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있수다] 인도 분황사에 50억…이게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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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있수다] 인도 분황사에 50억…이게 가능해?
  • 최호승
  • 승인 2022.05.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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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미디어는 뉴스레터 형식의 ‘이슈 있수다’에서 불교계 뉴스 가운데 이슈를 골라 소개합니다. 분초를 다투고 쏟아지는 많은 뉴스 속에 꼭 되새겨볼 만한 뉴스를 선정, 읽기 쉽게 요약 정리해 독자들과 수다를 나누듯 큐레이션 합니다.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대웅전 준공식. 조계종 홍보국 제공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대웅전 준공식. 조계종 홍보국 제공

이슈 있수다
1. 절 불사에 50억 내놓은 도반들
2. 불 앞에만 서면 움츠러드는 사찰

얼마 전이었죠? 부처님이 깨달았던 곳으로 알려진 부다가야에 한국의 전통사찰 분황사가 생겼는데, 이 분황사 불사에 50억 원을 대가 없이 내놓은 도반들이 있어요. ‘통장에 넣어 평생 이자로 살면 되는데 왜 그랬을까?’ 의아하기도 한데, 대체 이 도반들은 왜 그랬을까요? 가수 김수희가 부른 노래 ‘애모’에는 이런 가사가 있어요.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불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사찰이 이번에도 불을 만나고 말았어요.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불사에 50억 원을 시주한 설매(사진 좌), 연취(사진 우) 보살. 조계종 홍보국 제공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불사에 50억 원을 시주한 설매(사진 좌), 연취(사진 우) 보살. 조계종 홍보국 제공

첫 번째 이슈 있수다 | 인도 분황사에 50억 원 희사한 보살들
지난 5월 21일, 부처님의 깨달음 성지로 불리는 인도 부다가야에서 준공 소식이 날아왔어요. 처음으로 한국의 전통사찰이 조성됐는데, 이름이 분황사에요. 집 하나 짓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도대체 머나먼 나라에 어떻게 절을 지을 수 있었을까요?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는 도반인 설매와 연취 보살이 50억 원을 시주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해요.

적은 돈도 아니고 50억을?
놀랄 수밖에 없는 금액이긴 해요. 불명을 설매(77), 연취(71)라고 밝힌 두 사람은 2019년 12월 조계종 백만원력결집불사에 50억 원을 시주했어요. 나이로는 언니인 설매 보살(여성 재가신도를 두루 칭하는 말)이 먼저 1억 원을, 동생 연취 보살이 본인 소유 건물을 판 돈으로 나머지 49억 원을 마련했다네요. 50억 원은 단체가 아닌 개인이 낸 기부금으로는 사상 최고액이에요.

왜 절 짓는데 돈을 기부한 거래?
설매 보살은 *국사 보조지눌 스님이 정혜결사를 했던 은해사 거조암 오백전에서 한국불교의 두 번째 정혜결사를 발원했는데, 마침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사찰을 건립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해요. 부처님의 정법을 펴는데 의미있게 돈이 쓰이길 바랐고, 연취 보살이 뜻을 보탠 거예요. 부처님의 지혜 등불이 영원히 꺼지지 않길 바란다네요. 그래서 절 이름도 ‘분황’으로 요청했어요. ‘분황’은 ‘푼다리카 중의 푼다리카’ 그러니까 ‘최고의 연꽃’을 뜻해요.

*국사(國師) : 신라와 고려시대 국가나 임금의 사표가 되는 고승에게 내리던 칭호로 최고의 법계.

그래도 쉽지 않은 결정일 텐데…
설매 보살은 40년 넘게 오계를 지키면서 *오신채도 먹지 않고 경봉, 구산 스님의 가르침대로 참선해오고 있다고 해요. 연취 보살도 20년 넘게 오신채를 먹지 않고 매일 108배를 하고요. 그러면서 두 보살은 남은 삶을 부처님 가르침대로만 살자고 일찍이 발원했다네요.

*오신채(五辛菜) : 불교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음식물로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를 말한다.

도반이라는데 어떤 인연이야?
2019년 12월 당시 연합뉴스를 물론 불교계 주간지 법보신문, 불교신문, 현대불교신문 등을 모두 요약해볼게요. 1982년 지인의 소개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해요. 설매 보살이 연취 보살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이끌었고, 30년 내내 안거만 되면 각 선원으로 함께 대중공양을 다녔다네요. 아파트 위층과 아래층 이웃이기도 하고요. 50억 원 기부 전에도 지구촌공생회를 통해서 유치원, 학교, 여학생기숙사 등 NGO 기부도 많이 했어요.

