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분절(백중)과 효(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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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란분절(백중)과 효(孝)
  • 현안 스님
  • 승인 2021.08.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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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쿡 스님의 선禪 이야기(5)
그림 서주 스님. 

 

우란분절(Ullambana)은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 중 하나이며, 한국에서는 흔히 백중(百中)이라고 부릅니다. 이날이 중요한 이유는 불교인들이 모여서 효(Filial Piety)를 행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불교에서는 불보살님의 탄신일이나 성불일을 경축하기 위한 법회를 많이 하는데, 이와 달리 우란분절은 부모님과 조상을 위한 특별한 날입니다. 영화 선사의 도량인 미국 위산사나 한국 보산사에서는 『우란분경』을 독송한 후, 법당을 돌면서 ‘보부모은(報父母恩) 진언’이라는 만트라를 외웁니다. 보부모은 진언이란 말 그대로 부모님의 은혜를 갚기 위한 진언입니다.

 

목건련 존자의 신통력

우란분절은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하나인 대성문승, 즉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음을 구한 수행자 대목건련(Mahamaudgalyayana) 존자에 의해 생겨났습니다. 사실 목건련 존자는 지장보살(Earth Store Bodhisattva)의 화신입니다. 원래 목건련 존자는 부처님을 만나기 전 진리를 마음 밖에서 찾는 외도 수행자였는데, 이 수행법으로는 더 멀리 갈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수많은 스승을 찾아다녔건만 누구도 그의 문제를 풀어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부처님을 만나 평생 찾던 스승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의 밑에서 수행해 재빨리 아라한과를 증득했습니다.

아라한(Arhat)이란 출세간의 지혜가 열리기 시작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불교에서 아라한은 성자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아라한은 자기 자신을 비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아라한이 되면 더는 이기적이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수행해서 그렇게 아상(Ego)의 끝을 내면 삼세(三界, Three Realms), 즉 이 세상에서 탈출하게 됩니다. 바로 윤회의 바퀴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아라한이 되면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 다 갈 수 있게 됩니다. 열반(Nirvana)에 들어갈 수도 있고, 원한다면 삼세 중 어느 법계에서든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됩니다. 이걸 바로 해탈(Liberation)을 얻었다고 표현합니다.

목건련 존자는 아라한을 증득한 후 뭘 했을까요? 그는 전보다 더 열심히 수행했고, 끝내는 신통력(Spiritual Penetration)을 얻게 됐습니다. 이게 자연스러운 순서입니다. 먼저 출세간의 지혜를 얻고, 맹렬하게 수행하여 신통력을 얻는 것 말이죠. 이와 달리 외도법에서는 신통력을 얻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입니다. 신통력만 있고, 지혜가 없다면 신통력을 남용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신통력을 강조하는 대신 지혜 여는 것 또한 강조합니다. 그게 안전한 길입니다. 목건련 존자는 신통력을 위해 애쓰지 않았습니다. 탐심이 없이 자연스레 열렸을 뿐이죠. 그래서 외도로 얻은 신통력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높았습니다.

 

모친을 위한 밥 한 그릇

목건련 존자는 신통력을 얻은 즉시 천안통(Heavenly Eye)을 써서 모친이 어디에 계신지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아귀계에 떨어져 있는 모친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는 즉시 밥 한 그릇을 들고 날아서 모친에게 갔습니다. 모친은 너무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서 허겁지겁 밥을 입속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런데 쌀밥이 입에 닿는 순간 뜨겁게 불타는 숯으로 변해버렸고, 모친은 입, 혀, 목구멍이 모두 타버리는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됐습니다. 아귀는 바로 이런 상태에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업보(Karmic Retribution)의 특징입니다. 우리는 복이 많아서 쌀밥을 먹을 수 있는 업보를 가진 인간인 것입니다. 아귀에겐 음식이 그냥 숯덩어리에 불과합니다. 배가 고파도 먹을 수가 없습니다. 업보는 그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목건련 존자는 모친을 돕고자 했는데 오히려 더 괴롭게 만들었음을 알고 부처님께 도움을 청하러 갔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아무리 신통력이 있어도, 네 아라한의 단계에서는 모친을 도울 수가 없다.” 아라한은 수행으로 힘을 얻어서 자기 자신은 도울 수는 있지만, 다른 이를 진정으로 도울 힘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해탈을 얻었으나 다른 사람이 해탈을 얻게 도울 수는 없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자기 자신만 구하려고 이 세상에 오셨을까요? 부처님은 이 세상의 모든 이를 돕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여러 가지 법(Dharma)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가 다른 이를 도우려면 일단 먼저 자기 스스로를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건 바로 여러분이 아라한과 또는 벽지불의 과위를 증득했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여러분이 마음의 명료함을 갖게 되면,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는 법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다른 이가 해탈하도록 도우려면 먼저 해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법

부처님께서는 목건련 존자에게 “네가 아라한일지 몰라도 모친이 해탈할 수 있게 도울 힘은 아직 없으니 시방성승(Sagely Sangha of Ten Directions)에게 도움을 청해야한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세상엔 시방 즉 모든 방향에 걸쳐 많은 수행자가 있는데, 그중엔 이제 막 3개월의 안거를 마친 성문과 보살도 있습니다. 음력 7월 15일에 이제 막 여름 안거를 마친 많은 출가자에게 공양을 올리고, 그 복을 모친을 위해서 회향하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법입니다.

