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걸, 불교에 빠지다] ‘모던’ 키워드로 대중문화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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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걸, 불교에 빠지다] ‘모던’ 키워드로 대중문화 엿보기
  • 최호승
  • 승인 2022.02.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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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 스타일 등장
로맨스·공포·코미디극으로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라 부르는 ‘신여성’의 탄생을 현대 대중문화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1910년대부터 1930~1940년대 식민지 경성의 대중문화와 소비문화에 변화가 일어났다. 이는 서구적 스타일의 유행과 함께 왔다. 모던걸, 모던보이로 불리는 당시 젊은 세대들은 의상이나 머리, 언어, 장식 등 스타일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요 무대는 식민화된 근대 소비문화의 핵심, 경성이었다. 그때 조선은 근대와 전근대가 혼재된 시대였다. 경성에서는 일본어가 조선어처럼 쓰였고, 독립보다는 식민지 백성으로서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었다. 암울한 식민지 시기였지만 새로 유입된 서양문물을 향한 설렘도 있었다. “공자 왈 맹자 왈”과 “똘스또이”가 공존하고, 모던걸과 모던보이가 노서아 가비(커피)를 마시며 구락부에서 ‘딴스(댄스)’를 췄다. 초콜렛을 건네며 사랑을 고백했지만, 조국을 뺏긴 달콤하고 씁쓸한 낭만의 시대였다. 이처럼 댄스, 스윙재즈, 할리우드 영화, 궐련과 위스키, 중절모와 양장 스커트, 자유연애 등 당시를 대변하는 키워드는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했다. 2007~2008년, 대한민국은 그때의 경성을 주목했으며 로맨스, 공포, 코미디극 장르로 영화와 드라마를 세상에 선보였다. 드라마와 영화로 재현한 1930년대와 1940년대에는 바로 모던보이와 모던걸이 중심에 서 있었다. 

 

독립운동과 모던 로맨스 <경성스캔들>

소설 『경성애사』를 바탕으로 한 <경성스캔들>은 2007년 KBS2에서 방영한 16부작 수목드라마다. 1930년대 경성이 배경이다. 근대적인 윤리관 속에 서구문물이 유입되던 시기에 벌어진 독립운동과 로맨스를 코믹하게 그린 퓨전 시대극이다. 

웨이브 진 머리에 백구두를 신고 조끼와 빨간색 나비넥타이를 한 선우완(강지환)은 모던보이를, 강렬한 블랙드레스 등으로 섹시함을 부각한 차송주(한고은)가 모던걸의 모습을 대변했다. ‘고전적인 신여성’도 등장한다. ‘조마자(조선의 마지막 여자)’라는 별명을 가진 나여경(아마도 나혜석 오마주) 역의 한지민은 이화학당에서 신교육을 받지만, 전근대적 가치관을 소중하게 여기는 캐릭터로 나온다. 드라마 세트장과 복장은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형식적으로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명대사로 꼽히는 “해방된 조국에서 신나게 연애나 해봤으면”, “조국은 왜놈에게 짓밟혀 신음해도 청춘남녀는 사랑한답니다. 그게 인간이에요” 역시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조선 첫 라디오 드라마 <라듸오데이즈>

충무로에 불어닥친 ‘1930년대 경성 바람’을 이은 영화가 <라듸오데이즈>다. 조선 최초 라디오 방송국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무기로 한 코믹드라마다.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에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드라마를 완성하려는 경성방송국 사람들의 재기발랄한 입담과 웃음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1930년대 경성’이라는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가져왔기에 모던걸과 모던보이가 나온다. 만사태평이자 천하제일 귀차니즘의 대명사 한량 PD 로이드(류승범), 당대 최고 신여성이자 재즈가수 마리(김사랑)가 등장하는데…. 세련된 정장에 멋스러운 모자를 쓴 마리는 재즈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의 가수로 나왔다. 모던걸, 모던보이 그리고 자유연애가 화제였기에 경성방송국의 첫 라디오 드라마도 ‘사랑의 불꽃’이었으며, 스윙댄스가 엔딩을 차지했다. 

 

독립, 친일 말고 낭만 <모던보이>

“독립이니 친일이니 따져 뭐하겠소? 낭만의 화신, 멋지지 않소!”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가 원작인 영화 <모던보이>의 카피다. 1937년 일제 강점기 경성이 무대다. 조선총독부 1급 서기관 이해명(박해일)이 단짝 신스케(김남길)와 놀러 간 비밀구락부에서 댄서로 등장한 여인 조난실(김혜수)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모던보이>는 부유한 아버지 덕에 희희낙락 살아가는 팔자 좋은 바람둥이 모던보이 이해명이 퇴폐적 매력의 재즈 댄서 조난실을 유혹하기 위해 인생을 건 추적 이야기다. 꿈같은 연애를 시작하지만 행복은 잠시, 난실이 싸준 도시락은 총독부에서 폭발하고 난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해명은 이름도 직업도 남자도 여럿인 여인 난실을 찾아 경성을 헤매다 역사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간다. 

 

경성공포극 <기담(奇談)>

서구문물은 의료 분야에도 영향을 미친다. 1942년 경성의 신식 병원인 안생병원. 1940년대 경성 최고의 의료기술이 갖춰진 안생병원에서 ‘죽은 자와 시작된 사랑’ 이야기를 공포극으로 담아낸 영화가 <기담(奇談)>이다. 

동경 유학 중이던 엘리트 의사 부부 인영(김보경)과 동원(김태우)이 부임한 안생병원에서 병원 원장 딸과 정략결혼을 앞둔 의대 실습생 정남(진구), 유년 시절 사고로 다리를 저는 천재 의사 수인(이동규)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배경이 배경인 만큼 인영과 동원은 맥고모자와 하이힐, 파마머리, 바지저고리가 아닌 양장으로 대변되는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재현했다. 인영은 단발 웨이브로 등장하는데 이는 그 시대 모던걸을 대표하는 스타일이었다. 

 

‘동방의 빛’ 찾기 <원스 어폰 어 타임> 

이번엔 이름도 개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1940년대 경성이다. 민족의 혼, 전설 속 다이아몬드 ‘동방의 빛’을 차지하기 위한 모던걸과 모던보이 그리고 일본 군부의 쫓고 쫓기는 코미디 활극이다. 전도유망한 재력가로 알려졌지만, 경성 최고의 사기꾼 봉구(박용우)와 내숭 100단의 경성 제일 재즈가수 춘자(이보영)가 열연을 펼쳤다. 

모던걸이 재주가수로 캐릭터화 된 춘자는 사실 경성 제일의 도둑 해당화다. 봉구와 춘자는 ‘동방의 빛’을 얻은 일본 군부가 축하연을 벌이는 곳에서 ‘동방의 빛’을 노린다. 흥미로운 점은 ‘동방의 빛’이 신라 천 년의 상징이라 불리던 석굴암 본존불의 미간백호상(眉間白毫相)을 소재로 했다. 모던걸과 모던보이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같이 정장과 짧은 치마 혹은 드레스 복장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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