큰돈을 냈는데 바라는 게 없을까?
분황사 대웅전 준공법회에 동행했던 불교계 주간지들의 인터뷰를 참고하면, 특별한 바람은 없어요. 단지 “불자들이 다른 이의 고통에 공감하고 마음만이라도 함께하려는 모습이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으로 옮기는 첫걸음”이라고 했네요. 오히려 자신들이 행운아라면서 “보시는 거창한 게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부터 실천하는 작은 일”이라고 했어요. 큰 금액보다 각자의 일상에서 실천하는 보시행이 중요하다는 말을 남겼어요.

울진 보광사 전소를 보도한 법보신문 보도 캡쳐
울진 보광사 전소를 보도한 법보신문 보도 캡쳐

두 번째 이슈 있수다 | 불 앞에만 서면…
사찰은 불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 전통건축이라 대부분 목조건물이거든요. 황룡사 9층탑이 나무로 만들어졌고, 불에 타 없어진 사실은 다 알고 계시죠? 그래서 고려시대 목조건축물은 국가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남아요. 대부분 우리가 보는 고즈넉한 사찰 건물들은 조선시대에 만든 유산이거나 한국전쟁을 피한 행운의 유산이에요. 그런데 최근 또 불이 사찰을 덮쳤어요.

울진 산불 말이야?
네, 맞아요. 5월 28일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 야산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마을로 번졌는데요, 산림당국은 헬기 36대와 진화대원 1,510명을 투입해 5월 29일 오전에 주불을 잡았어요. 산불이 난지 23시간 34분 만이라네요. 그런데 피해가 적지 않아요. 축구장(7,140㎡) 203개에 해당하는 면적이 탔어요. 인명 피해는 없어 다행이지만, 사찰이 불길을 피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인데?
법보신문 보도에 따르면 조계종 제11교구본사 경주 불국사의 말사 보광사가 요사채 일부를 제외하고 전부 다 탔다고 해요. 급하게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조사단을 급파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울진에 발생한 추가 산불 피해에 따른 모금을 시작한다네요.

해인사 장경판전 전경
해인사 장경판전 전경
해인사 장경판전의 팔만대장경 경판
해인사 장경판전의 팔만대장경 경판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태우겠다는 협박도 있던데?
이번에도 법보신문 보도인데요, 신원을 알 수 없는 60대 남성이 이틀에 걸쳐 문화재청에 전화해서 아무 이유도 없이 팔만대장경을 “불 질러 없애 버리겠다”라고 했다네요.

팔만대장경은 국보 아냐?
맞아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국보에요. 팔만대장경은 장경판전에 있고요. 유네스코가 1995년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장경판전의 수다라장과 법보전, 고려 각판을 보관하는 동서 사간판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팔만대장경은 기록유산으로 등록했어요. 부처님 가르침으로 몽골의 침입을 막아보고자 하는 뜻으로 만들어진 팔만대장경은 무려 5,200만 개에 달하는 글자가 오자 하나 탈자 하나 없이 고르고 정밀하다고 해요.

장경판전도 목재라 불에 취약할 텐데?
네. 장경판전에는 팔만대장경으로 불리는 고려대장경이 있어요. 이 장경판전에는 놀라운 과학과 비밀이 숨어 있어요. 판을 세워서 놓도록 해서 공기를 잘 통하게 했고, 장경판전 바닥은 땅을 깊이 파서 숯과 횟가루 등을 뿌렸어요. 습기는 바닥이 빨아들이고, 가물면 바닥 습기가 올라오면서 습도 조절을 한다고 해요. 그렇게 목재의 수분 관리가 완벽한 건물이 장경판전이에요. 더 자세한 내용은 ‘[길절] 가을 보내는 해인사 소리길’에 있어요. 아무튼 장경판전이 이게 불타는 일은 없어야겠죠?

태우겠다는 거 막아야 하는 거 아냐?
문화재청이 해인사에 알렸고, 해인사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해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치유와 위로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던 장경판전 내부 공개를 잠정 중단했고요. 일단 경찰은 발신번호를 추적해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하네요.

이번 수다에서는 문화유산에 주목해봤어요. 인도 부다가야에 처음으로 들어선 한국사찰 분황사도 세월이 흐르면 후손에게 물려줄 문화유산이 되겠지요? 해인사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도 잘 보존해야 하고요. 하지만 불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새기고 아껴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 주에도 흥미롭고 곱씹을 만한 이슈로 수다를 떨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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