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 스님 “메타버스 속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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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 스님 “메타버스 속 ‘나’는 누구인가?”
  • 송희원
  • 승인 2021.10.10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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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 서울릴랙스위크 수행주간 5회차 마지막 강연을 하는 보일 스님.

일상 속 마음공부를 위한 2021서울릴랙스위크 수행주간이 10월 9일 보일 스님의 ‘조화와 공생: AI시대,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 강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수행주간 5회차 마지막 강연은 이날 흥천사 무량수전에서 소규모 현장 강의와 온라인 라이브로 동시 진행됐으며, 현장에서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개인별 마스크 착용과 손 세정은 물론 공간 방역도 철저하게 지켰다.

불광미디어, 불교신문, 흥천사가 공동으로 개최한 도심 속 집중 명상 프로그램인 서울릴랙스위크는 ‘일상 속 마음, 공부’를 주제로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간 서울 성북구 흥천사에서 열렸으며, 모든 강의가 온라인으로도 실시간 송출됐다. 앞서 6월 12일에는 원제 스님의 ‘마음의 초점을 바꾸다: 선(禪), 그리고 간화선’, 7월 10일에는 자현 스님의 ‘명상의 모든 것: 나에게 맞는 명상법’, 9월 11일에는 문광 스님의 ‘연공, 지치지 않고 계속하는 힘’을 진행한 바 있다.

수행주간 마지막 강연을 맡은 해인사 승가대학장 보일 스님은 「인공지능 로봇의 불성 연구」로 전국 승가대학 학인논문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인공지능과 4차산업 시대에 불교와 인간이 나아갈 방향을 연구하며 신문 칼럼과 강연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보일 스님은 이날 강연에서 ‘AI 시대를 산다는 것’, ‘AI 부디즘의 서막’, ‘디지털 대항해 시대의 마음공부’를 주제로 메타버스 속 나라는 존재의 의미와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 등을 탐구하는 한편, 온·오프라인 참가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보일 스님과 서울릴랙스위크 참가자들. 

“오래전 해인사승가대학 학인 시절 마음에 품었던 ‘인공지능에도 불성이 있을까?’라는 저의 화두가 시간이 흘러, 인공지능이라는 시절인연(時節因緣)을 만났습니다.”

보일 스님은 강연을 시작하며 현시대 인류는 ‘이중 충격(Double Shock)’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나는 2014년을 전후로 비약적으로 발전한 딥러닝을 비롯한 첨단 디지털 기술들이고, 다른 하나는 전 세계로 확산하며 팬데믹 사태로 이어진 코로나바이러스다. AI와 코로나의 시절인연으로 전 세계는 비대면 수업, 업무, 사교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AI시대를 최소 10년 앞당긴 것이다. 스님은 “이제 인류는 예전의 사유방식과 질서로는 결코 이 엄청난 변화를 감당할 수 없다”며 “시절인연이란 무상함, 즉 변화를 의미하며, 지금의 이 변화는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불교는 생로병사라는 고통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 종교입니다. 싯다르타는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의 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가한 것이죠. 코로나19가 불러온 고통과 첨단 디지털 기술이라는 변화의 물결에 안주하는 것만큼 위험한 결정은 없습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진행 중입니다. 과거의 사유 방식과 고정된 가치관을 선입관을 갖고 만족하고 사는 동안, 세상은 도약하고 또 차이를 만듭니다. 변화가 일어나는 양상들에 대해 공부하고 정확히 예측하고 통찰력을 발휘해, 그 변화가 요구하는 대응에 유연하고 개방적일 수 있어야 합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어서 보일 스님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메타버스’에 관해 설명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메타(Meta)와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말로, 물리적 현실과 디지털 가상공간이 융합하는 세계다. 메타버스 속 인간들은 자신을 대신한 가상의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세계에서 활동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초고화질의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가상으로 구현된 세상이기 때문에 물리적 법칙에서 자유롭다. 마치 현실 세계처럼 그 공간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빅데이터, 클라우딩, AI, 가상·증강현실 등 비약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이 메타버스라는 일종의 판타지 세상을 만든 셈이다. 하지만 이 판타지 세상은 단순히 환상으로만 그치지 않고 일상적으로 현실 세계와 공존하면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아이돌이 콘서트나 팬 사인회를 열기도 하고, 부동산을 사고파는 등 현실 세계의 모든 일과 오락, 여가활동이 디지털 세계로 그대로 옮겨져 그 속에서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보일 스님은 불교식으로 말하면 메타버스는 곧 “새로운 법계가 가능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 모든 사람이 앞에 있는 환술로 이루어진 성에 들어가 이미 제도 되었다는 생각으로 안온하여 피로함을 풀고 휴식 얻은 것을 알게 된 도사는 환술로 이루어진 성을 다시 없애고,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느니라. 그대들은 따라오라. 보물 있는 곳이 가까우니라. 앞에 있던 큰 성은 그대들을 휴식하게 하려고 내가 환술로 만들었노라.”

- 『법화경』 「제7 화성유품(化城喩品)」 중에서

이 부분은 성으로 길을 떠난 대중들이 중간에 지쳐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가 가는 성이 멀지 않음을, 다시 발심해서 가면 성에 곧 도달할 것이라고, 환술이라는 방편으로써 가상의 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보일 스님은 메타버스를 이에 빗대 세상 속에서 구현하지 못한 것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온라인 속에서 구현하는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러한 법계에 대해 집착할 것도 외면할 것도 없다”며 “핵심은 메타버스와 같은 AI의 거대한 혁신,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관점과 태도를 지녀야 할지를 결정하는 문제”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보일 스님은 디지털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관통할수록 불성을 가진 ‘나’라는 존재를 사유하고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나’라는 존재가 아바타라는 다양한 형태로 복제·분열할 수 있게 된 때일수록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붙잡고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원본이라 믿는 현실 세계든 가상이라고 믿는 가상세계든 어차피 모두 마음의 분별작용임을 잊지 말고, ‘인간의 마음에 어떤 가치를 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전 세계의 소외된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온라인 구호와 같은 법계가 열렸다. 이제 각자가 가진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벗어나, 중생의 온갖 고통을 바라보고 구제하기 위해 1,000개의 손과 1,000개의 눈을 가졌다는 천수천안관세음보살처럼 자비행을 실천할 길이 펼쳐진 것이다.

“세상 모든 존재는 불성을 가진 존재로서 이미 그 자체로서 고귀합니다. 소외된 중생, 굶주린 사람들을 돕는 데 동참하세요. 붓다는 열반 직전 제자들에게 마지막 남긴 유훈에서, 세상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언어와 방편으로 끊임없이 다양하게 변주해 내지 못하면 그 변화의 원심력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의 관점과 시선을 변주해 나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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