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의 문화이야기] 문경 김룡사와 대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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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의 문화이야기] 문경 김룡사와 대승사
  • 노승대
  • 승인 2021.08.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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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하면 문경새재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오래된 고찰들도 많다.

대표적 고찰은 당연히 희양산 봉암사이지만 봉암사는 조계종 특별 선원으로 일 년에 딱 한번 초파일에만 개방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신도들도 드나들 수가 없다.

그래서 문경 문화답사 때는 주로 김룡사와 대승사를 들리게 된다.

두 곳 다 신라시대에 창건되어 지금까지 법의 등불이 전해져 왔기에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임진왜란으로 불타버려 그 이후에 조성한 건물들과 문화재가 대부분이다.

특히 김룡사는 운달산 깊은 계곡 속으로 울울창창 솟은 전나무 숲을 지나서 가기 때문에 옛 사찰을 찾아가는 감흥을 선사한다.

 

김룡사의 금강문은 여염집(보통 백성의 살림집)의 솟을대문 형식으로 보장문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다. 대문 양쪽에 금강역사가 그려졌고 절 구역을 둘러싼 담장이 이채롭다.

 

법당 뒤 송림과 어울린 대웅전은 적당한 곡선과 비례를 보여주고 있다. 설잠대사가 1649년에 중건한 건물이다.

 

노주석은 어두운 마당을 밝히기 위해 상부에 관솔불을 피우던 것이다. 원래 두기를 세우는데 한 기가 깨져 다시 세운 해가 소화 15년, 1940년이다.

 

일본연호인 소화는 해방 후에 지운 것이고 이 노주석의 중국연호는 사대부들과의 갈등 속에서 지웠다고 추측된다. 사대부들은 청나라 연호 사용을 꺼렸다.

 

그러나 대웅전 축대에는 청나라의 '옹정 정미 춘(春)' 연호가 있어 1727년 봄에 보수공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탱화에도 청나라 연호는 흔하다.

 

김룡사 설선당은 원래 경흥강당이라는 강원건물로 쓰였으며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온돌방이었으나 1997년 화재로 소실되어 다시 복원했다.

 

대웅전 앞의 화단의 녹색 식물이 마치 카펫같이 곱게 자라 한층 운치를 더해 준다.

 

임진왜란 후 화재방지를 위해 현판 양쪽으로 청룡, 황룡을 설치하는 방식이 유행한다. 김룡사 대웅전은 특이하게 동쪽 끝 기둥에 청룡조각을 부착했다.

 

역시 같은 방식으로 서쪽 끝에는 황룡조각을 설치했다. 두 손으로 여의주를 꼭 움켜쥐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가끔씩 법당 오른쪽 벽에 청룡을 그리고 왼쪽 벽에 황룡을 그리기도 하는데 김룡사 대웅전도 옛 모습을 지키고 있다. 용은 수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황룡은 오방룡의 대장이다. 동쪽 청룡, 서쪽 백룡, 남쪽 적룡, 북쪽 흑룡이고 중앙은 황룡이자 총대장이다. 좌청룡과 중앙의 대장을 함께 모신 것이다.

 

전라도의 사찰 법당은 화재방지를 위해 물에 사는 생물들을 조각해서 법당 내부 천정에 붙이는 경우가 많다. 경상도는 이처럼 공포에 물고기를 설치한다.

 

당시 민간에서 유행하던 다람쥐와 호랑이도 설치했다. 다람쥐는 재물을 상징하고 호랑이는 삼재를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다. 민간의 바람을 조각에 넣었다.

 

소 혓바닥처럼 길게 뻗은 우설 위에는 주로 연꽃을 조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화꽃을 새겨 넣었다. 민간에서 유행하는 국화는 절개, 지조를 상징했다.

 

김룡사에서 가까운 대승사 대웅전이다. 내부에는 우리나라에 6점 밖에 없는 목각탱화가 있다. 보물 제575호다. 원래 부석사 소유로 중건 때 옮겨왔다.

 

대승사 대웅전 마당에도 노주석이 두 기 있다. 한 기에 '옹정 7년' 기록이 있어 1729년에 만들었음을 알 수 있었기에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대웅전 앞의 돌가둥은 석유가 들어오고 나서 등롱 안에 등잔을 넣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곧 등 기둥돌이다. 극락전 앞의 돌기둥엔 시주자 이름도 있다.

 

대승사 대웅전 공포에는 화재방지를 위해 물고기 그림이 그려져 있다. 물고기가 놀고 있으니 불이 나도 곧 꺼질 것이라는 소망을 담은 것이다.

 

용이 통통한 물고기를 물고 있다. 곧 물에 사는 용이라는 뜻이다. 그 아래로 물새 한 마리가 물가에 서 있다. 물이 법당을 둘러싸고 있다는 상징이다.

 

대승사는 사불산에 있다. <삼국유사>에 "사방에 불상을 새긴 큰 돌이 비단에 싸여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했다. 그 돌이 산상에 있어 멀리서도 보인다.

(원문은 필자의 카카오스토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 노승대

 

노승대
‘우리 문화’에 대한 열정으로 조자용 에밀레박물관장에게 사사하며, 18년간 공부했다. 인사동 문화학교장(2000~2007)을 지냈고, 졸업생 모임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인사모)’, 문화답사모임 ‘바라밀 문화기행(1993년 설립)’과 전국 문화답사를 다닌다. 『바위로 배우는 우리 문화』,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2020년 올해의 불서 대상)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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