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의 선禪] 마음의 양식: 명상, 휴식 그리고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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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의 선禪] 마음의 양식: 명상, 휴식 그리고 진보
  • 현안 스님
  • 승인 2021.11.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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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 스님의 선禪 이야기(16)]
Nutrition to our mind
사진 셔터스톡.

여러분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뭘 하시나요? 어떤 분들은 식이요법을 씁니다. 예를 들어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거나 유기농 식품만 먹는 이들도 있습니다. 요즘 서양인들은 단백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 치즈를 먹거나 고기나 생선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할까요?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아니라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시대에 따라서 몸에 좋다는 음식은 계속 변합니다. 건강에 좋은 음식도 유행을 따릅니다. 사람의 신체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어째서 건강에 좋은 음식은 계속 변하는 걸까요?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아도 건강에 좋다고 믿었던 음식이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위 영양전문가, 의사 또는 식품 전문가들이 하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다 믿지 않습니다.

저는 단백질을 더 많이 먹어야 한다든지, 반드시 무설탕이나 무지방 음식만 먹어야 좋다든지, 유기농만 먹는 게 좋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건강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양분을 골고루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합니다. 좋은 음식도 너무 과하지 않게 먹어야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절제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안 그런가요? 건강에 좋다고 믿는 음식이든, 그렇지 않은 음식이든 골고루 모두 드십시오. 다만 균형 있게 골고루 드시고, 적당한 양을 섭취하세요.

이렇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음식은 골고루 적당히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휴식도 충분히 취해야 합니다. 건강한 식단은 육체를 위한 음식이고, 휴식은 마음을 위한 양식입니다. 우리 몸에 영양분이 필요하듯 마음도 영양소가 필요합니다. 이건 건강을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을 적당히 먹어도 마음에 휴식을 주지 못하면 병에 걸립니다. 현대인은 젊은 나이에도 많은 병을 앓습니다. 일차적으로 걱정과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쉬지 않고 생각하고 계산하므로 마음이 쉴 틈이 없습니다.

마음이 쉴 수 있게 해줘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마음을 위한 양식입니다. 거기에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휴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예로 음악을 듣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잠을 자거나 춤추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명상만큼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명상은 마음에 영양분을 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명상으로 정신적 건강뿐 아니라 육체적 건강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건강 문제를 다루는 데 명상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명상으로 만성피로, 스트레스, 혈액순환과 소화 장애와 같은 가벼운 문제뿐 아니라 더 심각한 질병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명상 능력이 향상될수록 건강도 더 좋아집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명상을 가르칠 때 지속적인 진보를 강조합니다. 진전해야만 육체적, 정신적 건강도 더 좋아집니다. 보통 세상 사람들은 명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우린 명상으로 여러분 기분을 좋게 해주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진전하면 자연스럽게 기분도 좋아집니다. 그건 그냥 부차적일 뿐, 선 수행의 주된 이점이 아닙니다. 기분이 좋아지는 건 진전하면 자동으로 됩니다.

여러분이 명상에서 진전하면 저절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향상됩니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좋아집니다. 그 증거는 명상을 수행해 온 수많은 학생에게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참선반을 수년간 운영하고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이런 게 모두 사실이란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참선반 학생들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새로운 학생이 오면 원래 있던 학생들이 서로 앞다퉈서 참선의 이점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서로 열심히 명상하길 권하고 격려합니다.

명상을 통해 우울증, 불안, 분노 장애, 수면장애, 스트레스 등 정신적 문제를 극복한 사례도 많았습니다. 저 또한 이런 문제를 극복한 증거입니다. 사람들이 저를 찾아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스님, 저는 아침마다 일어나서 ‘내가 왜 아직도 살아있지? 그냥 얼른 죽고 싶다’고 생각해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게 보이지만 이렇게 평생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불안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명상을 통해 실제로 이런 심각한 우울증을 극복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전에 미국 노산사에 참선을 배우러 온 동유럽계 중년 남성이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그냥 평범한 엔지니어이고, 두 딸을 가진 아빠, 자상한 남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는 많이 괴로워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참선 수행에 전념했고, 결국 10년간 복용했던 우울증약을 끊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건 그냥 수많은 성공 사례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저 또한 참선을 배우기 전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렸습니다. 게다가 저한테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제가 참선으로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면 누구도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극복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섣불리 포기하지 마세요. 끈기를 갖고 선지식을 찾아보세요. 선에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그것을 바로 불법이라고 부릅니다.

