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있수다] “우리집으로 가자” 돌아가는 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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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있수다] “우리집으로 가자” 돌아가는 보물들
  • 최호승
  • 승인 2022.06.0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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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미디어는 뉴스레터 형식의 ‘이슈 있수다’에서 불교계 뉴스 가운데 이슈를 골라 소개합니다. 분초를 다투고 쏟아지는 많은 뉴스 속에 꼭 되새겨볼 만한 뉴스를 선정, 읽기 쉽게 요약 정리해 독자들과 수다를 나누듯 큐레이션 합니다.

불교 이슈 있수다
1. 집으로 돌아가는 성보들
2. 나한의 호주 나들이 ‘성공적’
3. 프랑스 ‘테이스트 코리아 2022’

아이돌 그룹 2PM 멤버 준호 아시죠?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정조 이산 역으로 사랑을 받았는데요. 준호가 <우리집> 노래에서 “우리집으로 가자”라는 가사와 춤으로 큰 호응을 받기도 했어요. 왜 이런 말을 하냐고요? 도난됐다가 다시 찾아온 성스러운 보물[성보(聖寶)]들이 부처님에게 인사드리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합니다. 호주에서 큰 인기를 얻은 창령사터 오백나한, 프랑스 ‘테이스트 코리아 2022’에서 주가를 올린 템플스테이도 가져왔어요.

6월 8일 봉행한 도난 성보 환수 고불식
6월 8일 봉행한 도난 성보 환수 고불식

첫 번째 이슈 있수다 | 도난 성보 30여 년 만에 환지본처
조계종이 6월 8일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도난 성보의 환수 *고불식(告佛式)을 열었어요. 성보가 자기네 집인 원소장처 사찰로 가기 전에 부처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환지본처(還至本處) 하는 거예요. 고불식에는 장수 팔성사 목조아미타불좌상에 나왔고, 조계종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등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 등 행정부서장들이 모두 참석했어요.

*고불식(告佛式) : 중요한 일을 부처님에게 알리는 의례의식.
**환지본처(還至本處) :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불교용어.

도난 성보? 얼마나 되는데?
문화유산 관리가 어려웠던 시절, 절에 있던 문화유산을 몰래 훔쳐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되면 경매 시장에서 되파는 일이 있어요. 조계종과 서울지능범죄수사대, 광진경찰서의 공조로 1989년부터 1994년까지 도난된 후 장기간 은닉된 불교문화유산(불교문화재) 7건 25점을 회수했다네요.

어떻게 찾았어?
제보가 들어오면 도난 성보 목록과 대조해서 수사를 공조하는 거죠. 성보 환수는 2016년 4월 문경 김룡사 사천왕도를 수사하면서 시작됐어요. 조계종이 서울지능범죄수사대 및 광진경찰서와 협업한 것도 이때고요. 1989년 9월 새벽에 사라진 해남 대흥사 목조아미타삼존불상은 개인의 사립박물관 수장고에서 발견됐어요. 문경 운암사 목조관음보살상과 목조대세지보살상도 그랬죠.

특히 불화는 절도범이 노리는 성보인데, 그림만 오려서 접어가 말아서 부피를 줄여서 가져간다고 해요. 그렇게 외국 유명 미술품 경매장에서 팔린다네요. 대부분 조선시대 불화여서 도난 당시에는 문화재 지정도 안 돼서 발견도 힘들다고 해요. 2014년 서울의 한 사립박물관에 숨겨진 불화 대다수가 미술 경매시장에 나오면서부터 환수했어요. 환수된 성보는 무려 31건 48점! 2016년 사건 피의자가 또 다른 성보를 은닉했다는 제보로 또 환수했고요.

해남 대흥사 목조아미타삼존불상, 불교중앙박물관 제공
해남 대흥사 목조아미타삼존불상, 불교중앙박물관 제공

사립박물관에서 많이 소장했네?
네. 이게 성보 환수의 중요한 분수령이었어요. 법보신문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문화재팀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의 인터뷰가 상세하게 실리기도 했어요. 2014년 사립박물관 사건인데, 한 번 도난당한 성보가 자기네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어요.

도난을 입증하면 쉽게 찾지 않아?
쉽지 않아요, 2014년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난 도난 성보를 박물관에 전시하는 수법이었는데, “문화재 해외 유출을 막고 향후 전시하려고 했다”라는 취지의 진술이 법원에 먹혔던 거죠. 민법 249조에 있는 ‘***선의 취득(善意取得)’이 쟁점이에요.

은닉한 성보를 돌려받기 위해서는 첫째 해당 성보가 문화재임을 알고 은닉했거나, 둘째 선의로 해당 성보를 취득한 게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야 하거든요. 사실 두 번째가 어려워요. 성보를 팔았거나 넘긴 사람이 해당 성보에 대한 권리가 없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하면, 선의 취득이 인정돼 점유권을 인정받거든요. 그러면 돌려받기 힘들게 돼요.

