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彌勒] 미래불에게로 가는 행복한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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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彌勒] 미래불에게로 가는 행복한 기다림
  • 주수완
  • 승인 2021.04.27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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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상은 미륵일까?
(좌)국보 제78호 일월식보관 반가사유상. 6세기 후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우)국보 제83호 삼산보관 반가사유상. 삼국시대 7세기 전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미륵보살반가사유상’ 명칭을 둘러싼 논쟁

반가사유상이란 의자에 앉아 결가부좌를 한 상태에서 한쪽 발만 가부좌를 풀어 의자 아래로 내려뜨린 자세로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긴 보살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렇게 앉는 자세를 절반만 가부좌를 틀었다고 하여 ‘반가부좌’, 혹은 줄여서 ‘반가좌’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명칭은 틀린 표현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의하면 결가부좌란 스님들이 참선할 때처럼 두 발이 모두 양쪽 무릎 위에 올라가도록 앉는 것이며, 이에 반해 반가부좌는 한쪽 발만 다른 쪽 다리 무릎 위에 올라가도록 하고 다른 발은 반대쪽 다리 아래에 들어가도록 가부좌를 튼 것을 말한다. 결가부좌보다 다소 편한 좌법이다. 그런데 여하간 반가상이라고 할 때의 앉는 자세는 가부좌를 튼 자세는 아니므로 반가좌는 아니라는 것이다. 문헌 기록이나 보살상에 새겨진 기록에도 ‘반가’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체로 사유상이라고만 되어 있다. 

이러한 사유상 앞에는 대체로 ‘미륵’이라는 존명이 붙어서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라는 다소 긴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사실  이렇게 앉아있는 보살상을 왜 미륵보살이라고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왜냐면 어디에서도 그런 기록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일제강점기 즈음에 한국이나 일본의 학자들이 직관적으로 ‘이렇게 독특한 자세로 앉은 보살상은 미륵보살인 것 같다’고 느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다른 보살과는 다른 성격의 보살이기 때문에 이렇게 특이한 형식이 등장했을 텐데, 우선 보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관음보살은 비교적 명확하게 관음보살임을 알 수 있는 표시가 있다. 바로 보살이 착용한 보관에 화불, 즉 작은 부처님상이 표현되는 것이다. 이는 『관무량수경』 같은 경전에서도 분명히 언급된 내용이다. 그런데 반가상은 그러한 관음보살로서의 표식이 없다. 따라서 관음보살 다음으로 불교에서 많은 상징성을 지닌 보살이 미륵보살이므로, 이 반가사유상이 미륵보살이 아닌가 추정하게 된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미륵보살은 현재 도솔천에서 붓다로 이 세상에 하생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기다리는 모습이 이처럼 사색에 잠긴 모습이라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 없다.

거기에 더해 경주에서 발견된 반가상들은 화랑 출신의 김유신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었는데, 바로 석조반가상이 출토된 송화산이나 반가상이 포함된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은 모두 김유신과 관련된 유적이었다. 그런데 화랑은 미륵보살 신앙을 그 상징으로 삼았기 때문에 반가상은 이와 같은 화랑도의 미륵보살 신앙을 시각화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신진연구자들이 이러한 ‘반가사유상=미륵보살’ 공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느낌상으로는 그런지 모르지만, 인도나 중국에서는 그 어디서도 반가사유상이 미륵보살인 경우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중국에서는 의자에 발목을 교차한 자세로 앉아 설법하는 보살상이 미륵보살로서 비교적 분명하게 확인 되었다. 반가사유상은 오히려 이러한 미륵보살을 좌우에서 협시하는 도상이었을 뿐, 미륵보살 자체는 아니던 것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박물관에서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라고 불리던 보살상 설명문에서 ‘미륵보살’은 슬그머니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앞서 ‘반가좌’라는 명칭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으니 결국 ‘반가’까지 빠지고 나면 ‘사유보살상’만 남게 되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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