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통신] 2020년의 마지막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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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통신] 2020년의 마지막 마감
  • 이기선
  • 승인 2020.12.23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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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이제 아홉 날 남았습니다. 올해만큼 '어느새'라는 말이 어울리는 해는 없었던 것 같아요. 어수선한 시작과 밝지 않은 마무리 사이에서 우왕좌왕한 것만 기억에 남아서인지 시간이 정말 빨리도 지나갔습니다.

​두 시간 전쯤엔 올해의 마지막 마감을 했습니다. 어느 가족 이야기를 소재로 한 그림책 『누가 진짜 엄마야?』입니다. 마감은 오늘 했지만 책은 내년에 나올 거예요. 스무고개 퀴즈를 연상하는 두 아이의 대화 속에서, 자칫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주제를 명랑하게 풀어낸 보기 드문 책이에요. 평소 알고 지내는 북칼럼니스트에게 뭐 좀 물으려고 작업 중인 pdf 파일을 보여 준 적 있는데, 묻는 거엔 아무런 대꾸 없이 책이 너무 좋다고, 묻고 싶어서 보여 준 게 아니라 자랑하려고 보낸 거 아니냐고 그러더라는 일화도 전합니다.

​올해가 시작할 땐 나름 부푼 꿈을 꾸고 있었어요. 거창한 꿈은 아니고, 그저 올해에는 원더박스의 토대가 좀 더 단단해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적어도 책 목록이 늘어났고 저희의 방향이 좀 더 다듬어졌으니 토대가 좀 더 단단해진 건 맞지만, 아쉽게도 바랐던 바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어떤 책을 만들지 결정하는 일부터 책을 만들고 독자분들께 알리는 일까지, 아직 저희가 모자란 점이 많았나 봐요.

​봄이 지날 때 이미 그런 결과가 예견되긴 했어요. 그래서 시작부터 더 차근차근 잘 살피며 가자, 관성적으로 일을 하지 말자고 늦은 봄부터 계속 되뇌면서 보냈습니다. 그 사이사이 가끔은 희망에 차 있기도 했고, 또 가끔은 우울한 몇 주를 보내기도 하면서 꾸역꾸역 지난 열두 달을 건너왔습니다. 다행스럽게 건너올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건 독자분들이 보내온 관심이었어요. 어떤 때는 칭찬도 해 주시고, 어떤 때는 질책도 해 주시고, 그러면서 간간이 책도 사 주신 덕에 마지막 마감을 했다고,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저희와 함께 책 작업을 해 주신 저자, 번역가, 디자이너, 서점 관계자, 인쇄소, 제본소, 그리고 물류창고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함께해 주지 않으셨다면 저희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 고마움에 제가 보답하는 길은 연구하고 노력해서 독자분들과 책 작업을 함께해 주시는 분들께 더 큰 기쁨을 드리는 책을 만드는 것 외에 다른 건 없겠죠. 제 인생의 마지막 책을 편집하는 날까지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슨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타고 수상 소감을 말하는 것 같네요.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그런 대단한 일도 하지 못한지라 머쓱한 기분이 듭니다만, 내년에는 수상 소감 비슷한 연말 인사를 드리는 게 좀 더 어울릴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저의 2020년 마지막 마감이지만 원더박스의 마지막 마감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2얼(정회엽 기획팀장)이 열심히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책이 한 권 더 있거든요. 과연 누구 책이 마지막 마감 책이 될지... 이상 1얼(편집부장)이었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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