***선의 취득(善意取得) : 즉시 취득이라고도 하며 거래의 안전을 위해 동산의 점유에 공신력을 인정하는 제도. 평온·공연하게 동산을 양수한 자가 선의이며 과실 없이 그 동산을 점유한 경우에는 양도인이 정당한 소유자가 아닌 때에도 즉시 그 동산의 소유권을 취득.

그럼 소송은 어떻게 됐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찰이 승소했어요. 피해사찰들이 도난불교문화재피해자사찰협의회를 구성했고, 2017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장을 접수했어요. 해당 사립박물관장은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항고해서 2심이 진행됐고, 2심 법원은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어요. 특히 2심은 도난 성보 관련 재판에서 처음으로 성보 몰수를 선고했어요. 성보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선례가 된 거죠. 2심에도 불복해 대법원까지 갔지만, 2020년 6월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어요. 도난 성보는 판결 이후 2021년 12월에야 자기네 집인 사찰에 소유권이 돌아왔고요.

뱀발 : 현대불교신문 보도 '도난 불교문화재 은닉 사립박물관장 법정 구속'에 따르면 6월 3일 서울중앙지장법원에서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그동안 성보를 은닉한 전 사립박물관장에게 집행유예 없이 징역 1년형을 판결했다네요. 집행유예도 없는 실형을 선고했는데요, 은닉 성보들도 몰수 명령을 내렸다고 해요.

돌아온 성보는 뭐야?
완주 위봉사의 관음·지장보살입상을 비롯해 해남 대흥사의 대둔사 아미타삼존불좌상, 문경 운암사 관음·대세지보살좌상, 장수 팔성사 아미타불좌상, 군위 법주사 관음·대세지보살좌상, 여수 용문사 관음보살좌상, 문경 김룡사 사천왕도 등 7건이에요. 1건마다 불상이 2점인 경우도 있고, 불상 안에 복장물까지 합하면 총 25점이 되는 거죠.

TIP : 고불식을 마친 성보들은 6월 20일에서 22일 사이에 원래 있었던 사찰로 돌아간다고 해요. 앞서 불광미디어 웹사이트에 소개했는데, 불교중앙박물관의 환지본처 전시는 6월 12일까지예요..

호두 시드니 파워하우스박물관에 전시된 창령사터 오백나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공
호두 시드니 파워하우스박물관에 전시된 창령사터 오백나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공

두 번째 이슈 있수다 | <오징어게임> 다음 주자는 나한
한국 콘텐츠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기억하나요? 호주로 간 오백나한이 이 드라마의 다음을 이을 콘텐츠로 호평을 받았다고 해요. 호주 시드니 파워하우스박물관에서 열린 <창령사터 오백나한> 전시 이야기예요.

<오징어게임> 만큼 인기였어?
<오징어게임>의 높은 인기를 가늠하기 어렵죠^^ 하지만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총 누적 관람객 숫자가 23만 명을 넘었어요. 그리고 호주 현지 언론의 관심과 비평가들의 호평이 이어졌다네요.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오징어게임은 비켜라: 한국의 다음 주자는 나한’이라는 제목으로 전면을 할애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전시가) 한류와 시너지를 발휘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라고 썼고, ‘2022년 가장 아름다운 전시 중 하나’라는 제목으로 리뷰 기사도 실었다네요.

다녀간 사람들은 뭐래?
“전시공간에 머무는 시간 동안 복잡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친근하고 소박한 미소의 나한들을 보면서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유물과 현대미술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어 감동이었다” 등 다양한 소감을 밝혔다고 해요.

개성 넘치는 오백나한의 얼굴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공
개성 넘치는 오백나한의 얼굴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공

오백나한 생김새가 진짜 모두 달라?
네! 그동안 불광미디어도 월간 불광 통권 563(9월)호 '익살과 근엄 사이, 나한'에서 나한을 주제로 다뤘고, 여기에 실린 이진경 교수의 ‘우리 얼굴로 다시 태어난 나한’이라는 글에는 생김새의 미학을 풀어놨어요. 경향신문의 이기환 역사스토리텔러 기자는 ‘호주도 열광한 볼매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는데요, “들어갈 때는 확실히 들어가고 나올 때는 확실히 나온 뚜렷한 이목구비의 다비드상과는 천양지차죠. 뭐 시쳇말로 전형적인 오징어 얼굴”이라며 개성 넘치는 창령사터 오백나한을 설명했어요.

왜 호주까지 갔어?
한국과 호주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한 거예요. 창령사터 오백나한을 소장한 국립춘천박물관이 빌려 준건데, 오백나한의 첫 해외 나들이라네요. 코로나19로 장기간 폐쇄했던 파워하우스박물관의 첫 특별전이었고요.

