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朝三暮四)와 소크라테스
상태바
조삼모사(朝三暮四)와 소크라테스
  • 백승권
  • 승인 2021.09.2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의를 많이 하다보니 저절로 알아지는 것들

세 개와 네 개의 차이

새로운 책을 준비하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가끔 페이스북에 공유한다. 공개된 장소에서 메모하면 생각을 객관화하고 독자의 반응을 미리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우리는 대체로 풍부한 어휘력, 능숙한 문장, 멋진 표현, 정확한 문법으로 글을 쓰면 좋은 글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 것들은 한편의 글을 만드는 기본 요소일 뿐입니다. 잘 썼다는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글을 통해 전하려고 하는 내용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입니다. 한마디로 구성, 더 나아가 전략적 설계의 방법을 잘 알아야 합니다. 전략적 설계가 들어 있다면 기본 요소가 허술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만, 그게 없다면 기본 요소가 아무리 탁월해도 공허할 수밖에 없습니다.

4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눌러졌고 댓글 반응도 뜨거웠다. 그 가운데 방송사 PD를 하는 후배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글쓰기처럼 영상 콘텐츠도 구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쩌면 구성이 전부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메시지를 전하는 다큐는 씬의 배열과 강약 선택이 소구력(광고 등이 시청자의 사고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힘)의 핵심입니다. 이를 결정하는 기준은 기획 의도이고요.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그 다음에 소재의 선택과 배치가 이뤄집니다. 조삼모사는 콘텐츠에서 꼭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조삼모사’에서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송나라 저공은 원숭이에게 줄 도토리의 총량을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조건에서 놀라운 전달 전략을 구사한다.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던 것을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로 바꿔 원숭이의 불만을 잠재운다. 세상일은 도토리 일곱 개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한 이슈가 될 때도 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