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와 같은 현대 기구를 일체 배제하고 그 옛날 무명 도공들이 지켜온 전통으로 도자기를 빚어온 김기철 도예가의 전시가 열린다. 부산 해운대 갤러리 마레는 ‘김기철 도예전’을 8월 21일부터 9월 2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1933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난 김기철 도예가는 영문학을 전공한 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인간문화재 김봉룡 옹의 나전칠기 전시를 보고 도예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나이 40대 중반때 일이다. 이후 경기도 곤지암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작업을 해왔다.
김기철 작가는 도예를 시작한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제4회 공간대상’을 받았고,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 미국 및 프랑스 순회전, 1983년 한영·한독 수교 100주년 기념 영국·독일 순회전을 여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현재 그의 주요 작품 소장처가 국립현대미술관, 청와대, 교황청(로마), 대영박물관(영국), 버밍햄박물관(미국), 에벨링박물관(스웨덴) 등인 것만 봐도 그의 작품 위상을 알 수 있다.
김기철 작가는 햇빛 쨍쨍한 맑은 하늘 아래,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고 간 다음의 연잎 위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 같은 데서 남다른 감동과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영감의 원천때문인지 그는 스님들과도 교유가 깊다. 특히 법정 스님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법정 스님께서 저희 집을 찾아 오셨습니다. 그 당시 제가 법정 스님의 『서있는 사람들』을 읽고 감명을 받았는데, 그 책에서 스님께서 인사동에 다기를 사러 가셨을 때 좋은 것은 비싸고 가격이 괜찮은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지 못했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제가 스님에게 다기를 선물하고 싶다는 뜻을 스님의 지인에게 전했는데 그 분이 스님을 직접 모시고 오셨습니다. 그 이후로 스님이 종종 저희를 찾아오시곤 하셨습니다. 저희도 일년에 두 번 불일암으로 찾아가서 뵙곤 했습니다.”(월간 「불광」 2006년 인터뷰 중에서)
김기철 작가는 최종적으로 용가마에 우리 육송(陸松)의 껍질 벗겨 장작으로 쓴다고 한다. 미송(美松)이나 왜송(倭松)을 안 쓴다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나무가 타면서 내뿜는 성분이 육송이어야 그 특유의 성분(그을음과 불길)이 스며들어 신비한 유약 역할을 해서 도자기 자체가 숨을 쉴 뿐만 아니라 오묘한 질감과 빛깔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다기로 차를 마시거나 물을 마실 때는 그 맛이 확연히 다를 뿐만 아니라 푸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의 도자기에 담긴 이러한 정성이 법정 스님에게도 전해졌던 것은 아닐까.
갤러리 마레는 “물레를 쓰지 않고 모두 손으로 빚은 그의 작품은 번잡스러운 기교가 없음에도 날아갈 듯 자유스럽고 살아 숨쉬는 것 같은 특유의 분방함이 느껴진다”며 “불균형 속에 균형이 조화를 이루어 자연의 형태에 가까워 살아 숨 쉬고 쓸수록 정이 피어나는 유정의 도자기들이며, 현대 기구로 구어 낸 도자기로는 언감생심 바라다볼 수도 없는 생명체의 경지라 자부한다”며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문의 051)757-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