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영생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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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영생에 관하여
  • 이상헌
  • 승인 2021.10.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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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휴머니즘과 불국정토
2014년 개봉한 <트랜센던스>는 마인드 업로딩의 좋은 예다. 인류의 지적 능력을 초월하고 자각 능력까지 가진 슈퍼컴 ‘트랜센던스’의 완성을 목전에 둔 천재과학자 ‘윌(조니 뎁)’이 반(反) 과학단체 ‘RIFT’에 목숨을 잃는다. 연인 ‘에블린(레베카 홀)’은 그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해 살리지만, 또 다른 힘을 얻은 그는 온라인에 접속해 자신의 영역을 전 세계로 넓혀간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인간은 인간종의 마지막 형태가 아니며 제한 없는 수명, 한계 없는 지능의 확장, 끝없는 신체 능력의 향상 등 결과적으로 한없는 행복을 향한 인간의 무한한 전진이 과학기술로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트랜스휴머니스트이다. 이들은 인간이 생물학적 진화에 얽매이지 않고 과학기술로 스스로 변형하고 향상하는 인위적 진화를 진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이 생각하는 인간 진화의 목표는 현재의 인간 이후에 오는 새로운 인간, 즉 포스트휴먼이다. 

기본적으로 포스트휴먼은 과학기술을 인간 자신에게 적용해 인공적으로 향상된 존재이지만, 인간 변형의 방향이 지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포스트휴먼의 모습은 우리 상상이 허용하는 범위만큼 다양하다. 

지난 호에서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과학기술을 통한 신체 변형에 대해 다루었는데,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이 상상하는 최종 형태는 신체 변형의 자유를 넘어선 어떤 것이다. 서양사상의 주류 전통에서 오래전부터 꿈꾸었던 것, 바로 신체로부터 완전한 해방이다. 이것은 신체를 대체하고 선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신체가 필요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것은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의 가장 극단적인 견해이자 논란이 되는 개념인데, 이른바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것이다.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대담한 상상

마인드 업로딩은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지만, 레이 커즈와일을 비롯해 다수의 기술 낙관주의자들과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이 미래 인간의 모습으로 제시한 것이다. 커즈와일은 30년 후면 인간이 자신의 마음 전체를 컴퓨터에 업로드 할 수 있다고 예언했다. 그는 특이점이라는 사건과 더불어 마인드 업로딩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커즈와일처럼 급진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지만 신경과학자들도 마인드 업로딩이 원리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마인드 업로딩에 대해 먼 미래에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2014년에 개봉했던 영화 <트랜센던스>를 보면, 기술 발전이 인류 멸망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반(反) 과학집단의 공격으로 슈퍼컴퓨터 트랜센던스의 개발 책임자인 윌이 목숨을 잃는데, 아내인 에블린이 윌을 살려내기 위해 윌의 뇌를 트랜센던스에 업로딩한다. 트랜센던스는 인류의 모든 지적 능력을 초월하는 슈퍼컴퓨터다. 최근 논의로 하면 초지능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뇌를 트랜센던스에 업로딩한 이후 윌이 되살아난다. 죽기 전의 몸은 사라졌지만, 대신에 컴퓨터를 매개로 해서 윌의 의식은 생명을 회복한다. 

마인드 업로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인간의 마음, 혹은 의식이 뇌에 의존한다는 가정에 있다. 오늘날 신경과학계의 지배적 견해는 마음이 대체로 뇌의 신경세포들, 즉 뉴런들의 연결망에 담겨 있는 정보처리 과정에서 창발한 속성이라는 생각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이 수행하는 주요한 기능들, 이를테면 학습, 기억, 의식 등이 모두 뇌 안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이고 전기화학적인 처리 과정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믿는다.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마음 혹은 의식에 대해 대부분 기능주의적 관점을 택하고 있다. 과거 철학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신체와는 전혀 다른, 신체에 적용되는 자연법칙을 넘어서 있는 그 어떤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날 의식 연구 분야에서 대표적인 신경과학자들인 크리스토퍼 코흐와 줄리오 토노니는 「기계가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논문에서 의식을 자연 세계의 일부라고 못 박아 얘기한다. 그들은 의식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법칙에 의존하며, 어떤 마법이나 다른 세상의 특성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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