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 부처 산신과 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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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 부처 산신과 싸우다
  • 이종수
  • 승인 2021.11.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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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돕는 산신에서
부처 호위하는 산신으로
경주 선도산. 정상에는 선도성모를 모신 성모사와 보물로 지정된 거대한 마애불이 온 경주를 굽어보고 있고, 아래에는 진흥왕릉을 포함해 여러 고분이 즐비하다. 경주는 신라의 어머니 선도성모가 일군 터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불교 전래 초기에 해당하는 4~5세기 사찰은 대부분 궁궐이 있는 왕경의 평지나 산 아래에 건립됐다. 산 중턱이나 산 정상에 사찰이 건립된 시기는 불교신앙이 확대되면서 지방에도 사찰이 세워지는 6세기 이후다. 산 정상에는 대부분 암자나 석굴, 혹은 마애불이 조성돼 은둔 수행이나 신앙 공간으로 활용됐다.

산사의 확산은 원래부터 있던 산신신앙과의 충돌을 의미했다. 불교신앙과 토착신앙의 갈등은 신라의 불교 공인 과정에서 이차돈이 죽임을 당한 데서 드러나듯 삼국이 공통으로 겪었던 문제였다. 산신 숭배자와 산사 승려 사이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왕실에도 뿌리내렸던 산신신앙

산신신앙은 고대부터 내려온 토착신앙이자 불교 전래 이전까지 토착민들에게 가장 강력했던 신앙이었고, 산신은 절대적 믿음의 대상이었다. 문헌을 통해 전해지는 대표적인 고대 산신은 가락국 시조의 어머니로 전해지는 정견모주(正見母主), 토함산신으로 신봉된 신라 탈해왕(脫解王), 선도산신으로 신봉된 선도성모(仙桃聖母) 등이다. 정견모주는 가야산신으로, 하늘신 이비가와 정(情)을 통해 대가야국 시조 이진아시왕과 수로왕을 낳았다고 한다. 그리고 탈해왕은 죽은 후 토함산의 산신이 됐다고 하며, 선도성모는 선도산의 산신으로 국가가 제향했다고 한다. 산신신앙은 백성뿐만 아니라 국왕에게도 뿌리 깊이 박혀 있었던 고대 신앙이었다. 가령, 부여 해부루왕은 자식을 구하기 위해 산천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고, 고구려 제25대 평원왕은 여름 가뭄이 들자 산천에 기도했다고 한다. 또 신라 제5대 파사이사금은 메뚜기가 곡식에 피해를 주자 산천에 두루 제사 지냈다고 하며, 제7대 일성이사금 역시 북쪽 변방을 순찰하고 태백산에서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 왕실은 전국 명산을 3산・5악・24산으로 나눠 대사(大祀)・중사(中祀)・소사(小祀)의 제사를 지냈다. 신라의 3산5악은 중국의 천·지·인 삼재사상과 화·수·목·금·토 오행사상을 받아들임으로써 갖추게 됐으며, 그 성립 시기는 선덕왕 대(780~784)로 추정한다. 건국 이전부터 있었던 산신에 대한 제사가 이때 이르러 체계화됐다고 할 수 있다. 그 명산들은 다음과 같다.

3산: 내력산(奈歷山, 경주 낭산), 골화산(骨火山, 경북 영천에 있는 산으로 추정), 혈례산(穴禮山, 경북 청도에 있는 산으로 추정)

5악: 동악 토함산(吐含山), 남악 지리산(地理山), 서악 용산(龍山, 계룡산), 북악 태백산(太伯山), 중악 공산(公山, 팔공산)

24산: 상악(霜岳, 고성 금강산), 설악(雪岳, 간성 설악산), 화악(花岳, 가평 화악산), 감악(鉗岳, 적성 감악산), 부아악(負兒岳, 서울 북한산), 월나악(月奈岳, 영암 월출산), 무진악(武珍岳, 광주 무등산), 서다산(西多山, 진안 마이산), 월형산(月兄山, 제천 월악산), 도서성(道西城, 충북 진천), 동노악(冬老岳, 전북 무주), 죽지(竹旨, 풍기 죽령), 웅지(熊只, 창원 웅산), 악발(岳髮, 경북 울진), 우화(于火, 경남 울산), 삼기(三岐, 경주 금곡산), 훼황(卉黃, 경주 서부), 고허(高墟, 경주 중부), 가아악(嘉阿岳, 충북 보은), 파지곡원악(波只谷原岳, 포항 청하면), 비약악(非藥岳, 포항 흥해읍), 가림성(加林城, 충남 부여군 임천면), 가량악(加良岳, 경남 진주), 서술(西述, 경주 선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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