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 스님의 선禪 이야기] 참선 그리고 스승과의 첫 만남
상태바
[미쿡 스님의 선禪 이야기] 참선 그리고 스승과의 첫 만남
  • 현안 스님
  • 승인 2021.07.14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광미디어에서는 새롭게 현안 스님의 「미쿡 스님의 선禪 이야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현안 스님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던 중 노산사에서 영화 스님을 만나 참선을 처음 접했습니다. 수행 정진하다가 불법을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미국 위산사(Wei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습니다. 현재는 스승의 뜻에 따라 국내로 들어와 청주 보산사(Jeweled Mountain Temple)에서 참선(챤 메디테이션)을 지도하며 수행 정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산사 법당 내부 모습. 사진 현안스님.

처음 참선을 접한 곳은 미국 노산사(廬山寺, Lu Mountain Temple)였습니다. 노산사는 영화 선사의 첫 번째 도량이고, 정토종 발상지인 중국 노산(廬山 또는 여산)의 이름을 땄습니다. 

매주 토요일 무료 참선 교실 광고를 인터넷에서 보고 노산사를 찾았습니다. 당시 노산사에는 오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곳엔 영화 스님과 스위스계 미국인 제자 현계(賢界) 스님뿐이었습니다. 한국식 전통 사찰에만 익숙한 제게 노산사는 전혀 절같이 보이지 않아서 낯설기만 했습니다. 

모든 게 낯설었지만, 참선을 배우면서 계속 노산사에 갔던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스님의 '챤禪 다르마톡'때문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강했기에 법문 시간마다 많은 질문을 했고, 영화 스님은 막힘없이 술술 답해주셨습니다. 

처음 참선을 시작했을 때 일단 배운 대로 집에서 매일 앉아보았습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생각들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명상을 마치 사업상 중요한 행사 일정처럼 반드시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매일 아침 5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다리가 뻣뻣해서 결가부좌로는 할 수 없었지만, 반가부좌로 일단 30분씩 했습니다. 처음엔 앉아서 '내가 아침부터 앉아서 무슨 짓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명상을 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너무 궁금해서 오픈 마인드로 계속 앉았습니다.

놀랍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만 있었는데, 며칠 만에 몸과 마음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앉을 때마다 질문도 생겼습니다. 갑자기 '아하'하며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마음도 훨씬 차분해지고, 몸도 가뿐하게 느껴졌습니다. 

미국 노산사 전경. 사진 현안 스님.
미국 노산사 전경. 사진 현안 스님.

'선칠(禪七)' 참선 집중 수행을 하다

앉을 때마다 쌓인 질문들로, 참선 교실에 가는 토요일이 기다려졌습니다. 영화 스님의 참선 법문에 가면 물어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님의 대답은 늘 막힌 데 없이 개운했습니다. 비로소 내가 갖고 있던 많은 문제가 다 해결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습니다. 

그해 겨울, '선칠(禪七)'이라는 참선 집중 수행 기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체 3주간 절에서 잠을 자고 지낼 수 있는지 현계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도 있었고, 왠지 영화 스님이라면 그냥 흔쾌히 허락해주실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노산사에서 첫 겨울 3주간 선칠 수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칠법은 새벽 3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마다 앉고, 20분씩 걷는 집중 수행법입니다. 타고난 몸이 너무 뻣뻣해서, 그냥 다리를 뻗어도 바닥에 앉아 있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결가부좌 자세로는 10분 이상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감히 선칠 스케줄을 다 따라갈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선칠에 도전하는 게 무섭지도 않았고,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스님은 법문 시간에 곧 선칠이 시작한다고 설명해 주시면서, 너무 아파서 앉을 수 없으면 절 안에서 부엌일을 돕거나 청소를 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일단 가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하고 짐을 꾸려서 절로 갔습니다. 

창피한 얘기이지만 첫 겨울 선칠 동안 정말 잠을 많이 잤습니다. 심지어 개인용 에어 베드도 들고 갔습니다. 어떤 날에는 초저녁부터 잠들어서 다음 날 점심시간까지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잠을 깊게 자지 못해서 힘들었는데, 이상하게 노산사에서는 잠이 계속 쏟아졌습니다. 평소에 푹 잘 수 없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푹 잤습니다. 한편으로는 앉지도 않고, 절에서 그냥 허송세월만 보내는 것은 아닌지 근심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일단 영화 스님의 말씀을 믿고 절에 있었습니다. 왠지 그냥 집으로 가버리면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어떤 날엔 하루 다 합해서 겨우 3시간만 앉는 날도 있었습니다. 조금 앉았는데도 이상하게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기도 했고, 계속 잠이 쏟아지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스님과 노산사의 모든 이들은 먹고 잠만 자는 게으름뱅이에게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눈치를 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선칠 기간이 끝날 무렵 영화 스님은 점심시간에 제게 선칠 경험을 사람들에게 말해주라고 하셨습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합니다. 지금은 그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영화 스님이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샤나는 원래 본성이 매우 착한데, 도와주려고 하는데 사람들에게 늘 오해받는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순간 가슴속에서 절 진정으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그 후 노산사는 제게 마음의 고향이 되어주었고, 영화 스님은 자상한 아버지가 되어주었고, 절에 온 수행자는 저의 제2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처음 선칠했을 때 지냈던 노산사의 방. 사진 현안 스님.

청주 보산사에서

요즘 청주 보산사에 찾아온 청년들을 보면, 그때 일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그들이 이해됩니다. 여기 청주 보산사에서 수행하는 많은 청년도 처음엔 잠을 많이 잡니다. 틈만 나면 방에 가서 잠을 잡니다. 조금이라도 눈치를 받으면 불편해할까 봐 그냥 둡니다. 그만큼 저 밖의 세상이 고단한 겁니다. 이런 사람들은 인내를 갖고 시간을 주면 스스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정진합니다. 규칙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불안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배운 일반적인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만, 바로 그 잣대가 사람들을 고단하게 만듭니다. 진심으로 수행해서 변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스스로 변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일단 이들에게 스스로 변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자기 자신을 위한 진정한 수행이 시작될 것입니다. 

청주 보산사와 현안 스님. 사진 유동영.

 

현안(賢安) 스님

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영화 스님(永化 禪師, Master YongHua)을 만나 참선을 처음 접한 후 수행 정진해왔다. 2015년부터는 종교, 인종, 나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하고 배울 수 있는 ‘공원에서의 참선(Chan Meditation in the Park)’이라는 모임을 영화 스님의 지도하에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이끌었다. 

영화 스님의 한국 방문 시 동행하면서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 불법을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래서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미국 위산사(Wei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현재는 스승의 뜻에 따라 한국의 보산사(Jeweled Mountain Temple)에서 참선(챤 메디테이션)을 지도하며 수행 정진하고 있다.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