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로 만나는 선지식] 좌선과 선정만 고집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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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로 만나는 선지식] 좌선과 선정만 고집하지 말라
  • 불광미디어
  • 승인 2020.11.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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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능(慧能) 대사

| #1 황제의 조칙을 사양하다

어지러운 정치적 난관 속에서 측천무후는 남방에서 선법(禪法)을 떨치고 있는 혜능을 장안으로 모셔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칙을 내렸다.

“짐이 듣건대 여래께서 마음의 법을 마하가섭에게 전하셨고, 그렇게 차츰차츰 전하여 달마에게 이르러 그 가르침이 동토(東土, 당나라)에 전해졌고 스승과 제자로 계승되어 지금까지 끊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소. 대사께서는 이미 스승의 선법을 전해 받으셨고 또 믿음을 표하는 가사와 발우가 있다니 부디 장안으로 오셔서 교화를 베풀어 승속(僧俗)의 귀의를 받으시고 천상과 인간이 불법(佛法)을 우러르게 하시오. 이제 중사(中使)인 설간(薛簡)을 보내어 영접하니, 바라건대 대사께서는 빨리 왕림하시기 바라오.”

측천무후는 조서를 설간에게 주고 혜능을 반드시 장안으로 모시고 상경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만약 오지 않는다면 혜능의 법문을 듣고 와서 그의 설법을 전해줘야 한다고 했다. 설간은 황제의 조서를 가지고 남방으로 향했다. 수개월의 여정 끝에 드디어 혜능을 대면하고 황제의 조서를 전달했다. 예를 갖추어 조서를 받아 든 혜능은 설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 다음과 같이 황제에게 올릴 표(表)를 적어서 설간에게 주었다.

“황제께 아룁니다. 사문 혜능은 변방에서 태어나 성장하며 불법을 흠모하다가 과분하게도 홍인(弘忍, 601~674) 대사에게 부처님의 심인(心印)과 달마 대사의 가사와 발우를 전해 받아 스승 홍인 대사의 불법을 이었습니다. 이에 송구하게도 황제의 은혜를 받아 중사 설간을 보내시어 혜능을 궁궐로 들라 하시오나 혜능은 나이가 많아 먼 길을 왕래하기 힘들고 오래도록 산속에서 살다 보니 풍질(風疾, 중풍)을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폐하의 은덕은 만물을 감싸고 만방에 퍼져 창생을 양육하시고 어리석은 백성을 어루만져 주십니다. 폐하의 성덕이 하늘 아래 가득하여 불제자들을 후대하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부디 은덕을 베푸시어 혜능으로 하여금 산에 살면서 병을 고치고 도업을 닦아 위로 황제 폐하의 은혜와 여러 왕태자의 은혜를 갚게 하길 바라며 삼가 표를 올리나이다. 혜능은 머리를 조아려 사룁니다.”

황제의 부름에 혜능은 곡진하게 사양의 의견을 표했다.

 

| #2 좌선만 고집하지 말라

감히 황제의 입궐 명령을 사양하는 혜능의 비범함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도 설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남았기에 혜능에게 물었다.

“제가 장안으로 돌아가면 성상께서 반드시 하문하실 것입니다. 바라건대, 선사께서 불법의 요체를 지시해 성상과 장안에서 불법을 배우는 이들에게 전할 법문을 해주소서. 요즘 장안과 낙양의 훌륭하신 대덕들은 모두 하나같이 ‘부처님의 지극한 가르침을 알고자 하거든 반드시 좌선(坐禪)하고 선정(禪定)을 닦아야 한다. 선정을 수행하지 않고 해탈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법문하시며 출가자와 재가자 모든 사람에게 좌선하기를 권합니다. 대사의 가르침은 어떠한지 말씀해 주십시오.”

설간의 질문을 들은 혜능은 그 말을 받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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