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彌勒] ‘꽃미륵’ 본래면목 자신의 변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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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彌勒] ‘꽃미륵’ 본래면목 자신의 변화더라
  • 최호승
  • 승인 2021.04.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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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의 첫 번째 설법지 김제 금산사는 미륵전이 백미다. 2층 용화지회 창살로 보이는 미륵 장육불상의 반쯤 뜬 눈에 근엄이 서렸다. 선한 일부터 해야 정토가 도래한다는 경책이다.

사진. 유동영

까마득하다. 56억 7,000만 년이라는 시간은 아득하기만 하다. 그런데 왜일까? 선조들은 이 땅에 미래불인 미륵이 나타나길 빌고 빌었다. 

불법적으로 많은 땅을 소유하고 경제적 이득까지 독차지한 고려 시대 권력층, 각종 수탈과 잦은 왜구 침입으로 백성들의 생활은 궁핍하고 불안정했다. 당시 해안 지역에는 매향(埋香)이라는 신앙이 백성들의 공동체 결속을 강화했다. 유동인구가 많고, 왜구 침입이 빈번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였다. 귀한 향이나 약재로 쓰이는 침향(沈香)을 만들기 위해 향나무, 소나무, 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을 오랫동안 갯벌에 묻어뒀다. 이 땅에 내려와 용화세계를 이룰 미륵에게 공양할 침향을 마련하려는 마음이 매향이라는 행위로 나타난 셈이다. 미륵신앙에 기대어 미륵의 구원과 용화세계 도래를 바란 간절함이기도 했다. 까마득한 미래를 약속한 미륵이었지만, 지긋지긋한 현실의 고통을 벗어나게 할 미륵은 어쩌면 거룩한 판타지였는지 모른다.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불안정한 상황과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후위기, 각종 우울 증상과 높은 자살률, 한쪽으로만 쏠리는 부의 편중, 취업과 내 집 마련 그리고 결혼과 출산 등을 포기한 N포 세대의 증가, 생활고로 가족이 단체로 삶을 마감하는 비극까지…. 여전히 현실은 아프기만 하다. 

꽃이 꺾일지언정 봄은 온다. 신화처럼 들리는 판타지를 따라 발걸음을 미륵성지로 옮겼다. 미륵은 용화수(龍華樹) 아래서 성불을 이루고 세 번에 걸친 설법[용화삼회龍華三會]으로 중생을 구제한다. 미륵의 수기를 받은 진표 율사가 창건했거나 관여해, 미륵이 용화삼회를 펼칠 도량으로 불리는 금산사와 법주사를 찾았다. 금강산 발연사는 시절 인연을 기다리기로 했다. 

 

첫 번째 설법 도량 금산사 - 미륵의 땅 모악산

모악산은 ‘미륵의 땅’이랬다. 이상적인 세계를 원하던 많은 이들이 꿈꾸던 ‘인간 미륵’을 품었던 곳이 모악산이다. 소위 미륵의 품 안에 살면 난리를 피할 수 있다고 믿어 모악산 인근엔 미륵신앙 공동체도 적지 않다. 강일순의 제자 안내성이 세운 증산대도교 교인촌 백운동마을은 물론 모악산 배꼽 바로 밑 ‘오리알터(우주의 모든 기운이 여기서 나온다는 뜻)’로 불리는 금평저수지 위쪽 정수리에 솟은 제비산 주변 마을도 천지개벽을 꿈꾸던 이들이 모여들었다. 조선 시대 혁명아 정여립은 차별 없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오리알터 아래 황새마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녹두장군 전봉준도 ‘사람이 곧 하늘’인 세상을 꿈꿨다. 강일순은 정여립 집터 바로 옆 동곡마을에 약방을 차려 백성들을 구제하며 서자와 상민이 무시당하지 않는 후천개벽의 세상을 바랐다. 

몇몇은 미륵의 현신을 자처한 이도 있었지만, ‘미륵의 땅’인 모악산의 주인공은 진표 율사와 조계종 제17교구본사 김제 금산사다. 금산사의 숭제 스님을 스승으로 모신 진표 율사는 변산 부사의방에서 돌로 온몸을 치며 참회와 참회를 거듭한 끝에 미륵의 수기를 받았다. 이후 미륵장육상을 조성한 곳이 금산사였다. 게다가 금산사는 미륵이 중생을 성불시키는 법을 펼칠 첫 번째 도량이다. 

“백제 법왕 1년(599)에 법왕이 즉위해 살생을 금지하는 법을 발포하고, 이듬해에 금산에 38명의 승려를 득도시켰으며, 또 왕흥사를 창건했다” 

중관 해안 스님이 쓴 「금산사사적」에 적힌 기록이다. 백제 법왕 원년에 산문을 연 금산사는 1,400년 역사 동안 천 년 넘게 미륵의 약속이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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