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彌勒] 불교 최고의 미래학, 미륵 발견할 안목 갖춘 나 되기
상태바
[미륵彌勒] 불교 최고의 미래학, 미륵 발견할 안목 갖춘 나 되기
  • 문광 스님
  • 승인 2021.04.27 1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륵을 기다리며

미륵은 지나간 유행인가?

현대 한국 사회에서 미륵은 어떤 존재인가? 한국사와 한국불교사를 돌이켜 볼 때 21세기 한국 사회에서의 미륵은 분명 현학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현학(顯學)’이라 함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두드러진 학술 또는 문화를 말하며, 유행과 인기를 끌고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학문체계를 말한다. 현대의 한국인 가운데 미륵사상을 자신의 주요한 신념체계로 간직하고 있는 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필자는 출가 직후 한국불교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미륵사상을 가장 주목했다. 미륵신앙은 이 땅에 불교가 전래한 직후에 가장 강력한 신앙으로 자리 잡았고, 삼국시대의 대표적 사상 역시 미륵사상이었기 때문이다. 아미타신앙이나 관음신앙은 훨씬 뒤인 통일신라 시대에 꽃을 피웠다. 즉 한반도에서 불교는 미륵불의 하생이라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이상을 통해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대 한국의 불자들 가운데 미륵 경전인 미륵삼부경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이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현재 한국불교계에서 미륵은 지나간 유행에 불과한 것인가? 

 

다시 읽는 미륵 경전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인 2020년 1월, 필자는 한 사찰에서 미륵삼부경 강의를 시작했다. 『미륵상생경』, 『미륵하생경』, 『미륵성불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보자는 것이었다. 우리가 미륵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한지를 자각하고 ‘우리의 선조들이 깊이 신앙했던 미륵을 재인식하는 것은 말법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필수과목이 되지 않을까’하는 문제의식에서 비롯했다. 

미륵삼부경에는 석가세존이 미륵불에게 수기하여 부촉(불법 보호와 전파를 맡겨 부탁함)하는 내용이 나온다. 석가세존은 가섭존자에게 금루가사를 전수하여 미륵불이 하생할 때 입혀주게 함으로써 자신을 대신하여 증명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즉 가섭은 열반에 든 석가를 대신해 미륵이 하생해서 용화정토를 건설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석가세존의 정법안장(正法眼藏, 부처님의 바른 법)을 가섭존자가 물려받아 28조 달마에게 전해왔고 동쪽으로 이 법이 전해져서 6조 혜능을 거쳐 조계의 물결이 선종 5가로 자리 잡게 됐다. 이런 선종(禪宗)의 핵심은 바로 석가와 가섭의 삼처전심(三處傳心)에서 비롯한다. 석가가 최고의 제자인 가섭에게 바른 안목을 전했다는 의미는 선종에서 강조하는 법맥의 전수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미륵하생의 증명법사로서 가섭을 특별히 인증해 준 미래학적 의미를 갖는다.

한국불교사의 의미맥락은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한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선종(禪宗)’이며 이는 미륵하생신앙과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선종은 화엄종, 천태종과 함께 중국에서 새롭게 자리 잡은 종파다. 한국불교는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형성된 13개 종파불교를 모두 받아들인 통불교적인 성격을 가짐과 동시에 특별히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을 고스란히 전법하는 선불교의 성격을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미륵이 이 세상에 하생할 때 그가 미륵인지 아닌지 증명하는 인물은 정안(正眼)을 갖춘 가섭존자이고, 그의 법맥을 이은 조사(祖師, 후세의 귀의와 존경을 받을 만한 스님)들의 역할이다. 한국불교가 선불교적인 특색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점은 미륵경전에서 강조하는 석가세존에서 미륵존불로 이어지는 새로운 법통의 전수와 깊은 관계가 있다. 석가의 제자는 10대 제자, 500 나한, 1250 아라한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그 가운데에서 미래세계에 가장 중요한 인물은 석가모니불을 잇는 미륵불과 이를 증명할 가섭존자임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미륵경전의 3대 주인공은 석가, 미륵 그리고 가섭이다. 미륵사상과 선사상(禪思想)의 인연은 이렇게 깊다. 한국불교의 역사와 의미는 이 두 사상을 떠나서 설명하기 어렵다.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