끝으로 수행으로 진전한다면 그냥 문제만 극복하는 게 아닙니다. 예전보다 더 행복해집니다. 영화 스님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행복을 강조하지 않으셨습니다. ‘행복’이란 단어를 자주 언급하지도 않으셨습니다. 그저 우리에게 계속 앞으로 더 나아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모두 예전보다 훨씬 더 행복해졌습니다.

여기서 수행의 향상이란 건 무엇일까요? 그런 건 어떻게 측정할까요? 아주 낮은 단계로 보통 명상을 시작하면 건강부터 좋아집니다. 그게 진전의 증거입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수행하면, 건강만 향상되는 게 아니라 성격도 좋아집니다. 특히 참을성이 늘어납니다. 수행 초반에 생기는 변화 중 하나입니다. 자기 스스로 이런 변화를 눈치챌 수 있습니다.

여러 학생이 저에게 이런 변화에 대해서 말해줬습니다. “스님, 참선하면서 아이들한테 화를 덜 내요”, “예전 같으면 화냈을 텐데”, “남편한테 예전보다 소리를 덜 지릅니다” 등. 그런 게 향상입니다. 그래서 진전하면 직장 동료들도 나를 더 좋아합니다. 싫어했던 이웃도 날 덜 미워합니다. 이런 내면의 변화는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기력이 늘고, 참을성이 좋아지며, 다른 이들에게 더 친절해집니다. 그게 바로 진전했다는 증거입니다.

여기서 더 많이 진전하면 알아차릴 수 있는 게 또 있습니다. 마음이 더 빠르고 예리해집니다.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가면 마음은 두 배 또는 그 이상 빨라집니다. 예를 들어 저는 출가 전 개인사업을 했기 때문에 업무량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은 스트레스와 과도한 생각으로 고달팠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매년 여름과 겨울에 선칠에 참여하고, 평소에도 절에 자주 가서 수행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하루에 2~3시간이면 모든 업무를 다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일과를 시작하면 잡념 없이 아주 빠른 속도로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도 꽤 낮은 단계에서 일어납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진전하면, 다른 수행자가 어느 정도에 도달했는지도 대충 알 수 있게 됩니다. 모든 사람이 이런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런 건 보통 스승님의 특별한 지도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주 소수의 수행자에게 이런 능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진전하면 스스로 내면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수행에서 계속 발전하고 변화한다면, 예전에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러니 그만두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여러분도 내면의 변화를 스스로 알아차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영상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청주 보산사 참선교실에서 3개월 동안 명상하며 변화를 직접 경험한 현주 학생이 ‘내가 참선하는 이유’를 진솔하게 나누는 영상입니다.

 

사진. 현안 스님

 

현안(賢安, XianAn) 스님

영화 선사(永化 禪師, Master YongHua)를 만나 참선을 접한 후 정진해왔으며, 2015년부터는 ‘공원에서의 참선(Chan Meditation in the Park)’이라는 모임을 캘리포니아 남부지역 중심으로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전 세계를 다니며 많은 이에게 참선법을 소개해왔다.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 위산사(潙山寺, Wei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2020년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 Jeweled Conch Seon Center)의 개원을 도우며, 정진 중이다. 불광미디어 홈페이지 연재를 비롯해 미주현대불교, 브런치 등에서 활발히 집필하며, 청주 BBS불교방송 라디오 ‘4시의 불교산책’에서도 활동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2021, 어의운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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