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세상 하나뿐인 브랜드 나를 채우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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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세상 하나뿐인 브랜드 나를 채우는 공간
  • 박재락
  • 승인 2021.03.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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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의 품격
조선 왕실은 북악산 정기를 받는 곳에 궁궐을 세우고 주산의 청룡지맥에 종묘를 조성, 선대 왕과 왕비의 신위(神位)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다. 태조의 선대 4조 및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사당 종묘 영녕전(보물 제821호). 

현무, 청룡, 백호, 주작

현대인들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는 곳을 무조건 ‘명당’이라 한다. 복권 1등 당첨자를 배출한 복권 명당, 낚시터에서 입질이 잘되는 포인트 명당, 어느 특정 장소에서 전망하기 좋은 뷰 명당, 장사가 잘되는 대박 명당, 특화된 장소의 터줏대감 집터 원조 명당,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명당, 주변에 공원이 있는 숲세권 명당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명당은 차별화된 입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뿐이다. 반면 풍수지리 명당은 발복(發福, 운이 트여 복이 닥침)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세를 갖춘 곳이어야 한다.

‘명당’은 밝을 명(明)과 집 당(堂)이다. 밝은 것은 생명력인 에너지를 표출하는 동적인 양(陽)의 기를 말한다. 집은 공간이며 유·무형의 기를 생성하거나 머금고 있는 정적인 터인 음(陰)의 기를 뜻한다. 생명력의 원천은 자연 속 천기(天氣)가 필요하며, 공간은 지기(地氣)를 받도록 보국(保局)을 갖춰야 한다. 보국은 사신사(四神砂, 현무·청룡·백호·주작)로 이루어진 지세(地勢)를 갖춘 곳이다. 지세의 역량을 가름하는 것은 주산(主山, 땅의 기운을 공급하는 산)으로, 백두대간맥-정맥-지맥으로 이어진 용맥의 끝자락에 기봉하여 강한 정기를 머금고 있는 산이다. 

현무봉(玄武峰)은 주산의 용맥이 행룡(行龍, 높았다 낮았다 하며 멀리 뻗어 나간 산맥)하다가 정기를 응집시키면서 솟아오른 산이다. 현무봉은 오형산(五形山, 목형산·화형산·토형산·금형산·수형산)을 이루어 각각의 지기를 품고 있다. 목형산(木形山)은 봉우리의 끝자락이 붓처럼 생긴 형태로 문필봉(文筆峰)이라 부르며 학자나 청백리를 관장하는 기를, 화형산(火形山)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듯한 형태로 예술인을 배출하는 기를, 토형산(土形山)은 일자 ‘一’ 형태로 영상사(領相砂)라 하며 높은 관직과 명예의 기를, 금형산(金形山)은 둥근 형태의 노적봉(露積峯)을 뜻하며 거부(巨富)의 기를, 수형산(水形山)은 물결처럼 봉우리가 이어진 형태로 언론인의 기를 갖고 있다. 따라서 현무봉의 모양에 따라 어떠한 지기를 받는 터인지를 알 수 있다.

주산과 현무봉의 용맥은 행룡하다가 물을 만나면 멈추면서 땅으로 입수해 지기를 생성하는 소명당(小明堂)을 이룬다. 소명당 내의 융기된 터를 양택지는 ‘중심 공간’ 음택지는 혈(穴)로 정의한다. 그리고 소명당의 여기맥(餘氣脈, 혈을 만들고 남은 기운이 빠지는 공간)에 의해 앞쪽은 중명당(中明堂)이 형성된다. 이때 좌청룡과 우백호가 서로 감싸는 지세에 따라 규모가 정해진다. 즉 양택지는 넓고 수구(水口, 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곳)를 갖추어야 재물이 모이는 땅이며, 음택은 지당(池塘, 연못)을 형성하면 진혈(眞穴)이다. 현무봉과 마주하는 곳에 안산(安山, 앞에 있는 산)이 좌정해 있고 보국 안에 물길을 얻으면 명당지세를 갖춘 곳이다. 

 

명당과 풍수는 현재진행형

조선 왕실은 태조가 북악산 정기를 받는 곳에 궁궐을 세워 국가를 위한 명당 입지를 정했다. 이후 왕실은 주산의 청룡지맥에 종묘(宗廟)를 조성해 선대 왕과 왕비의 신위(神位)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고, 백호지맥에는 사직단(社稷壇)을 세워 풍년을 기원하는 천신제를 올렸다. 그리고 선대 왕이 승하하면 왕릉을 명당에 모시고자 도성 100리 안팎에서 터를 구했다. 지금의 동구릉을 비롯해 서울 근교에 40여 기가 조성됐다. 통치자로서 왕실의 안위와 국가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좋은 기를 받고자 몸소 행한 것이다. 500여 년 동안 신성한 공간으로 보존된 종묘는 1995년, 조선왕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소중한 문화유산이 됐다. 

지역 문중도 가문이 배출한 인물과 입향조(入鄕祖, 어떤 마을에 맨 먼저 정착한 사람이나 조상)를 모시고자 고향의 길지를 찾아 묘역 공간인 세장지(世葬地)를 조성해 대대로 이어오고 있다. 이곳은 주산의 용맥이 혈을 이룬 명당에 귀(貴), 부(富), 손(孫)의 발복을 받는 좌향(坐向, 집이나 묘의 앞 방향)에 따라 터를 선택해 장례를 치렸다. 예를 들면 가문의 출중한 인물이 탄생하는 지기를 받기 위해선 귀절(貴節)의 네 방위인 자(子, 북)-오(午, 남)-묘(卯, 동)-유(酉, 서) 좌향으로 유택(幽宅, 무덤)을 정했다. 

그리고 가문의 절손을 막기 위해 손절(孫節) 좌향인 건(乾, 북서)-곤(坤, 남서)-간(艮, 북동)-손(巽, 남동)의 용맥이 입수한 터에 용사(用事, 묘를 쓰는 일)를 했다. 또 가문의 번성을 위해 부절(富節)인 진(辰)-술(戌)-축(丑)-미(未) 좌향으로 혈처를 취했다. 결론적으로 가문과 나라의 동량을 배출하기 위한 터 잡기를 실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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