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도 백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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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게도 백신을
  • 김남수
  • 승인 2021.06.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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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살처분에 관한 6가지 질문

지난 6월 2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불교환경연대 등 시민단체는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가축 살처분 제도개선 촉구 및 예방적 살처분 희생 동물 추모 기도회’를 개최했다. 

살처분이 잔인한 방식이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당연하지만, 현실에서 그럼 다른 방법이 가능하겠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동물 살처분의 현재와 대안을 고민하는 불교환경연대 한주영 사무처장과 6월 15일 불광미디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주영 사무처장(불교환경연대)

 

▷ 동물 살처분이 얼마만큼 이루어지고 있나요?

닭만 해도 작년 가을에 발생해서 올봄까지 약 3,000만 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그리고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한 1억 1만 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그중 6~70%는 병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이유로 살처분된 건강한 닭입니다. 

“병에 직접 걸린 가축을 살처분해야 한다”는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하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예방적 살처분입니다. 반경 3km 이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건강한 가축들이 무조건 다 살처분되는 거죠. 실제로 살처분되는 가축 수에 6~70%가 건강한 가축들이에요. 

이전에는 500m였어요. 500m에서 3km로 늘어났는데 왜 그렇게 늘어났는지에 대한 근거도 부족하고요. 500m에서 3km로 늘어나면 6배가 아니라 6*6해서 36배가 됩니다. 그러니까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는 겁니다.

 

▷ 어떤 동물들이 살처분되고 있을까요?

우리가 닭, 소, 돼지 이런 것들을 가축이라고 얘기하죠. 이런 것들이 주로 살처분되고 있는데 살처분되는 동물의 범위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질병들이 있습니다.   ‘구제역’이라든가 우리가 AI라고 알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라든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이런 질병들입니다.

AI는 조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이거든요. 그러니까 조류는 모두 해당합니다. 보통 이제 가금류라고 하는데 닭과 오리 같은 것이고요. 우리나라는 닭을 많이 먹고 오리도 먹잖아요? 그래서 주로 닭과 오리고요, 칠면조를 먹는다면 칠면조도 해당하겠죠.

예전에 2003년도인가요? 굉장히 AI가 심했던 해가 있었잖아요? 그때는 동물원에 있는 귀하신 그 동물들도 살처분됐어요. 

살처분된 모든 동물 영가들의 극락왕생과
앞으로 정책이 꼭 제고되어야 한다는 원을 담아 발원문 낭독하는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만 스님(가운데) 유재호 산안마을 농장 대표.

▷ 전염병에 걸리지 않아도 살처분되는 것이죠? 근래에 화성 산안마을이 논란이 되었었는데...

올해 살처분이 뜨거운 이슈로 부각된 것이 산안마을입니다.  산안마을 같은 경우에는 동물 복지로 닭을 키우고 달걀을 생산하는 곳이에요. 

산안마을 3km 이내에 있는 농가에서 AI가 발생한 거죠. 산안마을 사람들이 “이렇게 건강한 닭들을 단지 3km 반경 내에 있다고 죽일 수 있냐? 죽이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서 화성시도 찾아가고 경기도도 찾아가고 했습니다.

산안마을의 경우 억울한 것이 (전염병) 잠복기가 3주니깐, 3주 동안 발병을 안 했으면 넘어가야 하잖아요? 계속 검사를 했거든요. 계속 검사를 했는데 계속 건강하게 나와요. 그런데도 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예외가 없다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참 안타깝더라고요.

살처분 명령이 떨어지고 초기에 받아들이면 90%까지 보상을 해 줘요. 그런데 기간을 지나면 보장할 수가 없어지고. 또 문제는 이동을 제한하잖아요? 그러니까 수만 개의 계란이 계속 쌓여 가는 거예요. 

그리고 산안마을이 살처분하지 않으니깐 반경 3km가 해제가 안 되는 거예요. 3주 지나면 해제가 되어야 하는데 두 달이 돼도 해제가 안 되니까 다른 농장에게도 피해가 가게 되죠. 빨리 결론이 나서 새 닭이 들어오고, 또 키우고 이래야 하는데, 이 농장뿐만 아니라 주변 농장들까지도...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입장이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살처분을 받아들이게 됐죠.

살처분된 동물을 위한 기도회를 집전하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

▷ 예전에 구제역이 있었습니다.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구덩이를 크게 파고 몰아넣는 살처분으로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현재도 매몰하는 방식으로 살처분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그전까지는 살처분이 이루어졌어도 그 해당 농가가 아니면 알려지지 않았었죠. 2010년 구제역이 돌면서 동물 단체로부터 영상이 공개되고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었지요.

