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불교] 산산이 부서진 그 이름, 파계 / 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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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불교] 산산이 부서진 그 이름, 파계 / 김천
  • 김천
  • 승인 2020.10.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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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의 영화 <파계(破戒, 1974)>는 고은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이 작품은 한국 문학과 영화사에 독특한 자취를 남긴 이들의 작품이다. 김기영 감독은 죽음 즈음해서 세계 영화인 사이에서 독창적인 작가로 이름을 남겼다. 고은 작가는 문단에서 권위와 명망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가, 성추문이 터지며 가해자로 낙인찍혔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그의 이름은 빠르게 삭제되는 중이다. 

고은의 소설은 후에 <산산이 부서진 이름(1977)>으로 개작돼 발표됐고, 정지영 감독이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1991)>라는 제목으로 다시 만든 바 있다. 두 영화는 원작과 줄거리의 기둥은 같으나 색깔이 다르다.

 

| 검은 피 흘리는 인간의 욕망

<파계>는 한국 영화사에 독특한 자취를 남겼고, 세계 영화계에 깊은 인상을 새긴 김기영(1919~1998) 감독의 작품이다. 촬영은 또 다른 전설인 정일성 감독이 맡았다. 김기영은 자신의 영화 세계에 대해 “인간의 본능을 해부하면 검은 피가 난다. 그것이 욕망이다”는 말을 남겼다. <파계>는 그 말을 그대로 담은 영화다. 절이 무대이지만 영화에 담긴 것은 철저한 인간의 욕망이다.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욕망은 결코 충족될 수 없으며 집착과 고통을 낳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다. 

영화는 명상에 관심을 가진 대학생 둘이 승복을 입고 결제철의 선방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화가 끝날 때 그 둘은 다시 현실로 돌아간다. 두 사람의 시선은 불교와 수행자를 살피는 감독의 눈을 대신하는 셈이다. 그러니 화면 속에 담긴 불교는 이해하기 어렵고 비현실적이며 본질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것들에 집중한다. 김기영은 그의 영화 대부분에서 하던 대로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사람들의 욕망을 난도질하며 관객의 감정을 뒤흔들었다. 감독은 생전 그의 대표작으로 이 영화를 꼽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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