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의 선과 정토] 토끼가 선지식을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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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토끼가 선지식을 만난다면
  • 현안 스님
  • 승인 2022.02.09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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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과 정토 이야기(30)]
출처 셔터스톡

여러분은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아시나요? 우리가 어릴 때 다 한 번씩 들었던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혹시나 이 이야기를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 해서 짧게 요약하자면, 옛날 옛적에 토끼와 거북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토끼는 매우 빠르고, 거북이는 너무 느렸습니다. 어느 날 토끼가 거북이한테 느림보라고 놀려대자,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제안했습니다. 경주를 시작한 토끼는 거북이가 한참 뒤처진 것을 보고, 경주하던 중 나무 그늘에 앉아서 낮잠을 잡니다. 그런데 그러는 동안 거북이는 토끼를 추월합니다. 문득 잠에서 깬 토끼는 추월당한 걸 깨닫고, 뛰어보지만 거북이가 결국 승리합니다.

우리는 보통 이 이야기에서 느려도 꾸준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봅니다. 바로 이런 게 우리 인생이지 않나요? 우리는 모두 어디에 가기 위한 경주를 하고 있을까요?

우린 선(禪) 훈련, 즉 명상하면서 우릴 막는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우린 모두 토끼가 했던 그런 걸 하고 있습니다. 뭔가 잘못된 걸 말이죠. 그래서 길을 잃는 것입니다. 반면 거북이는 단순히 해야 하는 일만 계속합니다. 거북이는 계속 걷고, 걷고, 또 걷습니다. 반대로 토끼는 중간에 산만해집니다. 우리도 인생을 살면서 이런 일을 겪습니다. 목표를 위해서 걷고 달리다가, 중간에 흐트러지기 때문에 결국 목표를 이루지 못합니다. 우리가 산만해지는 뭔가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린 이미 산만해져 버릴 때까지 잘못하고 있으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우리가 알아차린다면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는 보통 혼자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누군가가 말해주면 우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출처 셔터스톡

선(禪) 훈련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선지식이 주는 지침들은 어떤 걸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걸 하지 말아라”, “다리를 풀지 말아라”, “이 특정한 계율을 어기지 말아라”, “책을 너무 많이 읽지 말아라” 등 이런 것이 바로 지침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이 우릴 흐트러뜨리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선의 진정한 비밀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책으로는 가르쳐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하나하나 뭔가를 잘못하고 있어서 정체하는데, 어떤 한 가지 지침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의 단계에 따라 특정한 지침 즉 다른 지침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에게는 수행할 때는 뚜렷한 목표를 세워야 하며, 계속 진전하고 싶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는 진전을 잘못 이해합니다. 진전하는 데 너무 매달리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진전을 방해한다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화를 내고, 망상합니다. 그 사람에게는 목표를 잊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말아라. 다른 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라고 말해줍니다.

미국의 선(禪)도 중국의 선종과 똑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선 수행은 직지인심(直指人心), 즉 마음을 곧장 가리키는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은 늘 밖을 향해서 달려 나가고 있습니다. 선의 기본은 지금 당장 어떤 마음인지 스스로 돌이켜보는 것입니다. 또 불립문자(不立文字), 즉 문자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외별전(敎外別傳), 즉 가르침은 경전 밖에 있습니다. 뛰어난 선지식은 경전을 가르치지 않고도, 여러분을 아라한과에 도달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 게 선의 훈련입니다. 그 핵심은 우리의 마음을 가리키는 법입니다. 선생님들은 그걸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그게 우리의 본성, 즉 참된 불성을 보게 도와줄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누구인지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명상을 강조합니다. 여러분의 삼매가 증장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덜 아프고 싶다면, 선정을 늘려야 합니다. 그렇게 간단합니다. 우리에겐 향상이 삶의 의미입니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내가 사는 내내 뭘 했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저도 출가한 후 처음엔 몸과 마음이 많이 괴로웠지만, 지금에서야 스승님께 더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나 자신에 대한 걱정이나 생각을 줄이면서 오로지 다른 이를 돕기 위해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을 돕기 위해서 명상을 가르칩니다. 스승님께서 저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저도 여러분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길,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길 바랍니다.

다른 이들을 돕는 일은 힘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좋은 의도와 뜻만으로 다른 이에게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수행을 통해서 힘과 지혜를 얻고,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게 되다면 거기서 참된 행복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삶의 목적도 거기에서 올 것입니다.

 

현안(賢安, XianAn)
출가 전 2012년부터 영화(永化, YongHua) 스님을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매년 선칠에 참여했다. 2015년부터 명상 모임을 이끌며 명상을 지도했으며, 2019년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했다. 스승의 지침에 따라서 2020년부터 한국 내 위앙종 도량 불사를 도우며 정진 중이다.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상주하며, 문화일보, 불광미디어, 미주현대불교 등에서 활발히 집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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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좋아 2022-02-09 22:31:03
도를 구하고 중생을 돕는다! 다를 이를 돕기위해서 힘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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