목건련 존자는 즉시 부처님의 말씀을 따랐습니다. 그는 바로 그날 시방의 삼보께 공양을 올렸고, 모친은 즉시 해방을 얻어서 천상에 왕생했습니다. 아귀의 비참한 상태와 고통에서 해방된 것이죠. 여러분은 아귀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짐작되시나요? 우리는 단 며칠만 단식해도 매우 고통스럽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진정한 괴로움을 겪기 전까지는 자비를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단식하면 자연스레 자비심을 키우게 됩니다.

여기서 잠시 우리 제사 문화를 이야기해봐야 합니다. 동양 문화에는 가족이 다 모여서 제사를 지내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때 조상들께 여러 가지 음식을 올립니다. 생선구이, 산적, 고깃국 등 온갖 음식을 다 올립니다. 아귀계에 떨어지면 빠져나올 수 없고, 거기서 수백만 년 머물러야 하는데, 매년 그런 음식을 올리면 괴로움만 더해집니다. 아귀는 먹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게 목건련 존자가 모친에게 쌀밥 한 그릇을 준 이유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전통을 비난하려는 게 아닙니다. 조상에게 음식을 올리기 전에 이점을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조상에게 고기나 생선구이를 올리는 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 첫째로 조상들은 그걸 먹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가축과 물고기를 죽인 업이 추가됩니다. 차라리 조상을 위한다면 제사 때 채식 음식을 올려보십시오. 그리고 다음 세 가지 진언을 외우세요. 그렇게 하면 조상이 먹을 수도 있고, 여러분은 이들을 대신해서 복을 지을 수 있습니다. 또 그들의 고통을 멈추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변식수진언變食水真言(Transforming the Food True Words)

나모사와다토예도/와루즈디/난/산보라산보라/홍(3회 반복)

감로수진언甘露水真言(Sweet Dew True Words)

나모수루포에/단도예도예/다즈토/난/수루수루/보라수루보라수루/소포허(3회 반복)

보공양진언普供養真言(Universal Offering True Words)

난/예예낭/산포와/파리라/홍(3회 반복)

맹목적으로 전통을 따르는 대신 바른 법을 배워서 따라 해 보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이 아끼고 사랑하는 이를 도울 수 있습니다. 다른 이를 돕기 위해서 불보살님들이 가르쳐 준 그 가르침 즉 방법을 따르십시오. 아라한이 가르쳐 주는 방법조차도 진짜로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아라한은 아직 다른 이를 돕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우 행운입니다. 여러분이 오늘 배우는 것은 위앙종의 조사, 선화 상인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선화 상인은 모든 중생을 돕기 위하여 중국 본토에서 미국으로 대승의 가르침을 가져가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은 한국에서 그것을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우란분절의 흥미로운 가르침은 누군가를 진정으로 돕기 위하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공양을 올리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먼저 공양을 삼보에 올리고 그 공덕(Merit and Virtue)을 회향(Transference)하는 것입니다. 목건련 존자는 각별한 진심으로 삼보에 공양을 올려서 아주 많은 복을 지을 수 있었고, 모친은 그 즉시 해방을 얻어 천상으로 갔습니다.

그 일 후 부처님은 매년 불자와 불자가 아닌 모든 이들이 모두 모여서 조상을 위해 공양을 올리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불교 수행의 정수입니다. 누구든 믿음만 있다면 음력 7월 15일 우란분절에 삼보를 위한 공양을 올리고자 마음을 내보십시오.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삼보에 공양을 올리고, 그 공덕을 조상에게 회향하면 현생의 부모와 7대 조상뿐 아니라 6촌의 친인척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아주 좋은 일입니다.

한국은 문화적으로 예(禮)와 효(孝)를 중시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님의 현생을 위해 많이 노력합니다. 하지만 불자라면 부모님을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부모님이 왕생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또 부모님이 정토왕생을 얻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 말법 시대에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님이 서방 극락 정토에 가도록 해드리는 것입니다. 만일 여러분 부모가 선을 수행해서 아라한과를 증득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효를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부모님이 왕생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가장 궁극적인 형태의 효는 출가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8월 14일 조계사 청년센터에서 진행된 현안 스님의 법회영상을 함께 소개합니다.) 

 

*덧붙이는 말: 수행과 불교 공부에서 생긴 질문이나 문제가 있으시면 댓글로 올려주세요. 대답해드릴 수 있는 질문이라면 다음 글에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현안 스님
미국에서 사업을 하던 중 노산사(盧山寺, Lu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스님을 만나 참선을 처음 접했습니다. 수행 정진하다가 불법을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미국 위산사(潙山寺, Wei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습니다. 현재는 스승의 뜻에 따라 국내로 들어와 청주 보산사(寶山寺, Jeweled Mountain Temple)에서 참선(챤 메디테이션, Chan Meditation)을 지도하며 수행 정진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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