라 제27대 왕인 선덕여왕의 유언에 신하들은 당황했다. 도리천이 어딘지 몰라서다. 선덕여왕은 낭산의 남쪽이라고 일렀다. 불교의 우주관에서는 사천왕천(四天王天, 수미산 중턱에 있으며 사천왕이 주재) 위에 도리천(忉利天, 수미산 정상에 있으며 불법의 수호신 제석천이 주재)이 있다. 문무왕 19년(679) 낭산 기슭에 사천왕사가 세워지자 신라인들은 그제야 선덕여왕의 성스러움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선덕여왕이 일러준 ‘낭산, 도리천 가는 길’이 열렸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과 국립경주박물관, (재)성림문화재연구원이 6월 15일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낭산, 도리천 가는 길’ 특별전을 개최한 것.

전 황복사 출토 신장상
전 황복사 출토 신장상
전 황복사 삼층석탑 사리 장엄구
전 황복사 삼층석탑 사리 장엄구

9월 12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은 신라인이 각별하게 여긴 경주 낭산과 낭산에 분포한 다양한 문화유산과 그 의미를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자리로 5개 주제로 구성됐다.

‘낭산으로의 초대’(프롤로그)는 신라 왕경 중 낭산의 위치와 낭산에 있는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공간이며, ‘신들이 노닐던 세계’는 사천왕사와 전(傳)황복사 등 낭산의 사찰에서 다양한 신장상(神將像)이 만들어진 배경을 소개한다. 토착 신앙의 성지이던 낭산이 불교라는 새로운 사상의 공간으로 변하긴 했지만, 신성한 공간이라는 인식과 국가를 지켜준다는 상징성만큼은 그대로 이어진 배경을 담았다.

‘왕들이 잠든 세상’은 진평왕릉과 선덕여왕릉이 낭산 일원에 들어서면서 낭산이 신라왕들의 영원한 안식처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왕의 명복을 비는 사찰 건립을 소개한다. 1942년 전 황복사 삼층석탑에서 수습된 사리 장엄구는 이러한 양상을 잘 보여주는데, 국보로 지정된 금제 불상 2구를 비롯한 사리 장엄구가 세상에 나온 지 80년 만에 처음으로 일괄 전시됐다.

사천왕사 출토 신장상 벽전
사천왕사 출토 신장상 벽전
낭산 출토 십일면관음보살상
낭산 출토 십일면관음보살상

‘소망과 포용의 공간’에서는 낭산이 국가와 왕실의 안녕뿐만 아니라 차츰 개인의 소망을 기원하던 성격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국립경주박물관과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보관한 능지탑 발굴 문화유산을 한 자리에 선보인다.

능지탑의 원형을 짐작게 하는 벽전(甓塼, 벽면이나 기단 면을 장식하는 전돌)과 상륜부 장식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낭산 서쪽 자락에서 발견됐다가 국립경주박물관에 남은 십일면관음보살상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진 약사불상이 처음으로 함께 전시된다.

‘전시를 마치며’(에필로그)에서는 사역(寺域) 대부분이 발굴됐는데도 사찰의 명칭조차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전 황복사의 사례를 소개하며, 낭산의 문화유산에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낭산의 문화유산과 그 역사 속 이야기들이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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