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 절 안에서 지내는 산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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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 절 안에서 지내는 산신재
  • 미등 스님
  • 승인 2021.11.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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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례로 읽는 산신신앙
금강정사 산신각 내 산신탱화.

‘산에는 신령스러운 신이 살고 있다’는 믿음은 언제부터인가 특정한 장소에서 신앙의 대상을 모시고 일정한 행위를 하는 신앙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행위는 점차 일정한 형식을 갖추며 의례로 정형화돼 전승되고 있다. 

산신을 대상으로 한 의례는 성격적 측면에서 민간의례와 불교의례로 나눌 수 있다. 민간의례로서의 산신제는 마을 단위로 행하는 공동체의례와 개인이 치성으로 행하는 개인의례가 있다. 

불교의례로 설행되는 산신제에는 사찰이 소재한 산과 사찰이 품고 있는 역사·문화적 배경이 반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사찰에서 지내는 산신제는 「산신청」 의례문을 중심으로 설행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이나 사찰에 따른 변별이 미약하며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인다. 

불교의 산신신앙은 민간의 산신신앙과 융합됐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언제 어떤 형식으로 이뤄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불교에서 언제부터 산신을 신앙했는지 밝히기 위해 산신을 모신 전각과 산신탱화에 주목한 연구가 시도됐다. 

현존하는 산신각 관련 기록을 토대로 사찰에서 산신각이 독립된 건물로 존재하게 된 시기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1761년에 초창된 통도사 산신각이 연대가 가장 오래됐다. 이를 제외하면 오래된 산신각들은 대체로 1870년대부터 건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주장은 산신신앙이 처음부터 독립된 전각을 갖췄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불교의 산신신앙은 특정한 건축물을 전제하지 않고 신앙했을 가능성이 크다. 

산신각에 모셔진 산신탱화가 단독으로 조성된 시기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다. 현존하는 산신도로 연원이 올라가는 자료로는 1853년에 조성된 예천 용문사 산신도를 비롯해 1850년대에 조성된 자료가 다수 전하고 있다. 하지만 산신도로 불교 산신신앙의 기원을 밝히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이 또한 신앙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거나 산신위목이나 산신상을 모시고 신앙했을 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신각과 산신도에 대한 고찰은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신앙으로 행하는 산신의례에 대한 연구는 미미한 수준이다. 의례는 단순히 행위절차만이 아닌, 넓은 의미에서 제물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진설(陳設, 법식에 따른 상차림)하고 의식을 설행하고 회향하는 과정까지 전반을 말한다. 이 글에서는 불교신앙에서 산신의 성격을 의례문과 제물을 통해 밝혀보고자 한다. 

 

의례문으로 본 산신, 산왕보살·산왕대신

불교의례에서 산신은 수륙재에서 처음 보이는데, 중위의례로 소청되는 여러 선신 가운데 하나로 등장한다. 한편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 권하에 실린 「자기문오주야작법규범(仔蘷文五晝夜作法規)」의 ‘당산천왕단작법(當山天王壇作法)’에서는 ‘거불, 진령게, 보소청진언, 청사, 가영, 헌좌게, 헌좌진언, 다게, 심경, 보공양진언, 보회향진언, 축원’의 절차로 산신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의례문이 등장한다. 그러나 수륙의례문이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산신신앙이 의례문에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불교에서 산신의례가 언제부터 독립된 의례로 설행됐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독립적으로 구성된 의례문은 1769에 간행된 『청문(請文)』에 나타난다. 이 자료에는 「산신청문(山神請文)」과 「산신약례의문(山神畧禮儀文)」 두 종이 수록됐다. 의례문의 구조는 앞서 ‘당산천왕단작법’과 유사하나 구체적인 절차는 한층 더 복잡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산신청문」의 말미에 10위(位)의 ‘산신위목(山神位目)’과 ‘불설산왕경’을 소개한다.  

산신위목

나무보봉개화주산신(南無寶峯開蕐主山神)

나무화림묘계주산신(南無蕐林妙髻主山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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