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과 정원, 사람 자리가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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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과 정원, 사람 자리가 있는 곳
  • 송희원
  • 승인 2020.12.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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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가을·카페·붓다(2)|뷰(view)가 있다 | 경남 산청 수선사 커피와 꽃자리

어떤 장소는 그곳만이 지닌 독특한 매력으로 자꾸만 생각나 찾고 싶어진다. 경남 산청 수선사가 그렇다. 사찰 카페 ‘커피와 꽃자리’는 아름다운 정원과 연못으로 산청의 대표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수선사 주지 여경 스님이 30여 년 동안 조금씩 가꿔 일궈낸 덕분이다. 

 

사진. 유동영

 

 

|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절

지리산 동쪽 마지막 봉우리인 웅석봉 아래 자리한 수선사는 산청읍 번화가에서 차로 10분 남짓 거리에 있다. 수선사는 올해 한국관광공사 ‘언택트 관광지 100선’에 선정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과거 여경 스님은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한 스님과의 인연으로 땅을 매입했다. 1990년대 당시 송광사 선방에서 수행 중이었던 스님은 해제 때마다 이곳에 와서 정원을 가꾸며 주변 땅을 조금씩 사들였다. 모두 불심 두터운 신도들의 시주 덕분이었다. 그렇게 인연이 된 11필지의 땅 위에 2008년부터 법당을 짓기 시작하면서 수선사(修禪社)란 이름을 붙였다. 

원래 이곳은 다랑논(계단식 논)이었다. 논의 돌을 하나씩 걷어내니 큰 웅덩이가 생겼고, 법당을 지으면서 발견한 용천수를 대자 자연스럽게 못이 형성됐다. 여기에 연을 심고 정원을 가꾸니 풍광이 아름다운 절로 소문났다. 

수선사 곳곳에는 스님의 미적 감각이 두루 녹아있다. 절 마당에는 마음 심(心) 모양의 작은 못 하나가 있다. 큰 돌과 작은 돌로 못 가장자리를 둘러쌓고 가운데 한 폭의 그림 같은 소나무를 심어놓았다. 카펫처럼 펼쳐진 연녹색 잔디와 극락보전 앞까지 정갈하게 놓인 돌길까지. 돌 하나, 나무 한 그루 그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놓여 있지 않고 조화롭게 들어섰다. 

절에서 카페로 갈 때는 큰 나무다리를 건너야 한다. 스님은 출세간(절)과 세간(카페), 승가와 속가를 이어주는 다리라고 설명한다. 

“극락교는 너무 흔한 이름 같고, ‘꽃다리’라 부르면 딱 좋겠네요. 동양의 한옥식 절과 카페가 있는 서양식 건물을 조화롭게 이어주는 다리예요. 절에서 세간의 근심을 내려놓고, 카페로 가서 차 한 잔 하며 휴식하는 동선을 생각하고 만들었지요.” 

 

| ‘조화’와 ‘쉼’이 있는 자리

‘커피와 꽃자리’라는 이름에는 누구든 앉은 그 자리가 꽃자리가 됐으면 하는 스님의 바람이 담겨 있다. 

“제가 좋아서 절에 정원과 연못을 만들어 가꾸다 보니 신도가 아닌 사람들도 조금씩 찾아와요. 그런데 먼 데서 오신 분들이 앉을 자리도 없이 그냥 둘러보고 가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앉아서 보면 풍광이 다르게 보이고 또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이 달라지거든요. 처음에는 조그맣게 무인카페로 하던 걸 2017년에는 규모를 늘려 카페로 만들었죠. 마침 템플스테이 건물 옥상이 비어있기도 했고요.”

커피와 꽃자리 내부는 협소해 의자가 얼마 없다. 오히려 연못을 내려다볼 수 있는 테라스에 더 많은 자리를 놓았다. 도시 카페는 보통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눌 때 찾는 공간이다. 그래서 실내에 자리가 많고 자연히 공간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러나 수선사 카페는 실내 공간보다는 자연에 더 많은 자리를 내어준다. 스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카페 콘셉트가 ‘조화’이기 때문이다. 주변 산세와 연못 그리고 카페와의 조화. 

스님은 일반 카페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도록 맛에 특별히 신경 쓴다고 한다. 그래야 사찰 위상도 높아진다고. “모든 메뉴가 다 맛있어요.” 메뉴 개발부터 재료 공수, 제조까지 담당하는 신도 이세희 씨가 자신 있게 말한다. 먹어보니 과연 전통차는 전통차대로 커피는 또 커피대로 매력있다.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아 전 메뉴가 천연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고 뒷맛이 깔끔하다. 

연못에 만연한 연꽃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는 7월 한 달이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시기는 가을이라 연꽃은 다 져버렸지만, 인연이었던지 대신 수련이 피었다. 연못 위 목책길 초입 현판에는 ‘時節因緣(시절인연)’이 아닌 ‘時節人蓮(시절인연)’이라 적혀있다. 스님은 사람들이 연꽃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향기도 맡고 자세히 봤으면 했다. 연못 위에 목책길을 놓은 것도, 그 길을 구불구불하게 놓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직선은 너무 단조롭고 인위적이잖아요. 구불구불한 게 자연스러워서 정겹고요. 천천히 돌아보면서 연꽃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 이런 게 인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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