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팥죽엔 ‘우주의 기운’이 담겼다?
상태바
동지 팥죽엔 ‘우주의 기운’이 담겼다?
  • 송희원
  • 승인 2020.12.16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지(冬至)는 1년 중 밤이 가장 긴 날로 24절기 중 대설과 소한 사이의 22번째 절기에 해당한다. 동지는 음력 11월 중기, 양력 12월 21~23일 무렵으로, 설날 다음가는 작은 설날이라는 뜻으로 버금간다는 의미의 ‘아세(亞歲)’라고도 불렸다.

예로부터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어 잡귀와 전염병을 쫓는 풍습이 있었다. 밤이 가장 긴 ‘음(陰)’의 날에 ‘양(陽)’을 상징하는 붉은 색 팥죽을 먹어 음양의 기운을 조절해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고 믿은 것이다.

동지에 팥죽을 먹는 것은 미신이 아닌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과학적 풍습이기도 하다. 팥에는 단백질, 지방, 섬유질, 비타민B1이 다량 함유돼 있어,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다. 즉 병원이 없던 시절 팥죽을 먹어 몸 안의 온기를 높여 면역력을 높인 것이다.

사찰에서는 동짓날 팥죽을 쑤어 불전에 공양하고 그것을 함께 나눠 먹는 불공의식이 있다. 불공으로 올린 팥죽은 성화(聖化)되고 염력(念力)이 깃들었다고 믿었기 때문에 절에서 먹을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이웃과 나눠 먹으면서 새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다. 최근 1인 가구나 일반 가정집에서는 가정간편식(HMR)으로 손쉽게 팥죽을 사 먹지만, 아직도 사찰에서는 동짓날 팥죽을 쑤어 나눠 먹는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사찰음식 명장 선재 스님은 저서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에서 동지 팥죽에 얽힌 옛이야기를 전한다. 「십송률」에 따르면 붓다는 몸 안에 냉기가 들 때 팥과 찹쌀을 섞어 만든 삼신죽을 먹고 기운을 회복했다고 한다. 스님은 “팥죽을 먹어 자칫 폐렴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감기를 예방했다”며 “이보다 더 좋은 액땜은 없다”고 말한다.

이어서 스님은 “팥죽에는 찹쌀로 빚은 옹심이와 찹쌀을 넣는데 붉은색은 태양을, 옹심이는 달을, 흰쌀은 무수한 별을 상징한다”며 “팥죽 한 그릇에 우주가 들어있는 셈”이라고 강조한다. 즉 팥죽 한 그릇에 음과 양, 나와 너, 조상의 지혜와 과학적 원리까지 모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번 동짓날 온 우주가 담긴 팥죽 한 그릇 직접 만들어 미리 한 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선재 스님의 팥죽 레시피

재료: 붉은 팥 2컵, 쌀 1/2컵, 찹쌀가루(옹심이용), 소금 약간

1. 쌀은 씻어서 물에 불려놓는다. 팥은 씻어서 물을 붓고 한 번 끓어오르면 그 물을 따라버리고 넉넉하게 물을 붓고 푹 무르도록 삶는다.
2. 팥이 다 익으면 앙금만 걸러 가라앉히고,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옹심이를 만든다.
3. 팥물의 앙금이 가라앉으면 윗물만 따로 냄비에 따라낸다. 따라낸 물에 쌀을 넣고 퍼지게 끓인다.
4. 쌀이 퍼지면 앙금을 조금씩 넣어가며 농도를 맞추고 빚어놓은 옹심이를 넣고, 옹심이가 떠오르면 불을 끈다.

TIP. 팥죽은 처음에 팥을 살짝 삶아 물을 따라내고 새 물을 부어 삶아야 쓴맛이 나지 않는다. 또 약한 불에서 서서히 끓여야 눋지 않고 붉은빛이 곱게 난다. 옹심이를 만들 땐 생강즙을 조금 넣으면 향이 좋다. 

참고.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선재 스님 저, 불광출판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