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품은 지리산] 웅혼한 생명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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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품은 지리산] 웅혼한 생명의 근원
  • 유정길
  • 승인 2021.12.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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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의 미래를 위한 거점
바위채송화. 바위틈에 옹기종기 모여 꽃을 피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山)의 정기 받은 한국인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고양시에서 서울로 오갈때면 필자는 항상 오른편에 앉는다. 지축역에서 구파발을 지날 때 아름답고 신령한 북한산 풍광을 감상하는 버릇 때문이다. 어렸을 때 서울 미아리, 길음동, 수유리, 정릉동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북한산은 필자의 가슴 깊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산이다. 고등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나올 때 뉘엿뉘엿 지는 노을로 붉게 물든 거대한 북한산, 도봉산을 보면 그 신령함과 거룩함으로 형언할 수 없는 전율을 느끼곤 했다. 

북한산은 필자에게 웅혼(雄渾)한 기운을 느끼게 해 준 큰바위 얼굴이기도 하지만 거대한 울타리이자 병풍이기도 했고, 저 산 넘어 피안의 이상세계에 동경을 갖게 한 근원이었다. 그 산은 아름다움의 감수성을 갖게 한 정서의 원천이기도 했고, 이상세계와 새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던 “내부화된 자연”이다. 

기(氣)라는 말은 동양에서는 익숙한 용어이다. 기운,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뜻한다. 여기에 정기(精氣, 正氣)라는 표현도 자주 써왔다. ‘지극히 크고 바르고 공명한 천지의 원기(元氣)’, ‘천지 만물을 생성하는 원천이 되는 기운’, ‘민족 따위의 정신과 기운’이라고 사전에는 설명돼 있다. 물리적으로 물질은 덩어리인 ‘입자’와 보이지 않는 에너지인 ‘파동’으로 구성됐는데, 기는 일종의 에너지 파동이라고 할까? 

필자가 다녔던 모든 학교 교가에는 예외 없이 북한산의 정기를 받았다고 돼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한국 학교가 ‘산의 정기’를 받지 않았을까?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나이가 든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분명 북한산의 정기를 받았을 거라고. 산(山)은 개인뿐 아니라 그곳에 사는 수많은 사람의 정신세계와 성격, 기질의 형성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영향을 준다. 산의 보이지 않는 기는 한국인 모두에게 내부화됐다. 이 기들이 연결돼 맥(脈)이 된다. 태백산맥, 소백산맥, 한북정맥, 한남정맥과 같이 산과 산이 연결된 산맥(山脈)은 산의 기운들로 이어진 거대한 줄기다. 민족적 자부심과 단결을 외칠 때면 우리는 항상 백두산에서 시작해 한라산에 이르는 수많은 글과 노래를 불렀다. 

조선시대 실학자 신경준이 편찬한 『산경표(算經表)』에 따르면 백두산에서 시작된 맥은 백두대간의 골간이 돼 지리산에서 그 장대한 끝이 마무리된다. 실제 천왕봉 정상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는 글의 비석이 있다. 백두대간을 행군하는 이들의 시작하는 곳이 바로 지리산이며, 우리 국토 맥과 정기의 시작이 바로 이 지리산인 것이다. 

 

천혜의 자연 품은 생명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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