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의 문화이야기] 지리산 백장암과 완주 송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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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의 문화이야기] 지리산 백장암과 완주 송광사
  • 노승대
  • 승인 2021.10.0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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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여행 3일째,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우님 집에서 잘 자고 아침에는 어제 산행 중에 얻은 꾀꼬리버섯을 콩나물국에 넣어 맛있게 먹고 출발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함양 덕전리 마애여래입상(보물 제375호)을 들리기로 했다.

예전엔 대숲 속에 인적이 끊긴 채 외로이 서 있었는데 그사이 고담사라는 번듯한 절이 들어서고 주변도 깨끗하게 정리가 됐다.

실상사에 딸린 암자이지만 국보 1점과 보물이 2점 있는 백장암에도 들렸다.

또 올라오는 길에 점심을 먹으러 화심순두부집에 들렸다가 인근의 완주 송광사에 들르느라 결국 서울 입성은 늦은 오후가 됐다.

 

높이 5.8m의 마애불로 역시 고려 시대의 조성이다. 신체에 비해 손이 작게 조각돼 조금 어색하지만 표정은 온화하고 따듯하다. 연화좌대도 이채롭다.

 

마애불 아래에서 솟아나는 샘이다. 산속 마애불의 경우 인근에 샘이 있거나 계곡이 있는데 이는 마애불이 조성되기 이전부터 기도처로 쓰였다는 의미다.

 

임진왜란 당시 실상사의 스님들이 이 암자로 피신하면서 계속 스님들의 수행처가 됐다. 근래 승탑들도 도난방지를 위해 뜨락으로 옮겼다. 슬픈 일이다.

 

보물 제40호인 백장암 석등이다. 좌대부터 지붕돌까지 전부 8각으로 이루어진 전형적 신라양식이다. 그렇지만 상대석 위에 난간이 조각돼 있다.

 

석등에 난간을 조각한 솜씨는 석탑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1층 몸돌에 사천왕, 2층 몸돌에 8명의 음악을 연주하는 주악천인상, 3층 몸돌에 천인을 새겼다.

 

1층 몸돌 동쪽에는 악귀를 딛고 서 있는 천왕이 있고 곁에는 먼지털이개인 불자(拂子)를 든 동자가 있다. 머리에 두 뿔이 있어 동자도깨비라 부른다.

 

동자도깨비가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 뒤로 돌려서 세운 귀여운 모습이라면 이 동자는 깃발을 들고 얌전히 서 있다. 탑을 든 북방 다문천왕 모습이다.

 

요즈음 새로 짓는 법당들은 보통 현판 양쪽 기둥 위에 청룡, 황룡을 조각해 모시는데 백장암 대웅전에는 현판 틀 장식에 청룡, 황룡을 그려 넣었다.

 

완주 송광사 일주문이다. 주산은 종남산이며 보조국사가 이곳을 지날 때 절터임을 표시해 두어서 조선 시대 창건했다고 한다. 순천 송광사와 이름이 같다.

 

송광사는 평지에 세워진 절이다. 일주문에서부터 대웅전까지 모두 일직선상에 놓였다. 금강문 뒤로 천왕문이 보이고 그사이에 대웅전의 문살이 보인다.

 

금강문 왼쪽의 금강역사는 그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용의 목을 가볍게 움켜잡았고 코끼리를 탄 보현동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 빙긋 웃는 표정이다.

 

오른쪽의 금강역사는 큰 칼을 휘둘러 들어오는 악귀를 단칼에 베일듯한 표정이지만 사자를 탄 문수동자도 무슨 호들갑이냐며 살짝 웃는듯한 모습이다.

 

천왕문의 안에 모셔진 사천왕상이 인조 27년(1649)에 조성됐으니 천왕문도 그때 처음 지어졌을 것이다. 다른 법당도 대개 이 시기에 지어졌다.

 

임진왜란 후에 지어진 큰 사찰들은 대개 사천왕을 모시는데 다시 전쟁으로부터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염원도 담은 것이다. 대개 소조로 만들었다.

 

소조(塑造)는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대나무와 마 껍질로 엮어 뼈대를 만든 다음 수비해 이물질을 제거한 점토를 마 섬유와 섞어 살을 붙여 완성한다.

 

송광사의 십자각 종루. 보물 제1244호다. 완전한 십자형 2층 누각형태로 유일한 건물이다. 재목도 느티나무를 썼으며 기둥을 감은 용그림도 뛰어나다.

 

송광사 대웅전은 겉보기에 평범한 건물이지만 안에는 거대한 소조불상을 모시고 있다. 원래 2층 누각형태의 건물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뒷날 축소됐다.

 

천장에 머리가 닿을듯한 소조삼존불은 보물 제1274호다. 인조 18년(1641)에 조성됐으며 남아 있는 소조불 중 가장 크다. 주존불 565cm다.

 

나한전 안의 존상들은 송광사에서 빠질 수 없는 문화재다. 목조석가여래삼존상과 16나한, 제석과 범천, 500나한 등 모두 526구의 존상들이 있다.

 

1656년에 무염을 비롯한 30여 명의 조각승이 참여해 조성했으며 삼존상과 소조 16나한상은 올해 6월에 보물 제2126호로 지정됐다.

 

사진. 노승대

 

(필자의 카카오스토리에도 실린 글입니다.)

 

노승대
‘우리 문화’에 대한 열정으로 조자용 에밀레박물관장에게 사사하며, 18년간 공부했다. 인사동 문화학교장(2000~2007)을 지냈고, 졸업생 모임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인사모)’, 문화답사모임 ‘바라밀 문화기행(1993년 설립)’과 전국 문화답사를 다닌다. 『바위로 배우는 우리 문화』,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2020년 올해의 불서 대상)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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