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거 특별대담] 선禪,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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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안거 특별대담] 선禪,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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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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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도 베어서 씹어본 사람만 그 맛을 안다
선을 주제로 한 하안거 특별대담에 수불 스님과 금강 스님이 마주 앉았다.

대담. 수불 스님, 금강 스님

사회. 류지호

정리. 최호승

사진. 유동영

 

대승불교의 꽃이라 불리는 간화선(看話禪)은 가장 효과적인 수행법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전국 각처, 세계 곳곳에서 눈 푸른 납자들이 화두를 든다. 특히 한국에서는 매년 여름과 겨울, 안거 때마다 선원 100여 곳에서 수좌 2,000여 명이 정진한다. 출가수행자가 아닌 재가수행자들도 시간을 쪼개 좌복 위에 앉는다. 이들을 지도하는 법사들은 죽비를 든다. 

반면 간화선은 다양한 수행법이 전해진 오늘날, 높은 근기의 수행자만 도전 가능한 수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실용에 예민한 대중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불교사회연구소가 2013년에 내놓은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불자들에게 가장 적게 선택을 받은 수행이 간화선이었다. 게다가 선지식 부재에 따른 지도점검의 한계도 과제라는 비판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게 사실이다. 

한국불교가 오래전부터 품어 온 염원이다. 과연 간화선(看話禪)은 대중화될 수 있을까? 하안거 결제를 앞둔 5월 12일, 부산 안국선원에서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과 조계종 교육위원장이자 중앙승가대 교수 금강 스님이 마주 앉았다. 한국불교 간화선이 일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위치에 있는지, 향후 나아갈 방향을 화두처럼 던졌다. 

선으로 맺어진 인연

수불 스님은 『육조단경』 감수 혹은 과거에 시봉했던 능가 스님의 추모다례 참석, 안국선원 세종선원 『육조단경』 강설 등 소소한 근황만 전해졌다. 20년간 주지를 맡아 해남 미황사를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로 일군 금강 스님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승가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선불장, 참선재단 이사장, 간화선 대법회 집행위원장 등 간화선 관련 직함 관련 소식은 간간이 들려왔다. 두 스님의 큰 접점은 없어 보였다. 오해였다. 간화선으로 맺어진 인연은 오래됐고, 깊었다. 

 

류지호(이하 사회) : 선불교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하신 수불 스님과 금강 스님 두 분 스님들의 아름다운 공부 이야기를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두 스님 모두 근황이 궁금한데,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수불 스님(이하 수불) : 코로나로 사람 만나는 기회가 적어졌어요. 선방에 갔죠. 지리산 벽송선원에서 한철, 소백산 안국사에서 한철 났어요. 이번 안거에도 들어갈 건데, 계속 수행하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는 생각이에요. 이제는 회향할 때고, 그런 나이가 됐어요. 벌려놓은 것들 잘 마무리하고 후학에게 넘겨야겠다고 생각 중이에요. 

금강 스님(이하 금강) : 해남 미황사와 인연을 정리하고 중앙승가대에서 학인스님들을 지도하고 있어요. 지금은 어느 때보다 스승이 필요한 시기예요. 학인스님들이 좋은 스님이 되길 염원하는데 마음을 두고 있죠. 또 서옹 스님의 직계 제자스님들이 수행했던 처소와 교육했던 선원 뒷바라지를 하고 있어요. 늘 마음 따라 몸을 움직였는데, 이제는 몸 따라 마음이 함께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활동보다는 침잠하며 깊게 살고 싶어요. 

사회 : 두 분 인연은 어떻게?

금강 : 중앙승가대에서 열린 주지스님 연수교육 때였어요. 간화선 수행 프로그램하는 스님 네 분을 초청 강사로 한 교육이었는데,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을 비롯해 제주 원명선원 대효 스님, 금강선원 혜거 스님 그리고 제가 강사였죠. 쉽지 않은데 절 집안 후배가 강의하는 수행 프로그램을 눈여겨보신 것 같아요. 미황사까지 찾아와 격려해주셨어요. 먼 길 찾아오신 스님과 밤새 이야기를 나눴는데, 감동적이었어요. 후배를 자세히 살피고 격려하고 방향까지 조언하셨는데, 전 지금도 그렇게 못하고 있거든요.

수불 : 선후배를 떠나서 도반이잖아요.

(금강 스님이) 가지고 있는 것을 전부 열어서 나누니 누구든지 환영하고 땅끝까지 찾아가서 호응하지 않았을까요? 

 

사회 : 지금도 마음에 울림이 있는 분들을 불시에 찾아가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수불 :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하하하. 전화를 드리기도 하지만 불쑥 찾아가기도 합니다. 마음이 일어나면, 얼굴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몰라도 소통하면 되니까요. 조건 걸고 가는 것도 아니니. 사실 격려하는 게 오히려 격려를 받습니다. 

 

왜, 간화선인가?

2000년대에 한국불교는 간화선 대중화와 세계화를 주창했다. 현실은 냉정했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발표한 ‘2013년 한국의 사회・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간화선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었다. ‘수행의 종교’ 불교라고 하기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불자 10명 중 7명이 수행을 하지 않았다. 수행의 필요성도 못 느꼈고(29.2%), 어렵다고(18.5%) 답했다. 호흡명상이나 염불, 경전 읽기가 TOP3에 든 반면 간화선 선호도는 4%에 불과했다.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서 간화선 대중화가 필요하다”라는 주장은 공염불일까? 더 본질적인 질문을 꺼냈다. 왜, 간화선인가?

 

사회 : 본격적으로 공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공부는 뒷전이 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 시대에 어떤 공부가 필요한가요? 왜 간화선인가요?

수불 : 모처럼 선방에 갔어요. 청규 잘 지키며 열심히 하시더라. 오랜만에 선방에 갔지만, 잘 살고 계셔서 대중공양을 많이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살짝 혼자 공부하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법담이 단절되진 않는데 소통이 덜 되는 느낌이었어요. 바깥에서 보기엔 소문이 달갑진 않지만, 실제는 충실하게 열심히 살고 있었어요. 다만 누군가가 불씨를, 그러니까 불을 지필 촉매제가 되어줄 눈 밝은 스님이 계시면 언제든 불꽃이 타오르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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