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놉티콘(Panopticon): 감시자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수감자를 감시할 수 있는 원형 형태의 감옥. 영국 철학자이자 법학자 제러미 벤담(1748~1832)이 고안한 감옥 건축양식이다.
높은 인지도, 기회이자 위기
강연을 많이 하다 보면 얼마쯤 얼굴이 알려진다. 방송이나 신문에 나오면 꽤 많이 알려진다. 더러 길거리나 기차 안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고 ‘내가 유명해졌구나’, 저절로 느끼게 된다.
2018년 강원국 작가와 함께 미국 순회강연을 간 적이 있다. 한가한 낮시간 둘이서 LA 거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우리 옆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고 한국인 모녀로 보이는 두 여성이 반색하며 다가왔다.
강 작가의 팬들이었다. 그가 출연한 유튜브 방송을 보고 팬이 됐다며 이렇게 LA에서 만날 줄 몰랐다고 좋아했다. 즉석에서 사진을 여러 장 찍고 그날 저녁 열린 강의까지 찾아와 책에 사인을 받아 갔다. 강 작가와 함께 강연할 때면 확실히 그의 대중적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을 자주 만난다.
필자는 강의를 많이 하긴 했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은 아니다. 강 작가와 같은 일이 필자에겐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6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뒤 지인과 함께 작은 규모의 술집에 갔는데 거기서 필자를 알아보는 손님을 만나고 적잖게 당황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얼굴이 알려지고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은 기회이자 위기다. 강연 섭외가 늘고 강연료가 오른다는 점에선 기회다. 그러나 익명성이 주는 자유를 포기하고 말과 행동에 따른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점에선 위기다. 유명세에 따른 상황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조언을 종종 듣는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관리의 영역’인가에 대한 의문도 함께 든다.
혜민 스님과 현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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