가스로 질식사한 후 매장해야 하는데, 처리해야 할 양이 너무 많다 보니까 공무원 입장에서는 일일이 그것을 확인한 후에 처리할 수가 없었던 거죠.

그중에는 살아있는 애들이 있기도 했고, 또 묻고 보니 2차 오염이 생기잖아요? 침출수로 인해서 지하수가 오염되고 주변 토지가 오염되고, 십 년이 지났는데도 파 보면 썩지 않은 채로 그대로 있기도 하고.

지금은 좀 방법을 달리해서 커다란 통을 묻고 통 안에 넣어서 침출수를 내든가 이런 것들이 없도록 하고, 어쨌든 가스를 주입해서 죽인 다음에 묻도록 하고 있습니다.

 

▷ 살처분이 도덕적으로 문제는 있다고는 모든 분이 동의할 텐데요. 살처분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습니다. 살처분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혹은 다른 방법으로 대응하는 곳이 있는가요?

살처분이 너무 잔인하다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더라고요. 백신을 쓰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홍콩 같은 경우 백신을 2003년부터 도입을 했는데 2008년에 단 한 건 발생하고 지금까지 AI가 발생하지 않았어요. 백신이 효과적이라는 것이죠.

백신을 통해서 예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하는 것이 최근에 좀 얘기가 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AI 이외에 다른 인플레인자나 전염병에 대해서는 백신을 쓰고 있고 그래서 그게 효과를 보고 있어요.

 꼭 “살처분만이 아니라 백신을 통해서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오히려 효과적으로 방역을 할 수 있다”라는 게 그 수의사들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AI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돼 있고 시스템도 갖춰져 있기에 당장 시행 가능한 제도가 있는 거죠.

기도회 사회를 보고 있는 한주영 사무처장

▷ 정부 역시 이런 문제를 모르지는 않을텐데요. 대화해 보고 있겠죠? 변화의 조짐이나 이런 것이 있다고 보시나요?

최근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3km 반경을 1km 반경으로 일단 줄였어요. 줄였는데 기존에 이미 명령이 떨어진 곳에는 소급을 안 한다는 거예요. 이게 너무 웃긴 게 기존에 명령이 내린 곳은 인정하지 않고, 앞으로는 1km로 하겠다. 이러는 거예요. 얘네들을 살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생명에 대해서 하나라도 더 살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행정 편의주의적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농림축산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동물복지농장처럼 본인들이 방역에 자신이 있다. 이런 농장은 1km 이내라고 하더라도 살처분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라는 부분이 있어 조금 물러난 거죠.

그런데 그렇게 해서 거기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책임이 농장주에게 있다. 선택하기가 무거운 책임을 같이 주어지는 그런 부분이 있는데 어쨌든 변화가 있습니다.

▷ 동물에게도 행복을 줘야 한다고 하는데, 소비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축이 생명이냐, 식량이냐, 재산이냐는 문제는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생각이 있을 거 같아요. 우리가 동물권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보장돼야 하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살처분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공장식 축산이 많은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몸도 돌릴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태어나자마자... 저는 너무너무 끔찍한 것이 병아리예요. 병아리 감별사가 병아리가 태어나면 병아리를 계속 보면서 암평아리는 여기 놓고 수평아리는 갈고 있어요. 그냥 집어넣어요. 정말 잔인한데. 그렇게 해서 우리가 지금 맛있는 치킨도 먹고 계란도 먹잖아요? 

저는 우리가 공양게할 때 “항상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시작하잖아요?  이 구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트에서 사 왔다고, 혹은 내가 돈을 내고 샀으니까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윤리적 책임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생각하면 조금 다른 소비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얘네들이 어떤 조건에서 알을 낳았고 어떻게 키워졌는지를 생각해 보면, 생명의 무게를 느끼면서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먼저 육류 소비를 줄이고, 먹겠다면 동물복지농장의 것을 구입해 주셨으면 합니다. 동물복지농장의 것들이 당연히 더 비싸죠. 그렇지만 가치를 가지고 소비를 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300여 곳밖에 되지 않는 동물복지농장도 늘어나게 되고.

부처님께서 “살아있는 존재들은 모두 다 고통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싫어하고 피하려 한다”고 해서 폭력을 하지 말라, 살생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가축도 살아있는 동물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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