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와 '국경일기'의 어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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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와 '국경일기'의 어떤 여행
  • 정회엽
  • 승인 2021.04.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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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얼마 전 『국경일기』를 마감한 2얼(원더박스 기획팀장)입니다.

최근 김민철 작가의 신작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를 읽다가도 문득문득 『국경일기』를 떠올렸습니다. 마감 일정과 겹쳐서이기도 하겠지만, ‘여행’에 대한 어떤 정서를 자극하는 지점들 때문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전혀 닮지 않을 것 같은 책에서 묘한 연결점을 찾아내는 건 여러분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저는 다른 얘기를 좀 해보려고요. 바로 BTS, 방탄소년단 이야기입니다.

2014년에 한국출판인회의 지원으로 런던에서 잠시 연수를 받을 때, 한국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타기 춤을 추어야 했던 일도 있었는데요. 요즘은 해외 나갔다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대번에 BTS 얘기부터 나오나 봅니다.

요즘은 종종 그런 이야기를 들어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낯선 곳에서 뜻밖의 환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자신은 잘 알지도 못하는 한국 아이돌 팬들 덕분에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고, 식당에서 제일 맛있는 메뉴를 시킬 수 있었고, 위험한 상황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요. 그들은 도움을 주고도 오히려 영광스러워했대요. 그냥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스타와 더 가깝다고 느끼는 걸까요? 살면서 BTS를 만날 일이 없기로는 그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일 텐데. 공유 씨와 친분이 없는 것도 당신이나 저나 마찬가지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일까요? 제 눈앞에 있는 당신이 저 때문에 오늘 저녁 이토록 행복한걸요. 제가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었다는 사실에 오늘 저녁 제가 이토록 행복한걸요.

_『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309~310쪽

2018년 일본 교토의 한 식당에서 만난 점원이 ‘아미’라며 극진한 환대를 해준 대목 뒤에 덧붙인 김민철 작가의 글입니다.

다음은 2020년 캄보디아 북부 국경지역에 있는 쁘라삿쁘레아위히어를 둘러보고 난 뒤의 경험입니다.

한 시간쯤 앉았던 뽀이따디를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도시까지 품고 갈 기운을 차곡차곡 챙기는 동안 사원 쪽에서 정겨운 재잘거림이 올라온다. 이내 젊은이 예닐곱이 기념촬영으로 난리를 피운다. 바위 끄트머리에서 아슬아슬 곡예 촬영도 마다 않는다. 사진을 찍고 하산하던 이들이 이제야 이방인을 보았는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시엠립에서 온 이 초등학교 선생들은 한국 사람인 걸 알고는 방탄소년단에다 들어본 적도 없는 드라마 제목과 배우 이름까지 줄줄줄 쏟아낸다.

이 외진 국경 골짜기 사원에서 한류라!

어느덧 내겐 한류 팬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할 의무가 주어졌다. 참 열없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들어준다. 군데군데 맞장구도 쳐줘야 한다. 이유는 오직 하나, 내 고향이 한류 생산지니까.

_『국경일기』 415쪽

정문태 기자를 알고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국경일기』를 읽으면 알게 되시겠지만, 정문태라는 국적 초월의 베테랑 전선기자가 캄보디아 골짜기 사원에서 BTS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여가며 맞장구 치고 있는 모습은 여간 비현실적인 게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혹여나 실망할까 봐 열심히 맞장구 치고 있는 정문태 선생님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지었던 구절인데, 김민철 작가 책을 읽으면서 그 모습이 또 떠올라 또 한 번 미소짓게 되었답니다. 역시 BTS의 힘이란!! 

그나저나 글을 쓰다보니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해지네요. 코로나로 인해 국경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고, 정문태 선생님이 책에서 인간의 태생적 권리라고 했던 여행의 자유도 무척이나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코로나도 어서 극복하고, 국적에 따른 제한이나 차별도 어서 사라져서 어디든 자유롭게 떠돌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아, 그리고 BTS '다이너마이트(Dynamite)' 안무 영상을 한 번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저것만 익혀놓으면 어디 가서 굶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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