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적敵은 자기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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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적敵은 자기 자신입니다”
  • 현안 스님
  • 승인 2021.10.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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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 스님의 선禪 이야기(13)]

우리의 가장 큰 적은 누구일까요? 우리 자신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수행뿐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 결국 우리 앞길을 막는 건 우리 자신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스스로 해탈도 가로막고 있습니다. 사실 그 어느 누구도 우리의 해탈을 막을 수 없지만, 오직 우리 스스로 막고 있을 뿐입니다. 어떻게 우리가 스스로 해탈을 막고 있는지 아시나요?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본능적으로 어떤 일부터 하나요? 누구의 잘못인지 파악하기 위해 골똘히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보통 자기 잘못을 보는 대신 다른 이나 상황을 탓하기 시작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우리 모두 다른 이의 잘못을 찾아내고 이해하는 데 능숙합니다. 하지만 남을 탓하는 그 순간, 우리의 초점이 진짜 문제인 자기 자신으로부터 다른 사람을 탓하는 방향으로 이동해버립니다. 그런 이유로 다른 사람의 문제를 푸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합니다. 그래서 보통 다른 이의 문제는 잘 파악하면서 정작 스스로의 문제는 잘 알지 못합니다. 항상 잘못된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 자기 자신의 문제는 풀 수가 없습니다. 혹시 주변에 쉬지 않고 남에 대해서 불평하는 사람을 본 적 있나요? 입만 열면 다른 사람의 흉을 보고,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은 마음이 혼란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말에 너무 귀를 기울이지 마십시오. 자기 자신의 문제를 명료하게 파악할 수 없다면 그런 곳엔 지혜도 없습니다.

스스로 해탈을 막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너무 빨리 그만두기 때문입니다. 중도에 포기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포기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길을 가다가 중간에 그냥 그만두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우리 자신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멀리까지 도달할 수 있고, 더 성공적이라면, 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아니야, 너무 힘들어. 이제 그만하고 싶어’, ‘과연 이렇게까지 해서 할 필요가 있을까’ 등의 합리적인 이유로 자기 스스로 그만둬야 한다고 설득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아상(我相)의 발현입니다. 또 ‘내가 누구보다 나 자신을 제일 잘 알지’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나의 결정에 반대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스스로의 앞을 막고 있습니다. 그만둘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확신을 심어줍니다. 그래서 가장 큰 적은 우리 자신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지만, 다만 오직 스스로 멈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럴 때 우리의 아상은 가장 좋은 상태에 있습니다. 아상은 우리가 왜 그만둬야 하는지 꽤 설득력 있는 이유들을 내놓습니다. 그만둬야 할만한 타당한 이유는 얼마든지, 어디에서든 찾아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해롭거나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수행으로 계속 진전하고 성공하기 위한다면 중간에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우리가 하던 것을 멈추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아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게 언제일까요? 사실 한국의 수행자는 너무나 열심히 합니다. 심지어 지나치게 힘들수록 더 좋아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행의 큰 목표를 잊은 채 또는 스스로 계속 정체하고 있음을 알지도 모른 채 무조건 열심히만 합니다. 그래서 언제 그만두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할지 아셔야 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부처님도 그만둔 적이 있는데, 아시나요?

부처님께서 출가하셨을 때, 그 당시 가장 뛰어난 영적 스승을 만나러 나섰습니다. 그때 당대에 가장 유명한 두 명의 영적 스승을 찾아갔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얼마 되지 않아서 이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건 이미 다 배웠고, 심지어 이들이 성취한 단계까지 도달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들에게서 더는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부처님은 그들과 1년을 더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스승에게서 배우고 수련한 것으로 해탈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한 후 나중에 결국 그곳을 떠나셨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영적 수행을 위해 스승님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있다면,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이미 스승님의 모든 지침을 다 실행했고, 가진 모든 노력과 에너지를 다 쏟아서 했는데도 큰 변화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라면 다른 스승을 찾아보겠습니다. 스승에 대한 감사를 버리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수행자라면 언제든 새로운 스승을 찾아서 떠나도 됩니다. 바르고 지혜로운 스승이라면 제자의 자유를 속박하지 않을 것입니다. 좋은 스승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제자를 구속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스승이 더는 가르쳐줄 수 없다면 그땐 떠나십시오.

그렇다면 스승이 더는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여러분이 스승보다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스승보다 더 많이, 더 널리 헤아리고 이해한다는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수행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더 낮은 단계에 있는 사람보다 더 멀리까지 볼 수 있고, 더 많이 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수행에서 진전이란 마치 고층빌딩에서 한 층씩 더 올라가는 것과 유사합니다. 올라갈수록 아래층보다 더 멀리까지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올라갈수록 더 많은 것이 훨씬 명료해집니다.

두 번째로 스승보다 학생이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하면, 스승은 학생에게 예전만큼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예로 선정의 단계가 낮은 사람의 말은 더 높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칠 만한 힘이 없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말을 해도 그 말엔 설득할만한 힘이 없어집니다. 이런 일이 생기기 때문에, 어떤 영적 지도자는 학생이 다른 데서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영적 지도자는 자신의 학생이 조사 스님의 가르침을 읽고, 자기 생각보다 그 가르침이 더 심오하다고 생각할까 우려합니다. 우리가 더 높고 심오한 가르침에 노출돼야만 스승을 뛰어넘을 기회가 생깁니다. 그렇기에 능력이 부족한 스승은 학생이 더 뛰어난 가르침에 노출되는 것을 반기지 않습니다. 훌륭한 스승이라면 제자가 자신을 뛰어넘는 것을 꺼리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스승이 더는 가르칠 수 없다는 징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을 더는 제시할 수 없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스승과 같은 단계에 도달하거나 더 높은 단계까지 도달하면, 스승은 여러분보다 더 좋은 방법이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합니다.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할수록 더 지혜로운 해결방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스승을 뛰어넘어도 홀로 수행하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자기 스스로를 믿기 시작하면 더 큰 발전은 어렵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노력과 수고가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적어도 아라한이나 그 이상이 될 때까지는 반드시 선지식의 지도와 보호가 필요합니다. 아직 자기 자신으로부터 완전한 해방을 얻지 못했다면, 현명한 스승을 찾아보십시오. 더 널리 볼 수 있고, 더 큰 선정의 힘을 갖고 있으며, 지혜로운 스승을 찾으면, 여러분이 직면할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바른길을 보여줄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 수행과 불교 공부에서 생긴 질문이나 문제가 있으시면 댓글로 올려주세요. 대답해드릴 수 있는 질문이라면 다음 글에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영화 선사(永化 禪師, Master YongHua)를 만나 참선을 접한 후 정진해왔으며, 2015년부터는 ‘공원에서의 참선(Chan Meditation in the Park)’이라는 모임을 캘리포니아 남부지역 중심으로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전 세계를 다니며 많은 이에게 참선법을 소개해왔다.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 위산사(潙山寺, Wei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2020년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 Jeweled Conch Seon Center)의 개원을 도우며, 정진 중이다. 불광미디어 홈페이지 연재를 비롯해 미주현대불교, 브런치 등에서 활발히 집필하며, 청주 BBS불교방송 라디오 ‘4시의 불교산책’에서도 활동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2021, 어의운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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