파리 길상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과 혜원 스님, 혜원 스님 제공
파리 길상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과 혜원 스님, 혜원 스님 제공

세 번째 이슈 있수다 | 파리에서 맛본 한국의 맛 템플스테이
프랑스 파리 길상사 주지 혜원 스님을 소환할게요. ‘직지’를 소개했던 불교 이슈 있수다 ‘직지심체요절을 아시나요?’에서 ‘직지’ 사진과 자료를 주셨던 스님이에요. 이번에도 흥미로운 뉴스를 전했는데, 프랑스의 ‘테이스트 코리아 2022(TASTE KOREA 2022)’ 일환으로 프랑스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진행 중이라는 거예요.

테이스트 코리아 2022?
스님 소개를 보면 5월 12일부터 15일까지 한국 관광과 음식 문화대전이라고 해요. 올해는 불교문화가 집중 조명되는 해라고 하네요. 사찰음식과 연등회 등 다양한 불교문화가 프랑스 현지인들에게 소개되고 있다고 전했어요.

거기서 템플스테이를 했다고?
네. ‘테이스트 코리아 2022’ 축제와 관련 파리 길상사와 한국문화원이 협업해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5월 21일부터 사찰 체험 행사를 하는 중이에요. 템플스테이죠. 6월 25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할 예정이에요.

길상사 입구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인 한국의 산사 7곳 사진을 둘러보고 산책하는 참가자들, 혜원 스님 제공
길상사 입구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인 한국의 산사 7곳 사진을 둘러보고 산책하는 참가자들, 혜원 스님 제공

반응이 좀 있어?
애초 매회 참가인원을 12명을 정했는데, 한국문화원 홈페이지에 접수 공고가 나간 지 며칠만에 조기 마감됐다고 해요. 현재도 350명 이상 대기자 리스트가 있다고!! 파리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와 심지어 벨기에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어요. 스님 혼자 예불 등 절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어 열악한 상황이지만, 주불한국문화원과 문화기획 전문가 김현주 박사의 도움이 컸다고 해요. 또 주불한국문화원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체험용 발우와 체험복을 후원해 여법하게 진행 중이라네요(스님이 꼭 언급을 부탁^^)

프랑스 사찰 템플스테이는 뭘 해?
프랑스에 있어도 한국 사찰이니 크게 다르지 않아요. 길상사 정원에 전시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산사 7곳 사진으로 한국의 사찰을 간접 체험한다네요. 그리고 발우공양과 길상사 인근의 마른느(Marne) 강변 걷기 행선(行禪)을 하고, 좌선과 요가, 다도와 울력을 했다고 해요. 템플스테이 동안에는 묵언이고요.

참선과 발우공양을 체험하는 참가자들, 혜원 스님 제공
참선과 발우공양을 체험하는 참가자들, 혜원 스님 제공

외국인들 소감이 궁금해!!
일단 스님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정기적인 기회를 갖고 싶었다고 해요. 한국에 가서 꼭 사찰 체험도 하고 싶다고 했고요. 스님이 직접 참가자와 대화하며 인터뷰한 내용을 옮겨 볼게요.

“다도와 발우공양 그리고 명상으로 정말 근사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또 다른 기회에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하자 엘모우하피디)
“언젠가 한국에 있는 사찰에 가서 며칠이라도 그곳에서 수행할 날을 고대합니다. 굉장한 경험이 될 것 같아요.”(로누 비박)
“참선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알 수 있는 첫발을 내딛게 됐습니다.”(신디 델롬무구질)

그런데 혜원 스님은 왜 머나먼 프랑스에 있어?
파리 길상사는 사실 한국의 사찰이에요. 불법승 삼보사찰 중 승보종찰로 불리는 조계총림 순천 송광사의 파리 분원이에요. ‘무소유’의 상징 법정 스님이 프랑스의 한국 유학생을 만난 게 인연이 돼서 1993년 문을 열었다고 해요. 파리 동쪽에서 약 30㎞ 떨어진 토르시(Torcy)의 주택가에 있어요. 2023년, 내년엔 30주년이네요!! 혜원 스님은 2006년부터 주지를 맡고 있는데, 법정 스님이 생전에 손편지로 “잘 가꿔 달라”는 부탁을 했어요. 조선일보의 김한수 종교전문기자의 뉴스레터 ‘오마이갓’에 더 자세한 내용이 있답니다.

이번 수다는 정말 오랜만에 3가지 이슈를 가져왔어요. 문화유산을 함부로 취급하거나 훔치는 일도 사라지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아끼면서 더 잘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다음 주에도 흥미롭고 곱씹을 만한 이슈로 수다를 떨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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