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철학 시점] 괴로운 곳에 있어야 할 필수 불가결한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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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철학 시점] 괴로운 곳에 있어야 할 필수 불가결한 가르침
  • 이중표
  • 승인 2021.03.3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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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붓다의 철학

21세기를 맞이하는 인류는 새 천 년을 기다리는 희망으로 부풀어 있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과 IT 관련 분야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었고, 과학과 생명공학의 꾸준한 발전은 생명 연장을 꿈꾸게 했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희망적일까? 

인류에게 경제적 자유와 풍요를 줄 것 같았던 세계화와 자본주의는 오히려 인류의 기본적인 삶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빠른 속도로 경제와 산업 전선, 일상에 자리 잡는 인공지능은 ‘노동 해방’보다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리고 미국발 금융 위기, 코로나19가 촉발한 바이러스와의 싸움, 기후위기 등 여러 문제는 서로 얽히고설켜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인 팬데믹을 만든 코로나19는 인류를 새로운 시대로 끌어들였다.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으로 외부와 ‘연결(On)’한다는 개념이 더해져 ‘온택트(Ontact)’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온라인 대면이 일상이자 새로운 흐름이 됐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는 짙어지는 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정신세계에 병을 가져왔다. 감염자, 즉 타자를 향한 혐오와 배제로 갈등을 유발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수많은 자영업자에게 정신적인 타격을 가했고, 코로나 블루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자영업자들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21세기는 여전히 갈등과 혼돈 그리고 아픔의 시대다. 과연 21세기는 인류의 바람대로 흘러갈까? 지금, 여기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은 무엇일까? 필자는 붓다의 중도 철학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불교, 괴로움 있는 곳에 필요한 철학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시대는 괴로움이 많다. 어쩌면 오늘날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괴로운 곳인지 모른다. 청소년 행복지수가 낮고, 자살률은 세계 1위이며, 출산율도 아주 낮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정치, 경제, 교육 등 각 분야에서 괴로움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괴로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의 근대사는 수난의 역사였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남북분단, 쿠데타와 군부독재를 거쳐왔다. 서구의 개인주의와 자본주의 경제가 무분별하게 흘러들어왔고, 경제발전과 부의 성취는 가장 큰 가치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로 빠르게 위축된 경제 상황은 전 세계은행에 돈 풀기를 강요했다. 미국, 한국, 대만 등에서 주가는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주린이(주식+어린이, 주식 경험이 적음을 가리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20~30대는 빚까지 내 주식과 부동산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와 너무 다르게 돈이 풀리고 있으며, 투자는 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투자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개인 자영업자가 파산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시대가 어수선하고 모든 게 불확실해졌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모든 사람이 경제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개인의 욕망 성취와 재물 소유가 행복의 척도가 됐다. 

물론 먹고 사는 일에 돈과 재물은 필요하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돈과 재물이 행복은 아니다. 불교는 이고득락(離苦得樂, 고통을 버리고 기쁨을 얻어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를 바람)을 강조하며, 고통을 제거하는 일을 행복의 요건으로 내세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사회는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개인적인 욕망 추구와 끝없이 재물을 소유하고자 하는 탐욕 때문이다. 돈과 재물을 취하려고 하는 지나친 욕심[貪慾]은 풍요하다고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도리어 정신적인 고통, 철학적인 빈곤을 낳고 있다. 이 나라에 사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바로 불교이다. 

 

붓다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쳤을까

세속에서 말하는 행복은 돈과 재물의 소유를 포함해 모든 욕구가 충족돼 고뇌 없이 평화로운 상태다. 우리는 이렇게 행복하게 살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좌절한다. 어쩌면 우리의 욕구 중 가장 큰 욕구는 죽지 않고 사는 것이다. 태어나서 죽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우리는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다. 가장 가치 있는 일이 있다면 죽음에서 해방되는 일이지 않을까. 하지만 코로나19는 인류에게 큰 폭력을 가하고 있다. 비현실적 상황에서 비일상적 죽음이 우리 주변에 놓여있다. 죽음의 불안과 공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셈이다. 괴로운 상황이다. 반면 코로나19는 죽음을 비롯해 지구에서 사는 인류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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