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火), 어떻게 잠재울까?
상태바
화(火), 어떻게 잠재울까?
  • 송희원
  • 승인 2021.08.03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추는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연일 발효되고 있다.

연일 지속되는 폭염 탓인지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난다. 어떨 땐 화까지 치솟는다. 정말이지 폭염은 화를 일으키는 도화선이다. 불쾌지수가 높은 상황에선 이성의 끈도 쉽게 놓쳐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상대의 의도야 어찌 됐든, 뒷골에 자리한 ‘분노’ 버튼이 딸깍 눌러지는 순간, 모든 대상은 적이 되어버린다. 가족도 연인도 직장 상사도 심지어는 생판 모르는 사람도.

하지만 기술문명의 발전은 이런 낮은 수준의 분노를 잠재울 최고의 발명품을 내놓았다. 1902년 캐리어가 발명한 에어컨은 더위에서 벗어날 피난처를 우리에게 마련해 준다(에어컨을 발명한 캐리어에게 경외를 표한다). 사실 코로나 시국에 최고의 바캉스는 ‘에어컨이 있는 그 어디든’이 아니겠는가.

더위야 피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지만, 애석하게도 화는 외부 환경 요인을 바꾼다고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다. 내 안에 끌어오르는 화만 조절할 수 있다면 조금 덜 더운 여름이 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찌는 듯한 더위의 불쾌지수는 물론 화까지 잠재울 에어컨 같은 책을 하나 소개한다. 바로 일묵 스님의 신간 『화, 이해하면 사라진다』이다. 이 책은 ‘화’에 대한 정의부터 ‘화’를 다스리는 지혜까지 일목요연하고 상세히 담았다.

| 화, 괴로움의 소멸

더위야 에어컨으로 식힐 수 있다지만, 화는 어떻게 잠재울까? 화를 조절할 ‘마음’의 발명품을 2,600년 전 이미 붓다가 발견했다면?

1996년 당시 불교를 함께 공부하던 서울대 대학생 10여 명이 잇따라 출가한 사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화제의 중심에 『화, 이해하면 사라진다』를 쓴 일묵 스님이 있었다. 일묵 스님은 서울대 수학과 박사 과정을 밟던 중에 출가한 뒤 봉암사, 미얀마, 영국, 프랑스 등 국내외에서 26년간 수행했다. 현재는 춘천에서 사성제(四聖諦, 고苦·집集·멸滅·도道 4가지 성스러운 진리) 수행도량 제따와나선원을 열고 대중과 소통하며 붓다의 지혜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이해하며 내려놓기』, 『일묵 스님이 들려주는 초기불교 윤회 이야기』, 『사성제-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 등 불교에 기반해 괴로움 없는 삶의 길을 안내해 온 스님의 네 번째 저서다. 출간된 지 2주만에 주요 서점의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교보문고 24위, 예스24 12위 등)에 오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일묵 스님의 사성제 수행도량 제따와나선원.

일묵 스님은 『화, 이해하면 사라진다』에서 우리가 살면서 겪는 수많은 정신적 고통이 모두 화로 인해 일어난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행복한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화를 이해하고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인생의 행, 불행을 결정하는 화의 속성은 무엇일까?

“화의 대상 자체엔 괴로움이나 행복의 속성이 내재해 있지 않습니다. 그 대상을 아는 마음에 따라 괴로움이 일어나기도 하고, 행복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대상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괴로움과 행복은 마음이 만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一切唯心造]’라고 한다. 대상이 하등 의미 없다는 말은 아니다. 대신 대상보다는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마음에 따라 하나의 사건 혹은 대상은 행복이 되기도 하고 불행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일묵 스님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통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화의 원인으로 탐욕[貪]·성냄[瞋]·어리석음[癡], 즉 탐진치를 꼽는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은 괴로움이 일어나게 하는 해로운 마음입니다. 해로운 마음을 제거하면 괴로움을 소멸할 수 있습니다. (중략) 세상의 모든 현상, 즉 대상은 전적으로 통제할 수 없으므로 대상을 자신의 마음대로 바꾸어 완전한 행복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중략) 그렇다면 대상이 아닌 마음을 바꿈으로써 완전한 행복을 실현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요? 그것은 가능합니다.”

”화를 실체화하지 않고 떨어져서 보면, 그 속성에 대한 통찰이 생깁니다. 화를 화로 대처하지도 자기와 동일시하지도 말고, 단지 화를 알아차려서, 화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일묵 스님.

책에서는 화를 가라앉히는 붓다의 지혜를 전하는 한편 호흡, 걷기, 좌선, 일상수행 등 구체적인 수행법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는 ‘반조(反照, 되돌아보기)’의 시간을 가질 것을 강조하며, 명상 수행을 직접 해 볼 수 있도록 QR코드를 실어 스님의 강의 영상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수행 과정을 통해 감각적 욕망, 성냄 등 괴로움이 일어나게 하는 장애를 버리는 지혜를 계발할 수 있고 그 지혜를 바탕으로 고요하고 청정하고 집중된 마음인 삼매를 계발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와 같은 삼매를 기반으로 세상에 있는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통찰함으로써 더 예리하고 깊은 지혜를 계발할 수 있습니다. 호흡수행, 걷기수행 그리고 일상수행을 통해 삶 속에서 겪게 되는 괴로움을 버리고 완전한 행복을 실현하는 일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제따와나선원에서 일묵 스님.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