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표현하며 저항하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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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표현하며 저항하는 예술가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22.03.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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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붓다] 국립현대미술관 《아이 웨이웨이: 인간미래》 전시 소개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사진. 아이 웨이웨이 스튜디오 © Ai Weiwei Studio

세계적인 미술가이자 영화감독, 건축가, 행동가인 아이 웨이웨이의 개인전이 4월 1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중국 정부의 검열에 맞서 진정한 ‘인간다움’에 대해 작업해온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1957~). 기억하고, 표현하고, 저항하는 예술적 실천을 통해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온 그의 작품세계를 만나보자.

 

잊지 않고 기억하기

사망자 7만여 명과 실종자 1만 8,000여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명피해를 일으킨 2008년 중국 쓰촨 대지진. 당시 피해자 중 5,000여 명은 수업 중 학교 건물이 무너지면서 숨진 아이들의 숫자였다. 학교 건물은 “두부 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유독 심각하게 훼손됐다. 속이 빈 벽돌을 쓰는 등 부실 공사 탓에 발생한 사고는 더 이상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였다. 부실 건설을 둘러싼 비리를 숨기기 위해 희생자 명단 공개를 거부하는 중국 정부, 이에 맞서 아이 웨이웨이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예술의 힘을 이용한다. 학교 터에서 모은 철근들을 하나하나 곧게 펴 펼쳐 놓았던 <곧은(Straight)>(2008)은 전 세계 여러 미술관에서 공개되며 관심을 모았다. 시민 조사단을 꾸려 피해자 가족, 관리, 노동자들을 인터뷰하고 죽은 아이들의 이름과 숫자를 집계해 작가의 블로그에 올리고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모아 배포하며 오늘의 참사를 잊지 않기를 당부했다. 당국에 의해 블로그는 2009년 5월 폐쇄당했지만 이 프로젝트는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예술적 실천으로써 세계적 명작이 됐다. 2009년 5월 학교 건물의 부실 공사 비리를 밝힌 환경운동가 탄줘런이 체제 전복 선동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았다. 이 재판에 참여하기 위해 청두를 방문한 아이 웨이웨이는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경찰에 연행되는데, 그 순간 휴대폰을 들어 촬영한 거울셀카가 <조명(Illumination>(2009)이라는 작품이다. 그 긴박한 순간, 공중에 소리 없이 터지는 조명탄처럼 번쩍하고 터지는 휴대폰 플래시는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가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된 것도, 고국과 척을 져 가택연금 당하고 여권을 빼앗기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멈추지 않고 표현하기

중국 정부의 혹독한 감시도 그의 표현활동을 멈출 수 없었다. 이동에 제한이 걸린 그는 블로그,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피난처 삼아 더욱 활발한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공안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일상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웨이웨이캠>(2012~2013)은 조회수 500만을 기록했다.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The Animal that Looks Like a Llama but is Really an Alpaca)>(2015)은 카메라에 감시당하는 동안 외부와 연결하는 통로가 되어주었던 트위터의 상징인 ‘새’와 수갑, 감시카메라 등을 조합해 만든 이미지다. 쇼핑몰,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곳곳에 설치돼 있지만 우리는 쉽사리 그 존재를 망각하게 되는데, 안전을 보장해 주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의 일상을 과도하게 침해하기도 하는 감시 카메라로 둘러싸인 금빛 감옥처럼 표현했다. 감시를 피해 베를린에서 지내며 우한시의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을 모아 원격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코로나제이션>(2020)을 발표하기도 했다. 역시 사회의 모든 면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군국적 대응방식을 고발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이 맞닥뜨리는 분노와 혼란을 기록하는 체제비판적 작품이다. 

 

지치지 않고 저항하기

작가의 저항정신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은 <원근법 연구>(1995~2011)이다. 각종 정치 권력과 이데올로기를 비롯, 소수를 탄압해 절대 권위를 상징하는 천안문, 빅벤, 에펠탑, 백악관 등의 건물에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린 작업이다. 종종 예술은 정치와 무관한 것으로 생각되곤 한다. 그러나 작가는 “예술을 정치와 분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예술과 정치를 분리하려는 의도는 그 자체로 정치적인 의도이다”라고 말한다. 생과 사가 둘이 아니고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닌 것처럼 예술과 정치도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거대한 연결망 안에서 예술가로서 적극적으로 살아내는 방법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기억하고, 표현하고, 저항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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